송찬호 시인은 호두나무 고사목에서 '비상'을 읽어낸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16] 송찬호 디카시 <비상>
▲ 고목 ⓒ 이상옥
호두나무 고사목이 된 오래된 꿈이여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송찬호 디카시 <비상>
디지털 시대 SNS라는 새로운 소통 환경에서 2004년부터 경남 고성에서 지역 문예운동으로 시작된 디카시가 지금은 한국을 넘어 미국, 중국 등 해외로도 소개되며 문학 한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송찬호의 디카시 <비상>을 먼저 소개한다. 이 디카시는 제3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작이다. 송찬호는 지난 해 「겨울 나그네」라는 디카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송시인은 "디카시 시집을 출간하는 기분이 새롭다. 영상과 문자의 결합이다. 활자매체를 밀어내고 영상매체가 주된 소통의 방식으로 자리잡은 SNS시대에 디카시는 내게도 즐거운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무엇보다 문자언어에만 갇혀 있다가 영상언어를 만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만날 때 스마트폰의 디카로 순간 포착하여 그 형상을 순간 언술하고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곧바로 SNS로 시공을 넘어 소통하는 것이 이상이다. 송찬호의 디카시 <비상>은 디카시의 극순간 예술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송찬호 시인은 호두나무 고사목에서 '비상'을 읽어낸다. 호두나무 고사목은 거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건 하늘을 나는 아니,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를 향한 오래된 꿈이었다. "날자꾸나 한번만 날아보자꾸나"라고 이상의 <날개>의 한 줄을 패러디하여 시인의 꿈을 투사하여 언술한다. 호두나무와 송시인과 이상(李箱)의 좌절된 꿈이 한 몸이 되어 하늘을 날아오를 듯하지 않는가.
호두나무와 송찬호와 이상(李箱)의 좌절된 꿈이 한 몸이 돼...
디카시는 문자시와는 달리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 예술이다. 영상과 문자가 하나의 텍스트가 되어 두 입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 영상과 문자는 각각 독립적으로는 완결성을 지닐 수가 없다. 영상은 문자에 기대고 문자는 영상에 기된다. 문자를 따로 떼어서 봐서는 시가 아니다. 디카시의 문자는 영상에게 절반을 빚지고 있기에 5행 이내로 제한된다. <비상>의 문자도 3행에 불과하다. 문자가 5행 이상으로 길어지면 굳이 디카시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문자 자체로도 충분히 완결성을 지닐 수 있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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