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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빚은 돌기둥... 여기는 광주 무등산입니다

무등산 산행의 감동, 규봉 주상절리를 마주하다

등록|2019.02.02 16:35 수정|2019.02.02 16:35

▲ 신이 빚어 놓은 듯한 아름다운 돌기둥, 광석대 규봉 주상절리(명승 제114호). ⓒ 김연옥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는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마음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그리움이 고이는 것 같다. 무등산(1187m) 산행도 벌써 네 번째, 특히 이번 산행은 광석대 규봉 주상절리를 처음 보게 된다는 설렘으로 떠나게 됐다.

지난 달 24일 오전 8시 창원 마산역서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출발해 원효사(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께. 무등산국립공원 원효분소를 지나 산행 초입인 무등산 옛길 2구간으로 들어서니 초록색 산죽이 반겨 주는 흙길이 나왔다.
 

▲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칼과 창을 만들고 무술을 연마했다는 주검동 유적. ⓒ 김연옥


 

▲ 무등산 옛길 2구간을 오르면서. ⓒ 김연옥


겨울 추위로 땅은 얼어붙었는데 숲길로 비쳐 드는 햇볕이 어찌나 따사로운지 마치 봄이 서둘러 오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랜 세월 옛사람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 더욱이 이 길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칼과 창을 만들고 무술도 연마했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오월에 이어 두 번째 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낯익은 장소가 주는 편안함에 추억을 걷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그렇게 1시간 20분 남짓 걸었을까, 목교(958m)에 이르렀다. 여기서 서석대까지 거리는 500m. 하지만 다섯 달 만의 산행인데다 얼어서 다소 미끄러운 돌계단을 올라가려니 힘들었다.
 

▲ 저녁 노을이 비치면 수정처럼 반짝여서 수정병풍이라 불리는 서석대 주상절리. ⓒ 김연옥


20여 분 오르자 저녁 노을이 비치면 수정처럼 반짝여서 수정병풍이라 불리는 서석대 주상절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입석대보다 풍화작용을 적게 받은 서석대는 너비가 1m 미만인 돌기둥들이 50여m에 걸쳐 동서로 빼곡히 늘어서 있다. 마음 한편으로는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서석대의 설경을 볼 수 없어 못내 아쉬웠지만, 신이 빚어 놓은 돌기둥의 그 장엄한 풍광은 보고 또 보아도 신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고도 700m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무등산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 무등산 주상절리대(천연기념물 제465호)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발생한 화산활동의 산물로 석영안산암질응회암이 냉각 수축해 발달된 지질구조이다. 세 번의 화산 분출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가 무등산을 대표하는 3대 주상절리다.
 

▲ 가슴이 탁 트이는 서석대에서. 뒤로 인왕봉, 지왕봉, 천왕봉 등 무등산 정상이 보인다. ⓒ 김연옥


 

▲ 서석대에서 입석대로 내려가는 길에. ⓒ 김연옥


아름다운 돌병풍을 뒤로하고 계속 올라가자 멀찍이 천왕봉(1187m), 지왕봉(1180m), 인왕봉(1140m) 등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무등산 정상이 보였다. 안타깝게도 군부대 주둔으로 인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다. 지왕봉 산꼭대기에는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무술을 연마하고 담력을 길렀다는 뜀바위가 있다고 한다.

가슴이 탁 트이는 서석대(1100m)에 먼저 도착해 한창 점심을 하고 있는 몇몇 일행들과 자리를 같이했다. 햇볕이 따스하게 부서져 내리는 좋은 장소였다. 안 그래도 허기가 져서 허겁지겁 떡 한 조각과 빵 하나를 먹고서 입석대를 향해 서둘러 내려갔다.
     

▲ 입석대에서. ⓒ 김연옥


 

▲ 가슴 콩닥콩닥, 입석대 주상절리. ⓒ 김연옥


 

▲ 장불재에서. 서석대(왼쪽)와 입석대(오른쪽)를 아울러 볼 수 있는 곳이다. ⓒ 김연옥


오후 1시 20분 남짓 되어 입석대(1017m)에 도착했다. 폭이 1~2m인 돌기둥 30여 개가 수직으로 솟아 동서로 40여m에 걸쳐 줄지어 서 있다. 두 번째로 보는 모습인데도 그 경이로움에 여전히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처음 보게 되는 광석대로 가기 위해서는 장불재(919m)를 거쳐 지나야 하는데 입석대에서 400m 거리다.

서석대와 입석대를 한눈에 올려다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장불재는 옛날 화순군 이서면과 동복면 사람들이 광주를 오갈 때 넘어야 했던 고개다. 지금은 서석대, 광석대, 안양산, 중머리재 등을 이어 주는 곳으로, 무엇보다 절집 규봉암을 중심으로 늘어서 있다는 광석대 주상절리를 곧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는 그저 마음이 부풀었다.

장불재에서 규봉암으로 가는 길은 한동안 평평한 길이 이어져 걷기가 수월했다. 지공너덜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백마능선 쪽을 바라다보니 지난해 햇빛 부스러기 곱게 내려앉은 산철쭉 꽃길에 취해 안양산을 향해 걸어가던 내 모습이 풍경처럼 아른거렸다. 지공너덜은 주상절리가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깨어져 산능선을 타고 모여진 것으로 지난해 12월 20일 규봉 주상절리와 함께 명승 제114호로 지정됐다.
 

▲ 절집 규봉암을 중심으로 늘어선 광석대 주상절리의 풍광에 취하다. ⓒ 김연옥


오후 2시 10분께 절집 규봉암(전남 화순군 이서면)에 이르렀다. 광석대를 처음 마주하는 떨림으로 어떻게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콩닥대던지. 높이 30 ~40m, 최대 너비 7m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라고 전해지는 주상절리대다. 100여 개의 돌기둥이 절집과 어우러진 풍광에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웅대함이 느껴져 신의 영역이 있음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밀려드는 감동을 가슴 한편에 고이 접어 두고 나는 일행들과 함께 하산을 서둘렀다. 시무지기갈림길, 꼬막재를 거쳐 끝도 없이 걸어 내려가면서 몸이 지쳐 갔지만, 얼음길에서 한순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게 도리어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을 정도로 마음은 즐거웠다. 찾을 때마다 다른 색깔로, 또 다른 감동으로 품어 주는 무등산. 더군다나 함께하는 산객들이 있어 멋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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