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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빈소 다시 찾은 청와대 수석, 두 달 전과 달랐다

[고 김용균 장례 이틀째]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홍남기 부총리, 장완익 사회적참사특조위원장 등 조문

등록|2019.02.08 17:46 수정|2019.02.08 18:30

▲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어머니 김미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9.2.8 ⓒ 연합뉴스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남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고 김용균씨 빈소를 찾았다. 이 수석은 지난해 12월 11일 김용균씨가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숨진 직후인 12월 14일에도 충남 태안에 있는 빈소를 찾았지만 김씨 부모를 만나지도 못했고, 항의하는 동료 노동자들과 말다툼 끝에 쫓겨나다시피 했다(관련 기사: "사진 찍으려고..." 김용균 빈소 찾은 청와대 수석에 '야유' 세례 http://omn.kr/1f5tp).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두 달 전과 전혀 달랐다. 오후 3시쯤 이 수석과 비서관들이 빈소를 찾자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태기씨가 맞았고, 그간 대책안 합의 과정에서 청와대의 노력에 직접 감사를 표했다.

유가족 "청와대 노력에 감사"

앞서 고 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와 정부(당·정·청)는 지난 5일 사고 발생 원인 진상 규명을 위한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위원회' 구성과 해당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하고 이번 장례 일정을 발표했다(관련 기사: 고 김용균씨 죽음 진상규명하고 동료들 정규직화 http://omn.kr/1h747 ).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청와대에서) 끝까지 지켜보면서 꼼꼼히 대책이 이행되는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용선 수석도 "합의가 끝까지 이행될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보고 관리할 테니 마음 내려놓고 (김용균씨를) 편하게 보내 달라"고 화답했다.
 

▲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8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 김시연


다만 아버지 김태기씨는 "진상 조사 과정이 많이 남아 있고 (김용균 동료 노동자들) 일부분 정규직화 됐지만 아직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부모가 나서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이 수석은 "안타깝다"면서도 "(사고 대책이) 새로 시작되니까 과정을 잘 지켜보고 잘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뜻은 유족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서 (대책을 진행)하는 것이고, (유가족에) 위로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한열 어머니, 김용균 어머니 안고 '울먹'

고 김용균씨 시민사회장 이틀째인 이날도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수석에 앞서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앞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씨 어머니 배은심씨를 비롯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원들도 빈소를 찾았다. 특히 배은심씨는 "(김용균씨 죽음이) 억울하다"면서 김미숙씨를 한동안 끌어안은 채 울먹이기도 했다.
 

▲ 고 이한열씨 어머니 배은심씨가 8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안아 위로하고 있다. ⓒ 김시연


장례 첫날인 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은 데 이어,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장완익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 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특히 장완익 위원장은 방명록에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고 적고 조문을 마친 뒤 김용균씨 부모와 만나 1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장 위원장은 "위원회에서 한국의 모든 안전한 부분을 다룰 순 없겠지만 단 하나라도 제대로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김미숙씨는 "(1년에 2000여 명이 산업재해로 죽는데) 사람들은 사고로 죽는다고만 생각하지 안전 문제 때문에 죽는다는 걸 잘 모른다"면서 "사람이 죽으면 왜 죽었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리지는 않고 그냥 어디서 죽었다고만 하니 그러는 것"이라며 언론 보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잊혀지는 것보다 사회가 안 변하는 게 더 무서워"
 

▲ 장완익 사회적참사특조위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고 적고 조문을 마친 뒤 김용균씨 부모와 만나 1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 김시연


아울러 김씨가 "기업가들이 이윤만 창출하려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사람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의 반성을 촉구했다.

이에 장 위원장도 "세월호도 청해진해운이란 회사가 있었고, 가습기 살균제도 제조한 회사, 판매한 회사 다 마찬가지였고, 정부가 제대로 대응 못하고 예방 못한 책임도 있다"면서 "모든 면에서 조금씩이라도 한 발 나아가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이 "(사회적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위로하자, 김미숙씨는 "잊혀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사회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고, 장 위원장도 "안 잊으면 사회가 변하게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촛불문화제가 장례식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례 마지막 날인 9일에는 오전 4시 발인에 이어 노제와 영결식이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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