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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최고 법관들의 범죄 혐의

검찰, 양승태·박병대·고영한 기소... 아랫선 법관 기소 여부도 곧 결정

등록|2019.02.11 14:01 수정|2019.02.11 15:36
 

▲ ‘사법농단’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기사보강: 11일 오후 3시 35분]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법관들이 '사법농단'의 오명을 쓴 채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로써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박·고 전 처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수사팀은 이미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법관 블랙리스트' 혐의와 관련해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국회의원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에 이어 두 번째 추가 기소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1월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다.

한동훈 차장검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소 내용을 발표했다. 한 차장검사는 "2017년 3월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언론보도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됐다"라며 "이후 세 차례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 410개 문제 문건이 공개됐고 그 사이 검찰에 고발이 제기되는 등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적 요구가 커졌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은 2018년 6월 대법원의 수사협조 발표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고 2018년 10월 27일 임 전 차장을, 2019년 1월 24일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 수사했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처장 구체적 혐의를 열거했다.

양승태 : 일제강제징용 손해배상사건 재판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 비위 은폐 등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및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등위작및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박병대 : 일제강제징용 손해배상사건 재판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 비위 은폐 등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및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등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

고영한 :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 비위 은폐 등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 ①, ②] 재판개입,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1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수사팀이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 재판개입 등을 통해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 부당한 조직 보호 ▲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장 페이지 수만 296쪽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 혐의의 당사자이다.

수사팀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를 위해 행정부·입법부·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직권을 남용했는데 구체적 사례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행정부 상대 ▲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개입 계획·실행(양승태·박병대·임종헌)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재판개입 시도(양승태·박병대) ▲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개입 시도·실행(양승태·박병대)

입법부 상대 ▲ 서기호 의원의 판사 시절 재임용 탈락 관련 행정소송 개입(박병대)

헌법재판소 상대 ▲ 파견 법관을 이용한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양승태·박병대·고영한) ▲ A사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청와대를 통한 헌법재판소 압박 시도(양승태·박병대) ▲ 헌법재판소장을 비난하는 법률신문 대필 기사 게재(양승태·고영한) ▲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 사건에 대한 재판개입(양승태·박병대) ▲ 매립지 귀속 분쟁 관련 재판개입(양승태·고영한) ▲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개입(양승태·박병대·고영한·임종헌) ▲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보전처분 검토 지시 및 재판개입(박병대)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재임한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농단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대내외적 비판세력을 탄압한 혐의는 아래와 같다.

법관 블랙리스트 ▲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인 판사(2013년 2명, 2014년 4명, 2015년 6명, 2016년 12명, 2017년 7명)를 '물의야기 법관' 등에 포함(양승태·박병대·고영한·임종헌) ▲ 2012년 2월 정기인사에서 한미FTA 비판 판사 2명 문책성 인사(양승태·고영한) ▲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 대법관 임명 제청, 사법정책 등을 비판한 판사 4명 문책성 인사(양승태·박병대) ▲ 2016년 2월 정기인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고, 대법원 사법행정 비판 판사 2명 문책성 인사(양승태·박병대·임종헌) ▲ 2017년 2월 정기인사에서 대법관 후보자 거취를 위해 전국 법관 설문조사 제안한 판사 1명 문책성 인사(양승태·고영한·임종헌)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 2015년 7월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모임)의 지원 중단 문건(양승태·박병대) ▲ 2016년 3월 인사모 해산 시도 및 해체 방안 문건(양승태·고영한) ▲ 법관 인터넷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 와해 시도(양승태·박병대) ▲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협 및 회장들에 대한 압박(양승태·박병대) ▲ 긴급조치 국가배상 인용 판결 법관 징계 시도(양승태·박병대) ▲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 개입(양승태·고영한)
 

[혐의 ③, ④]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해 ▲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축소 목적의 직무유기 및 재판개입(양승태·박병대·고영한) ▲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 비위 은폐·축소 및 영장재판개입(양승태·고영한·임종헌) ▲ 집행관 사무소 사무원 비리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수사기밀 수집 지시(양승태·고영한) ▲ 주요 정치인 영장청구서 사본 유출 지시(양승태·고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각급 법원에 공보관실을 운영할 것처럼 예산을 허위로 편성해 전액 현금 인출 후, 대법원장 격려금으로 고위간부에게 지급한 혐의(양승태·박병대)도 받고 있다.

수사팀은 ▲ 김앤장의 양승태 독대 문건(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개입) ▲ 물의 야기 법관 문건(법관 블랙리스트) ▲ 이규진 수첩(헌법재판소 비밀누설) ▲ 행정처 문건 '대법원장 격려금' 적시(법원행정처 비자금) 등 핵심 증거를 토대로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1월 2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사태의 발단이 됐던 이탄희 판사의 '법관 블랙리스트 업무 거부'가 세상에 알려진 때(2017년 3월)부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달 23일 영장실질심사에선 "실무진이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 "대법원장으로서 (직권남용) 죄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자신의 밑에서 일했던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자기가 살기 위해 나를 모함"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수사팀이 '사법농단'의 증거로 제시한 '이규진 수첩'의 조작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수사팀은 양승태·박병대·고영한·임종헌 등 윗선 외에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의 기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기소가 아닌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할 법관도 선별할 계획이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는 100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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