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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기획/ 국공립의 배신] 춘천 보육교사가 CCTV 보다가 "명동" 떠올린 이유

③ 노동청에 고발했어도 울리지 않은 시청의 전화 한 통

등록|2019.02.18 10:10 수정|2019.02.18 10:10
442대 1.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평균 경쟁률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니 '로또 보육'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더 나은 보육을 제공할 거란 기대가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국공립은 원장의 소왕국"이라고, "무조건 믿고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왜 일부 국공립은 학부모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걸까요? <오마이뉴스>가 그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12회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말]
보육교사들이 자신들이 일하고 있던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노동청에 고발했다.

휴게 시간이 없었고, 밤늦도록 일했으며, 휴일에도 일했다고 했다. 그에 대한 합당한 임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 1월 있었던 일이었다. 그 후 실태 조사를 나온 노동청 조사관이 "(원장에게) 선생님들한테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당 원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보육교사들은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원장이 물러나서가 아니었다. 그 일이 터지고 나서 1년이 다 되도록 춘천시에서 연락 한 번 못 받았다고 했다. 전화 한 통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일까? 그 당사자들, 춘천 B 어린이집 보육교사들과 김호연 민주노총 비리고발센터장을 함께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CCTV '품평회'... "명동 한 복판에서 벌거벗고 서 있는 느낌"
 

▲ 이 어린이집에서는 'CCTV 연수'라는 이름으로 보육교사들의 하루 일과를 서로 평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일부 보육교사들은 "자존감은 많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 pixabay


B 어린이집이 처음 문을 연 것은 2014년 3월, 그 시절만 해도 보육교사와 원장 사이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보육교사 A씨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때는 재밌게 일했던 것 같고 원장님이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개원 후에도 밤 11시, 12시 퇴근이 다반사였고, 집에서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고 했다.

"페이퍼 워크(서류 작업) 때문이었다"고 했다. 국공립은 보육일지, 관찰일지, 아동별 체크리스트, 교사별 근무 파일 등 기본적으로 서류 작업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B 어린이집의 경우는 그 강도가 더 훨씬 심했다고 한다. 이들은 "원장님이 글자 크기 8포인트, 자간 간격 130을 요구했고", 또한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했다고 했다. 회의를 할 때마다 보육교사들이 돌아가며 작성해야 하는 회의록은 그래서 큰 고통이었다고 했다.

"(기자를 보며) 지금 하시는 것처럼, 말을 다 받아 적어야 하는 수준이었어요. 누가 어떤 제안을 해요. 누군 동의하고, 누군 반대하고, 왜 동의했고, 반대했는지 쭉 써요. 누가 또 다른 의견 내요. 이런 게 회의록에 다 나와야 해요. 제가 기록을 담당할 차례가 됐는데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양해를 구했어요. '녹음해도 되겠습니까', 녹음한 것만 4시간이었어요. 집에 가서도 새벽 4, 5시까지 녹음 들으면서 풀고, 풀고, 그렇게 해서 아침에 제출했어요." (보육교사 B씨의 말)

'CCTV 연수' 역시 보육교사들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일이었다.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교사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담긴 CCTV를 모두 모여 함께 보고 서로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이를 두고 옆에서 듣고 있던 김 센터장은 "품평회"라고 표현했다.

A씨 "날짜를 지정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일과를 CCTV로 쭉 돌려봐요."
B씨 "한 타임을 봐요. 그리고 거기까지 보고 느낀 점, 평가 쭉 다 받아야 해."
A씨 "일과 끝나고 해요. 말 안 하면 안 되는 분위기."
B씨 "어떤 장면을 보고 자기 생각 얘기해 보라는 거죠. 그리고 원장님이 종합하는."
A씨 "선생님들은 너무 싫어하죠."

"충격... 어떻게 저희한테 한 번도 연락이 없지?"
 

▲ 2018년 1월 춘천 B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해당 원장을 휴게시간 미부여와 시간외수당 미지급 등 문제로 관할 노동청에 고발했다. ⓒ 이정환


말을 이어가다 B씨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자존감이 진짜 많이 무너졌다"면서 "그만둔 한 선생님은 명동 한복판에서 혼자 벌거벗고 서 있는 느낌이라고 그러셨다"고 전했다. A씨는 "교사들 간 서로 지적질 한다는 자체가 너무 싫었다"며 "그것도 또 연수 보고서 만들어 원장님에게 제출해야 했다, 뭐든지 보고서였다, MT도 계획서와 보고서가 다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디테일함(꼼꼼함)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라"고도 했다. B씨는 "덕분에 저희도 많이 배웠다, 다만 좀 조절을 원했던 것"이라며 "대화로 잘 풀어서 함께 잘 하길 바랐는데, 결과가 이렇게까지 되어 솔직히 마음은 좀 아프다"고 했다. A씨 역시 "원장님의 아이들 위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원장님도 우리가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실망감은 오히려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들에게 물어봤다.

- 국공립이니까 아무래도 부조리한 일이나 비상식적인 노동을 한다든지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A씨 "저도 그런 기대를 했죠.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시에서 관리를 해주겠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전∼혀. (노동청 고발 이후) 지금까지 시에서 단 한 번도 저희를 만난 적이 없어요."
B씨 "연락도 없었어요."

- 한 번도요?
A씨와 B씨 "한 번도."
A씨 "충격이었어요. 저희한테 한 번도, 어떻게 연락이 없지?"

또한 B씨는 "교섭 조정 과정에서 합의가 될 것 같았다, 원장님도 합의하겠다고 했는데 막판에 결렬됐다"면서 "시에서 원장님에게 합의하면 안 된다고 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선례가 되면 다른 국공립에도 영향을 미치니까"라고 이유를 추측했다. 양측 갈등으로 아이들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한 학부모가 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그조차 "반응이 없었고 묵묵부답이었다"고도 했다.

보육교사들과 만났는가? 돌아온 답변
 

▲ 보육의 질은 결국 보육교사가 결정한다. 보육교사의 노동 환경이 중요한 이유다. ⓒ pixabay


이런 주장에 대한 춘천시의 대응 역시 '묵묵부답'과 비슷했다(아래 전문 참조).

보육교사들의 고발장이 접수되고 9개월여 동안 보육교사들과 접촉을 취했는지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그냥 복사해서 숫자만 바꿔서 답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 관료의 무책임과 무성의함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앞서 교사들의 문제 의식과 맥락이 맞닿아 있는 지적이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지도 및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곳은 해당 지자체다. 보육교사들이 노동청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큰 일'이 벌어졌는데도 왜 춘천시는 보육교사들과의 소통에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갈등을 키운 곳은 춘천시였던 셈이다.

한편, B 어린이집 원장은 세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은 춘천시와 주고받은 서면 질의 및 답변 전문.

- B 어린이집 고발인 3명이 휴게시간 미부여 및 시간외 근로수당 미지급 고발장을 접수한 2018년 2월 13일부터 11월 29일까지 시측에서 보육교사들을 만난 적 있는지요. 또는 통화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만나거나 통화했다면 누구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소통했는지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의 근거하여 감사(지도·점검)에 관한 세부내역은 공개할 수 없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일부에서는 전 원장과 보육교사들 사이 교섭이 막판 합의 직전까지 진행됐으나, 시 측에서 '선례가 된다'는 이유를 들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기 때문에 교섭이 결렬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사실이 아니라면 시 측의 입장도 함께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의 근거하여 감독에 관한 세부내역은 공개할 수 없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 B 어린이집 전 원장과 보육교사들 분쟁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시의 조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민원을 어린이집 학부모 운영위원장 명의로 넣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원 접수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3조, 제6조에 따른 비공개 정보로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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