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토지 공시지가 20% 올렸다지만...여전히 갈길 멀다
[해설] GBC 부지, 명동 등 일부 초고가 토지는 시세 절반에도 못 미쳐
▲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명동8길에 있는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부지의 24일 오후 모습. 표준지 공시지가는 ㎡당 지난해 9천130만 원에서 1억8천300만 원으로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고됐다. ⓒ 연합뉴스
실제 12일 국토부가 발표한 표준지 공시가격 자료를 보면, 추정시세가 1㎡당 2000만 원 이상인 토지(전체 토지의 0.4%)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0.05%로 나타났다. 나머지 99.6%의 토지 상승률은 7.29%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옛 한국전력 부지) 부지를 보자. 이 땅은 지난 2014년 평당 4억 2000만 원에 팔렸다. 부동산업계는 현재 이 땅의 시세를 평당 최소 5억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공시가격은 한참 저평가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인 삼성동 167번지 일대 공시지가는 ㎡당 4000만 원, 3.3㎡당 1억 3200만 원 수준이다. 올해도 이 땅에 대한 공시가격은 3.3㎡당 1억 9000만 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삼성동 GBC부지 공시가격, 실제 매매가의 절반도 못미쳐
5년 전 3.3㎡당 4억 2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책정된 공시 가격조차 3.3㎡당 2억 원에 못 미치는 것이다. 부지 소유주인 현대차는 여전히 낮은 공시가격에 따른 수혜자다.
매년 공시지가 1위를 기록하는 서울 명동 네이처 리퍼블릭 부지(서울 중구 명동8길)도 마찬가지다. 올해 이 땅의 1㎡당 공시가격은 1억 8300만 원, 3.3㎡로 환산하면 6억 300만원 가량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명동 일대 주변 부지의 거래가격은 3.3㎡당 평균 10억 수준이다. 명동에서도 핵심 부지인 이 땅이 매물로 나올 경우, 가격은 3.3㎡당 10억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올해 공시가격은 3.3㎡당 6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네이처 리퍼블릭이 아닌 다른 명동 상권의 공시가격은 더 낮다. 서울 중구 명동8나길의 경우 평당 3억 9000만 원, 중구 명동길은 3억 7000만 원으로, 실제 거래가격(10억) 대비 30~40% 수준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64.8%와도 차이가 크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공시가격의 현실화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공평과세, 시세반영률 의지가 무색할만큼 또다시 엉터리가격이 고시됐다"며 "찔끔 인상된 표준지공시지가로 공평과세는 어림없으며, 정부는 시세반영률 산정 근거 등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가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 상승률을 높인 것은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공시가격은 시세의 6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시세의 70~80%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공시가격의 가장 큰 문제는 조세 형평성의 문제인데, 형평성을 확보하려면, 극소수(고가토지)로만 제한해선 안된다"면서 "형평성을 제고할 장기적인 방향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정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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