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중국"은 틀렸다, 환경부는 왜 국민을 속이나
[미세먼지 오해와 진실 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 올바른 환경 외교란?
▲ 초미세먼지 심각성 알리는 그린피스그린피스 활동가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매우 작아 호흡기는 물론이고 피부로도 침투해 호흡기 및 심장질환을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시민들이 초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온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50~70%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며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규제를 강화하고 현재 계획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증설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유성호
'미세먼지=중국'. 국민들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수식이다. 이런 수식을 만들고 유포한 건 한국 정부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대부분은 중국산'이란 입장을 초지일관 유지해 왔다. 미세먼지 고농도 오염이 발생하면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이 80% 이상 높아진다고 주장할 정도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중국발 미세먼지 공습'이란 제목을 붙여 정부의 주장을 극적으로 표현해 보도했다. 학계나 사회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정부와 언론, 학계, 사회단체가 입을 맞춰 말하니 지난 6년 동안 '미세먼지=중국'이란 수식은 기정사실로 됐다.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글에 "중국 간첩", "중국 돈 먹었다", "매국노" 등 악플이 서슴없이 달리기도 한다.
중국 학자들도 인정한다. 자기 나라 미세먼지가 한국과 일본, 멀리는 미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물론 이 논문들이 미세먼지 영향만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향을 미친다'는 말과 '절대적인 영향'은 전혀 다른 것이다. 인터넷상에는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을 '모두 중국 탓'으로 돌리는 주장과 정보가 넘쳐난다. 엄청난 양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덮치는 인공위성 사진이나 실시간 영상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료, 검증되지 않은 조잡한 예상 오염도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착각한 것이다. 일부 방송국에서 이런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을 인용해 보도해서 국민들의 눈을 혹하게 하고 있으니 무리가 아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수백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리나라까지 날아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설득력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화산이 폭발하면 가까운 곳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산재 때문에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지만, 멀리 떨어진 곳은 그렇지 않다. 도로 바로 옆은 매연이 심하지만 멀리 떨어질수록 덜하다. 이런 현상은 공기 중 오염물질은 멀리 갈수록 희석되기 때문이다. 굳이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자연법칙이다.
'미세먼지=중국'이란 수식은 이런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주장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질 예측 모델링에 의존해 서해안을 날아온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서는 똘똘 뭉쳐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보다 무려 4배까지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연구 결과도 자기들끼리 주장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논란이 많은 주제일수록 국제 학술지 게재 등의 방법을 통해 최소한의 신뢰성은 갖춰야 한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긴 세월 동안 국민 세금을 들여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사용하고도 국제 학술지에 지금껏 관련 연구를 게재한 적이 없다. 심지어 국내 학계에 세부 정보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자신들의 모델링 결과에 자신이 있다면, 무릇 거기에 걸맞은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지, 무조건 믿으라고 하면 억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대기질 예측 모델은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서 오염물질의 공간적, 시간적 농도 변화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정식 자체는 대기 전공 대학생이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며, 여러 가지 공유 프로그램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모델 추계라는 것이 워낙 불확실성이 크고 오차도 크다. 연구자가 임의대로 입력 변수를 취사선택하거나 변형하면 어떤 의도하는 결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때문에 모델에 입력하는 자료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모델링 하는 사람들이 철칙으로 삼는 말이 있다. '쓰레기를 집어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이다.
▲ 숨 막히는 서울미세먼지가 매우나쁨 수준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된 14일 오후 서울N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가 뿌옇게 흐려 보이고 있다. ⓒ 이희훈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 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자료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배출량과 세부 기상자료다.
최근에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 있다.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중국' 탓을 하는 모델링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 자료는 알고 보니 2010년 자료였다. 무려 10년 전 자료를 가지고 현재의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모델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료는 정확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공개한 '2015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미세먼지(PM10) 총 배출량은 23만 3177t으로, 1년 전인 2014년 배출량 9만 7918t보다 무려 2.3배가 높은 것으로 수정됐다.
PM2.5도 마찬가지다. 2015년 전체 배출량이 9만8806t으로 2014년 6만3286t의 1.6배였다. 1년 사이에 이렇게 배출량이 급증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
PM10(미세먼지)에 지금까지 집계에 포함되지 않던 날림 먼지(비산 먼지)와 생물 연소에서 배출되는 먼지 등이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고기·생선구이에서 배출되는 PM2.5(초미세먼지)도 이때까지 통계에서 빠져 있었다. 그동안 국립환경과학원이 우리나라 오염물질 배출량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 배출량은 지금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지난 2010년 과거자료를 사용하고, 우리나라 배출량은 절반으로 축소된 지난 2014년 자료를 입력했기에 잘못된 수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자기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조차 게재하지 못하는 약점을 감추는 방법으로 나사(NASA)와의 공동 연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다. '한미 대기질 합동 연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사 이후 발표된 중간보고서를 보면, 이 연구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연구다.
먼저, 2차 미세먼지 생성은 지역 내 오염원이 지배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휘발성 유기물질(VOCs),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 암모니아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PM2.5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둘째는 휘발성 유기물질이 오존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감축하면 바로 PM2.5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의 오염물질 배출량 통계가 과소평가된 것이며, 넷째는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점오염원의 영향은 수도권 남쪽 지역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서울이 주변 지역, 아시아 대륙(중국) 또는 북반구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매우 급격하게 바뀔 수 있어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KORUS-AQ 예비종합보고서'는 국내 오염물질 관리와 감축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실행을 제안한 연구 결과이며, 모델링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연구 결과가 환경부의 설명회와 보도자료를 통해 느닷없이 모델링에 의한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도를 산출한 공동연구처럼 왜곡보도 됐다.
KORUS-AQ는 우리나라의 오염물질 영향은 '장거리 이동이 오염의 주원인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중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으로 인해 PM2.5 오염이 극대화된 적은 있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보도자료에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국내 52%, 중국 34% 영향'이라고만 썼다. KORUS-AQ 예비종합보고서가 모델링에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어 과학적인 데이터로 사용하기에 부족한데도 말이다.
KORUS-AQ 예비종합보고서 소개에는 '그러나 한국의 대기질 문제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KORUS‐AQ의 연구기간이 불충분 하였기 때문에, 과학적 측면의 가치와 해석상 한계가 동 연구에 공존한다는 것을 도입부에서 밝히는 바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걸 정부와 언론 등이 확대, 재생산해 전파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국제적으로 확증된 것처럼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황당하고 비상식적이며 비과학적인 일을 정부 기관이 해 왔다. 그리고 그 권위와 결과를 맹목적으로 믿은 언론은 비판 없이 받아쓰기만 했다. 그 결과 무능한 환경부의 정책결정자들에게 빠져나갈 구실을 마련해줬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모델링 결과를 국가 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서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지난 6년간 일어났던 미세먼지 정책의 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 모델링을 그쪽 전문가들끼리 열심히 연구하게 하는 것까지는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정책의 보조적 수단이어야 한다. 허술한 모델링 결과에 기반을 둬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에서는 걸핏하면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며 적극적으로 항의하라는 주장을 편다. 항의의 목적은 중국의 미세먼지를 줄이라는 것일 테다.
중국은 지난 5년 짧은 기간 동안 40% 가까이 오염 물질을 줄였다. 우리나라가 항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나라 국민들을 위해서다. 중국은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1백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인 것이다.
▲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 배출 주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철회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최윤석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국립환경과학원의 말대로 높다면, 같은 기간 동안 우리는 미세먼지 오염도가 조금이라도 줄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같은 기간에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었다. 그러자 그동안 중국발 미세먼지 절대론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풍속이 변했다는 둥 별별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설사 그들의 새로운 주장을 그대로 믿어주더라도, 중국 미세먼지를 무려 40%나 감축해도 우리나라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국제기구나 학계에서는 환경오염물질의 국가 간 장거리 이동에 관한 공동연구와 협력을 권장한다. 그러나 서로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서 책임을 상대 국가에 추궁하고 소송 등의 방법으로 보상을 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국을 비난하는 근거로 사용하라는 것도 아니다.
유럽은 각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서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가 간에 소송을 내고 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다. 국가 간 환경문제는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인식과 합의가 국제 사회의 대세다.
지금은 깨끗한 대기질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도 과거에는 지금의 중국보다 더 심한 대기오염을 겪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대기오염을 개선해 온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돕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래야 중국도 대기 오염물질 감축 사업에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간접 보상이라도 하려 할 것이다. 이러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줄이면서 경제적 이익도 취할 수 있다.
환경 외교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근거도 부족한 자료를 들이밀며, 중국을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악담을 늘어놓고 소송을 제기하는 게 아니다. 서풍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에 절대적 원인이라고 고집하면, 최종적인 수혜자는 일본이 될 것이다. 일본은 중국, 북한 그리고 우리로 인해 이중 삼중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산출 방법은 현재의 사망률에 일정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인 데다가 인구도 많아 사망자 숫자가 우리보다 한 해 약 3.5배나 많다. 따라서 설사 우리가 중국에 피해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여기에 보태서 일본에 줘야 할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국가 간 소송이나 분쟁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순진하거나 무지한 것이다. 아니면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소영웅주의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환경 외교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며, 국가 간에 협력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면, 그것이 곧 환경 외교 난제를 풀어가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이다.
▲ 미세먼지 나쁨, 마스크 착용한 금연구역 단속자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금연구역 단속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 2005년 12.31 이전 수도권에 등록된 총중량 2.5톤 이상 경유차 운행제한과 자동차 배출가스, 공회전 단속 및 행정, 공공기관 주차장을 전면 폐쇄했다. ⓒ 유성호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은 미세먼지에 대한 본격적인 공동연구를 앞두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양국이 협력할 때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부는 요샛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결론을 짓고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고농도시 60~80%'라고 확정해 말하면서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중국 정부를 향해 공동연구를 거부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중 공동연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부는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 미세먼지 예측 능력 제고를 외치며 예산 타령을 하고 인력이나 기구를 늘려달라고 아우성 칠 게 아니라, 그동안 '미세먼지=중국'이란 수식을 만들어 국민을 속인 잘못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미세먼지 특별대책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순서가 맞다.
'미세먼지는 중국탓이지만 우리나라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비논리적이며 정신분열적 주장은 정리할 때가 됐다. 아직 잘 모르는 '미세먼지 중국탓'은 긴 호흡으로 한중 공동 연구에 맡기고, 우선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줄이기'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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