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삼성과 현대 등 5대 재벌 토지값만 10년새 43조 늘었다

[현장] 경실련 발표, “재벌들 가진 토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등록|2019.02.26 17:59 수정|2019.02.26 17:59
 

▲ 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대 재벌 소유 땅값이 10년간 44조 증가했다고 밝혔다. ⓒ 경실련


삼성과 현대차, SK 등 5대 재벌들이 소유한 땅값이 최근 10년간 43조 6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동 부지를 소유한 현대차그룹의 토지자산은 5배 가까이 늘면서, 5대 재벌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 등에 공시(2007년~2017년)된 5대 재벌(삼성, 현대차, SK, 롯데, LG)의 토지 자산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 자산은 지난 2007년 총 23조 9000억 원(장부가액 기준)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5대 재벌의 토지자산은 67조 5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10년 새 2.8배, 무려 43조 6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오늘 자료에도 나와 있듯이 재벌들은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며 "근본적으로 재벌의 경제력이 기술 개발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보면, 2017년말 토지자산은 현대차그룹이 24조 7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이 가진 토지자산은 지난 2007년 말 5조 3000억 원이었지만, 10년새 4.7배 급증했는데, 증가폭도 5대 재벌 가운데 가장 컸다.

현대차 뒤를 이어 삼성은 16조 2000억 원, SK 10조 2200억 원, 롯데 10조 1900억 원, LG 6조 3000억 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5대 재벌의 계열사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자동차의 토지 자산이 10조 6000억(2017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전자(7조 8000억)와 기아자동차(4조 7000억), 호텔롯데(4조 4000억 원), 현대모비스(3조 5000억) 등의 순이었다.

경실련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재벌 부동산 자산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세처의 법인 토지 보유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기준 상위 10위 법인들의 토지는 공시지가 기준 385조 원으로 집계됐다.

"장부가액과 공시지가 간 격차, 기업들이 투명하게 토지 소유 내역 공개해야"

 

▲ 5대 재벌 소유 토지자산 현황 ⓒ 경실련


상위 50위 이내 법인으로 확대하면 토지 보유 총액은 548조원까지 늘어난다. 경실련이 공시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토지자산 총액(67조 5000억)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수치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국세청 자료로 보면 기업의 상호는 알 수 없지만 5대 재벌 계열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상 장부가액과 공시지가 간 격차가 존재하고, 실제 시세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이어 "재벌들이 보유한 토지는 장부가액과 공시지가, 공시가격, 시세 등을 의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대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보호와 기업 투명성 향상을 위해서도 공정거래법상 이런 것들은 공개 의무 사항에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운동 본부장은 "예전에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가 비업무용이나 비사업용이면 중과세하고, 토지를 강제 매각하도록 했다"며 "그 뒤 이런 규제들이 소리없이 사라졌고, 현재는 재벌들이 가진 토지를 어떻게 분류하고, 관리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