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갈 곳 없어 입원하는데..." '임세원법' 역주행 우려
인권위, 정신장애인 실태조사 발표... "병원 밖에서 치료받게 지원해야"
▲ 김민 한국정신장애연대 정책자문위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정신장애연대, 이명수·오제세 의원 공동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정신질환자가 편견 없이 언제든지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고 임세원 교수의 유지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한국정신장애연대, 이명수·오제세 의원 등과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신장애인 입원 70%는 본인 아닌 가족이 결정
인권위에서 지난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조현병, 양극성장애, 지적장애 등 정신장애인 375명과 가족 1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신장애인 스스로 입원을 결정한 경우는 20% 정도에 그쳤고 부모나 형제, 배우자 등 가족이 입원을 결정한 경우가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입원 기간도 1년 이상이 절반(52.2%)을 넘었고, 5년 이상도 16.6%로 나타났다. 입원이 장기화된 이유(중복응답) 중 '병원 밖에서 정신질환 증상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3.3%에 그쳤고, 나머지는 '퇴원 후 살 곳이 없어서'(24.1%),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어서'(22.0%), '가족이 퇴원을 원치 않아서'(16.2%) 등 병원 말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응답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심지어 '병원에 머무는 것이 익숙하고 편해서'(5.6%)라거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이 무섭기 때문'(5.0%)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정신병원 입원이 회복에 도움" 11.4% 그쳐
정작 '정신병원 입원'이 정신장애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중복응답)은 11.4%에 그쳤고, '꾸준한 약물 복용'(31.7%), '정신과 외래 진료'(15.4%), '전문가 상담'(14.0%), '가족의 지지와 지원'(11.1%) 등을 주로 꼽았다.
당사자·가족·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점집단(FGI) 면접조사에서도 ▲병원과 지역사회 정신재활서비스기관, 정신건강복지센터간 연계 미흡 ▲ 지역 심리·상담치료서비스 부족 등 정신장애인 퇴원 이후 지역사회에서 치료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가 주로 지적됐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권오용 예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정신건강복지법을 강화해 정신장애인 입원을 쉽게 하겠다는 게 주류처럼 돼 걱정"이라면서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도 한 인간이고, 인격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상환 인권위 상임위원도 "인권위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입원과 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논의되고 있을 뿐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 어디에서, 어떻게 치료받고, 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이제는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의 인권 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복지를 위한 법으로 탈바꿈될 수 있도록 많은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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