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로스쿨생은 왜 '고시생'이 되었나

법무장관실에서 온 답장, 그 팩트체크 ①

등록|2019.03.04 17:14 수정|2019.03.04 18:52
지난해 11월, 기자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관련기사: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 데이트 신청합니다). 그해 10월 25일 박상기 장관이 네이버 법률판과 한 인터뷰에서 "현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률이 49.9%로 문제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그건 거짓말이다, 팩트체크를 해라, 80% 넘는 학생들이 다 합격한다"고 답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아서다.
 

▲ 지난해 10월25일 네이버 법률판과의 인터뷰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0%가 넘는다"며 "반도 안되고 다 떨어진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이 인터뷰 영상은 법무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홍보용으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 박은선


기자는 일반인의 평범한 상식에 따른 합격률은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고 그에 의하면 2018년 1월에 있은 제7회 변시 합격률은 49.3%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며 박 장관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또 오마이뉴스가 장관실에 정식으로 대면인터뷰도 요청했다. 이에 당시 장관실에서는 "서면인터뷰만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1월 29일 기자는 법무장관실에 서면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지난달 18일 전국 로스쿨 학생들의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주최의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총궐기대회' 이후인 20일 오전에야 답을 받았다. 장관실에서 온 답변의 제목은 <언론 취재 회신>. 이를 박 장관과의 인터뷰로 갈음할 수 있는지 묻자 대변인실은 "장관에게 보고는 되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언론 취재 회신>은 대면인터뷰와 달리 동문서답으로 회피해도 추가 질문 등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위 회신을 주제별로 정리하여 그 내용 일체를 공개하면서도 법무부의 기존 보도자료, 법학계의 연구결과, 여러 주체들의 의견들을 참고해 답변별로 팩트체크를 해본다. 그 순서는 <로스쿨생은 왜 '고시생'이 되었나>, <변호사시험은 왜 '고시'가 되었나>, <변시 평생응시금지제, 위헌문제는 없나> 이다.

먼저 로스쿨의 고시학원화에 대한 장관실의 입장에 대한 팩트체크부터 시작한다.

- 박 장관은 지난해 10. 25. 네이버 법률판과의 인터뷰에서 '변시 합격률은 80% 이상'이라고 했다. 추측건대 이는 '누적 합격률'인데, 이와 같은 전문자격시험 합격률 산정의 경우가 우리나라 다른 시험에, 또는 전세계에 또 있는가?
[법무부 답변]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1~7기 전체 석사학위 취득자 대비 누적 합격률은 평균 83.10%이고, 5년 내 5회 시험 응시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4~7기 누적합격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표와 같음)
 

▲ 법무부가 <언론 취재 회신>에서 제시한 변시 누적합격률.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0월 25일 이에 근거에 "변시 합격률은 80%이상"이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시험의 합격률을 '첫시험응시부터 마지막시험응시까지'로 하여 산정하는 경우는 비상식적이라는 것이 로스쿨계의 주된 입장이다. ⓒ 박은선


[팩트 체크] '한겨울에 반바지 입는 사람이 너 말고 또 있니?' 하고 물었는데 '난 반바지를 입고 있어' 한다면 질문은 참 무색해진다. "전문자격시험 합격률 산정을 누적 합격률로 산정하는 경우가 또 있는가" 하고 물었으나 법무부로부터 '누적 합격률은 83.10%'란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격시험의 합격률을 관련 기관이 누적을 고려해 공표하는 경우는 없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제시한 표를 해석해보자. 해마다 로스쿨에 2천명이 입학한다. 그런데 로스쿨 7기생들이 졸업하는 해인 2018년을 기준으로, 1기생들은 2천명 중 1,835명이 학위취득(정상졸업)을 했고 그 중 1,672명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했으니 1기의 학위취득자 대비 변호사자격 취득자는 91.12%란다 . 그리고 이런 식으로 2018년을 기준으로 각 기수별 졸업생 대비 변호사자격 취득자의 누적비율을 평균하면 83.10%가 된다.

즉, 법무부가 제시하는 '합격률은 83.10%'의 핵심은 '누적과 평균'이다. 특히 어떤 기수가 변호사시험 응시를 시작해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더이상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는 때까지의 모든 기간을 고려해 합격률을 산출해낸 '누적적 산정'이 그 핵심. 이러한 합격률 산정 방식을 로스쿨 학생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10월 25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누적)합격률은 80% 이상'이란 발언과 관련해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는, "누적합격률을 내세우다니, 아니 로스쿨 학제가 3년제가 아닌 7년제라는 건가? 그럼 왜 우린 나머지 4년을 로스쿨이 아닌 학원에서 공부하지?",  "첫 시험응시부터 마지막 시험응시까지를 기준으로 합격률을 산정한다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망률은 100%란 말이냐. 법무부의 꼼수가 놀랍다"와 같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 박 장관의 '변시 합격률은 80% 이상'이란 말이 팩트라고 하자. 과거 박 장관은 '합격률이 80%가 되면 로스쿨 정상적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 바 있는데, 그럼 합격률 80% 이상인 지금 로스쿨의 비정상 교육에 대한 비판들이 왜 나오는 것인가? 
[법무부 답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교육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 취지 및 교육이념에 부합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법학전문대학원을 관리하고, 법무부는 교육과 연계하여 변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정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수준 높은 교육으로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법조인 양성이 요구된다(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이에 법무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발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협력해 나감과 아울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 '교육과 연계된 시험 운영', '양질의 법조인 배출'을 위한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 활동을 지속하도록 하겠다."
 
[팩트 체크]  '반바지를 입은 이유가 무엇이니?' 하고 물었는데 '앞으로는 옷을 잘 입겠다'며, 묻는 말에 답하기는커녕 갑자기 의지를 다질 때도 질문은 무색해진다.

박 장관은, 2005년 로스쿨 설립 초기에 <로이슈>에서 "합격률 80%가 되면, 학생들은 합격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 바 있다. 즉, "80% 정도의 합격을 보장할 경우 (...)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수험교육이 아니라 (...) 보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법률가 양성이 가능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기자는, 박 장관의 '합격률 80%가 되면 로스쿨의 정상적 교육이 가능하다'는 말을 뒤집어 '현재 로스쿨의 비정상 교육은 현재 합격률이 80%라는 말이 거짓말임의 반증'은 아닌지 확인해본 것.

'변호사이자 교사'(관련기사: "왜 변호사가 기간제 교사하냐고 많이들 물어본다")인 박종훈 변호사는 "위 질문의 정확한 답은 '엄격한 정원제 상대평가 시험 앞에서 교육은 반드시 흔들린다. 갈수록 소수에게만 변호사자격을 주게 되면서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되어버렸다'는 것, 즉 법무부의 '현실인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법무부가 변호사자격의 '기준'이 아닌 '수치'에 초점을 맞추며 원론적인 얘기만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남대 로스쿨 재학생인 양필구씨는, "지난 '2.18.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 당시 한 유명 민사법 강사는 익명으로 후원금을 냈고 박모 강사는 강의 도중 학생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해당 집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솔직히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 변시 학원 강사에게 이득이다. 그럼에도 학원강사들까지 학생들의 집회를 이해하고 지지할 정도로 로스쿨 교육은 비정상이고 근본문제가 '변시 합격률 하락' 에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딴소리로 회피하는 모습이 가상하기까지 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 로스쿨 특별전형 입학자의 제7회 변호사시험에서의 합격률은 몇 퍼센트인가? 또 그 합격률이 적정하다고 평가하는가?
[법무부 답변] "특별전형 입학자의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당사자 개인의 동의 없이는 수집이 곤란하므로, 법무부에서는 해당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지 않아 특별전형 입학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알 수 없다."

[팩트 체크]  '요즘 긴바지 입는 이들은 얼마나 되니?'라는 물음에 '관련 자료가 없다'고 하면 그건 또 적절한 답일까? 로스쿨 입학전형 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이 있다. 그런데 점차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이들 사회적 약자들이 '로스쿨에 입학은 하나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위 질문은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던 것.

실제로 2015년 4월 법무부는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의 법조인 다수 배출, 총 75명'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적 여건 등이 열악한 계층에서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입학생 75명이 제4회 변시에 합격하였음(제1회부터 제4회까지 총 315명), 제1회 82명, 제2회 75명, 제3회 83명 합격'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제5회 이후 법무부는 특별전형 입학생의 변시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별전형으로 서강대 로스쿨에 입학했던 최모씨는, "제5회 변시부터 법무부가 특별전형 입학자들의 변시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최근 급격히 낮아진 합격률하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로스쿨에 입학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서 이를 은폐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정형편상 휴학을 하여 늦게 졸업했는데 최근 변시 합격률이 너무 낮아져 장애를 가진 나는 합격이 쉽지 않다. 조만간 국회의원을 통해 특별전형 입학자의 합격률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예정인데, 만일 해당 정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법무부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근 법무부는 선택과목 시험을 폐지하고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걸로 아는데, 이것이 현 '로스쿨 특성화 교육 붕괴'의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보는가?
[법무부 답변] "지난해 11월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개선 위원회 운영 결과, 로스쿨 여론 수렴 결과 및 변시 관리위원회 심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변시 개선방안을 발표하였고, 그 중 전문적 법률분야에 관한 과목 시험 개선에 대해 계속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다.

최근 로스쿨 측은 학생들이 학교의 수업을 등한시하고 수험 준비에 유리한 과목에 편중되는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특성화 분야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대신 선택과목 시험의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특성화 교육의 정상화를 담보할 수 있는 '충실한 학점이수제 실시를 전제'로 선택과목 시험 방식 개선방안을 제시하였으나, 변시 관리위원회의 논의 결과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채 계속 검토하기로 하였다."

[팩트 체크] 지난해 11월 국회에서는 금태섭 의원 주최로 전문법률과목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변시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가 있었다. 이것이 도입되면 변시에서 전문법률과목 시험이 없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원광대 로스쿨 졸업생인 이모씨는 "솔직히 한 과목이라도 변시에서 빠진다면 조금이나마 부담이 주니 대환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연세대 로스쿨 졸업생은 , "우리학교는 의과대학 소속 교수님이 담당하시는 세브란스 병원과 연계된 '의료현장조사' 등 의료법 특성화 수업들이 잘 마련돼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진짜 로스쿨다운 공부를 할 수 있는 수업을 듣지 않는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0%대라서 지금 내가 변호사가 될지 말지가 문제인 학생들에게 특성화 교육은 사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사진은 연세대 로스쿨 홈페이지의 '의료현장조사' 교과목 소개. 이처럼 연세대 로스쿨은 '의료법 특성화 교육'을 위해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 병원 등과 연계된 의과대학 소속 교수의 현장조사 수업까지 마련하고 있지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지난해에 이 수업을 들은 학생은 극소수였다. ⓒ 박은선



서울대 로스쿨 재학 시절 국제인권 모의재판 활동 등 해당 로스쿨의 특성화 분야인  '공익 인권'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오현정 변호사는,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이 망가진 근본 이유는 법무부가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겠다는 당초 입장과 달리 변시를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면서 "선택과목 시험이 폐지된대도 근본적으로 정원제 선발시험 하에선 특성화 교육의 정상화, 나아가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는 실제 달성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자격시험화에 대한 논의 없는 변시 개선위원회는 미봉책만 제시했을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 지난달 18일 청와대 앞 광장에서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주최 '로스쿨 교육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로스쿨 학생들과 현직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4%대로 추락하면서 로스쿨이 고시학원이 되었다"며 그 정상화를 촉구하였다. 사진은 당시의 행진 장면. ⓒ 박은선

 [법무장관실에서 온 답장, 그 팩트체크]
① 로스쿨생은 왜 '고시생'이 되었나 http://omn.kr/1hlqm
② 변호사시험은 왜 '고시'가 되었나 http://omn.kr/1hnaf
③ 변시 평생 응시 금지제, 위헌 아닌가 http://omn.kr/1hnsq
 
덧붙이는 글 기사를 작성한 박은선은 현재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합> 소속이다. 기사의 수익금은 전액 법조문턱낮추기 및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