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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에 있는 왕의 무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절경

[사진] 3.1절 새벽, 경주 문무왕릉을 카메라에 담다

등록|2019.03.01 19:21 수정|2019.03.01 19:21
경상북도 포항에 이사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사 뒷마무리에 학교 개강 준비까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포항 주변 첫 나들이에 나선다. 마침 3월 1일은 하늘도 맑은 편이고 일교차가 10도 이상이라 해무를 보기에도 적당한 날씨였다.
 

▲ 해무와 어우러진 문무대왕릉 풍경 ⓒ 유영수

10년 전쯤 처음 찾았을 때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매료돼 늘 잊지 못하고 있던 경주 문무대왕릉의 풍광을 기억하며, 이제 꽤 가까운 거리에서 찾아가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새벽 일찍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문무대왕릉은 알려진 바와 같이 수중릉이라 일반적인 왕릉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신비함이 있다. 또한 바다 한가운데에 멋지게 형성된 화강암들 위에 갈매기들이 앉아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매우 아름답다. 그래서 매일 아침 특히 맑은 날이면 저마다의 '인생샷'을 담기 위해 모여든 많은 사진가들의 차량으로 북적댄다.
 

▲ 삼삼오오 앉아있는 갈매기들 ⓒ 유영수

해돋이나 해넘이를 촬영하기 위해 바닷가를 찾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해돋이나 해넘이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특히 바닷가일수록 안개 등 일기 조건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이곳 경주 문무대왕릉에서 수중릉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감상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기대 이상으로 행운이 겹친다. 해무와 함께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은 물론 멋지게 떠오르는 붉은 해까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 경주 문무대왕릉 ⓒ 유영수

1시간 가까이 추위에 벌벌 떨며 촬영한 사진을 집에서 정리하며 이런 생각에 잠겨본다. 갈매기들은 사진가들이 몰려든 바닷가 모래사장에 떼를 지어 앉아있다. 어떤 갈매기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품어내는 바위 위에 삼삼오오 앉아 그들만의 감상에 빠져있다. 또 다른 갈매기는 홀로 하늘을 날아오르며 한 폭의 그림에 작은 역할을 담당해준다.

그런데 아무도 자신과 다른 곳에 있다고 해서, 그 누군가 특이한 날개짓을 한다고 해서 다른 갈매기를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있는 곳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늘 아둥바둥 다투며 "내가 잘났니, 너는 그게 문제니"하며 서로 손가락질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부끄럽게 느끼며, 오늘도 낮은 곳을 향해 지고있는 '또 하나의 해'를 바라본다.
 

▲ 경주 문무대왕릉 ⓒ 유영수

▲ 경주 문무대왕릉 ⓒ 유영수

▲ 경주 문무대왕릉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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