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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 습격한 100년 전 부천 농민들

[부천지역 3.1운동 100주년 1 ] 소사리 독립만세운동과 계남면사무소 습격 의거

등록|2019.03.06 10:39 수정|2019.03.08 15:20
3.1운동 100주년의 과업은 친일 청산이다.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운동과 친일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역은 친일 잔재와 역사 왜곡의 사각지대다. 그래서 부천 지역의 3.1운동 100년의 역사 바로 알기 연재를 통해 우리 동네 친일 청산 과업에 참여하려고 한다. -기자 주-
 

▲ 조선총독부의 소사리 만세운동 보고서 ⓒ 국사편찬위원회


[기사수정: 8일 오후 3시 22분]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이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번졌다. 고종의 장례일인 3월 1일 서울을 비롯한 평양, 진남포, 의주, 원산 등지에서 독립 선언식과 함께 항일만세운동이 시작됐다.

"동군(仝郡) 소사(素砂) 24일 계남면 소사리(素砂里) 부근 여섯 개 마을 높은 곳에서 화톳불(篝火)을 피워 놓고 독립만세를 큰 소리로 외치자 소사주재(素砂駐在) 순사(巡査)가 곧바로 달려가 해산(解散)시켰다." (조선총독부 경무청감부 고등경찰과의 독립운동에 관한 건(26보))

부천에선 3.1운동 24일 후인 1919년 3월 24일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조선총독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소사리 등 인근 6개 마을 주민들이 산에 올라가 화톳불을 피워놓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양경직(경기·부천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괴안리(현 괴안동) 범박리(현 범박동) 벌응절리(현 역곡동) 심곡리(현 심곡동) 조종리(현 원미동) 주민들이 독립만세운동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총독부 보고서엔 소사리만 특정되어 있을 뿐 나머지 5개 마을 이름은 기록에 없다.

부천 항일운동의 꽃 '계남면사무소 습격 의거'
 

▲ 계남면사무소 자리는 현재 경원여객 차고지로 사용되고 있다. ⓒ 조호진


부천 항일운동의 꽃은 일제의 수탈 정책에 항거한 농민들의 계남면사무소 습격 의거다.

1919년 3월 24일 일제와 친일 지주들의 수탈과 억압에 시달리던 계남면 중리(현 부천시 중동) 농민 200여 명이 계남면사무소를 습격했다. 면장과 면서기 등 직원들은 달아난 상태였다. 농민들은 면사무소 유리창 등을 부수면서 진입해 수탈 장부인 민적부(民籍簿)와 과세호수대장과 연초판매수납부, 묘지 사용료 원부철 등 수십 권의 장부를 불태우고 집기를 부수었다.

동맹 휴학과 동맹 파업 그리고 소작료 인상 반대투쟁
  

▲ 부천의 항일운동 사적지인 계남면사무소 안내판. ⓒ 조호진


부천 3.24 독립만세운동과 계남면사무소 습격 의거 이후 부천 지역 학생들과 노동자·농민들은 동맹 휴학과 동맹 파업 등의 투쟁으로 일제에 항거했다.

1922년 6월 22일 부천공립보통고등학교 일본인 교장 미야우치가 조선인 교사와 학생에게 민족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고 이에 항의하자 처벌을 가했다. 그러자 200여명의 학생들이 동맹 휴학에 들어갔다.

1927년 9월 24일 일본인 소사역장이 조선인 하역노동자를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소사역(현 부천역사)에서 하역을 하던 노동자들이 역장의 징계를 요구하며 동맹파업을 전개했다.

1926∼1927년 농민 수탈 조직인 부평수리조합이 조합비를 과다 징수하고 소작료를 인상하자 소작인들은 청년·노동단체와 연대해 일제 및 친일 지주에 맞섰다. 부평수리조합 조합원들은 조합비 납부 거부운동, 소작인들은 농민조합을 결성하면서 소작료 인상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3.24 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에 동참해주세요!
 

▲ 시민운동단체들이 주관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재현행사 웹포스터 ⓒ 민문연 부천지부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 부천시민연합, 부천민예총 등 3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부천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아래, 부천 추진위)가 '계남면사무소 습격의거'와 '소사리 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주관한다.

부천 추진위는 오는 24일 오후 2시부터 부천 중앙공원에서 부천시청 잔디광장까지 만세 행진을 한 뒤, 잔디광장에서 계남면사무소 습격의거 재현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래 '계남면사무소' 자리는 현재 경원여객 차고지로 이용되고 있어 재현 행사의 원활한 진행과 시민들의 참여 편의를 위해 위의 장소로 정해졌다. 이날 재현 행사에선 부천시민 33인 대표의 독립선언서 낭독과 독립군가 제창 등이 이어진다.

민족문제연구소 박종선 부천지부장은 5일 "100년 전의 3.1만세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은 지사와 의병 등 독립 운동가들만 한 게 아니라 이름도 없는 민중들이 떨쳐 일어나 일제에 항거한 전 민중의 운동이었다"면서 "부천의 독립운동을 기리고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계남면사무소 습격 의거 재현행사 등을 준비했다"며 부천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덧붙이는 글 조호진 기자는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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