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 이상한 사장 때문만은 아냐... '존버'하지 말자"
[제왕적 지배문화와 갑질 사회-인터뷰 ①] 최혜인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
시사·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은 '제왕적 지배문화와 갑질 현상'이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며 지배문화로 자리해 온 갑질 현상의 실체와 이로 인한 부작용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는 이 특집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직장갑질119'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혜인 공인노무사를 만나 문제점과 대안을 들어보았다. - 기자 말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잘 산다'는 식의 표어 속에 인권 침해가 용인되었듯, 직장 갑질 역시 잘못된 인식에 근원이 있다."
한국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과 '직장갑질119'에서 공인노무사를 맡은 최혜원 노무사는 "직장 갑질이야말로 심각한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대한민국에 있는 100개의 회사 중 35개에서 불법과 괴롭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아냈다"며 "직장 갑질이라는 게 성격이 이상한 사장 때문이거나 인간관계 불협화음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걷어 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한국 사회에 넓게 퍼져있다"고 말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직장 내에 만연해 있는 갑질 현상을 조목조목 사례를 들며 설명하고, 아울러 불의한 갑질을 바라만 보거나, 버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서면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걷어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한국 사회에 퍼진 갑질"
- 우리 사회의 갑질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18년 11월, '직장갑질119'는 전국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직장 갑질 지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18년 대한민국 직장 갑질 지수는 35점으로 나왔다. '100점 만점에 35점이면 별로 높은 게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지수를 측정한 문항들을 살펴보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수 문항들은 '기본적인 노동법 위반 여부'와 '비합리적인 괴롭힘이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0점이 나와야 한다. 35점이라는 점수는 대한민국에 있는 100개의 회사 중 35개에서 불법과 괴롭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갑질이라는 게 성격이 이상한 사장 때문이거나 인간관계 불협화음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걷어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이미 한국 사회에 넓게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제왕적 갑질 현상이 직장 내 왜 만연하다고 보는지?
"2018년 5월 14일, 중앙일보는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된 대한항공 오너일가 전방위 수사,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질문의 답은 기사 제목 속에 있다. 바로 '오너'라는 표현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너'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owner'는 소유주, 즉 주인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대한항공의 주인이 조양호 회장이라면, 한국의 주인은 문재인 대통령일까?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한 기업의 대표를 쉽게 '주인'이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인식이 담긴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내가 회사의 우두머리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갑질을 당하는 사람은 "회장 정도 되니깐 그러려니 할 수밖에"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다.
그러는 사이 직장 내 권력은 쉽게 남용되고 어느 순간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잘 산다'는 식의 표어 속에 인권 침해가 용인되었듯, 직장 갑질 역시 잘못된 인식에 근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직장갑질119'에 신고나 제보된 건수는 지난해 얼마나 되나?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2017년 11월 1일 이후로 지금까지 약 7000여 개의 이메일 상담이 접수됐다.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오픈 채팅방 상담은 건수를 집계할 수 없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쉼 없이 상담을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임금과 잡무지시, 직장 내 괴롭힘이 절반 이상"
- 신고된 갑질현상은 주로 어떤 분야가 많았는지?
"'직장갑질119'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오픈 채팅방과 이메일로 접수·상담한 갑질들을 14개로 유형화한 후 통계 작업을 진행했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임금과 잡무 지시, 직장 내 괴롭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임금이야 근로기준법으로 규율할 수 있지만, 잡무 지시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은 현재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실효성 측면의 한계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법이 있다고 다 보호받을 수 있을까? 가장 많은 유형의 갑질을 예로 들어보겠다. '사장이 연장근로수당을 안 줘요'라는 글이 있다. 사장은 포괄임금제라고 주장하면서 이미 연장근로수당을 다 지급하고 있다는데, 직원은 일한 만큼 임금을 못 받는 것 같아서 노동청에 진정한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포괄임금제 계약을 했더라도 근무 형태에 따라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데, 근로계약서를 보면서 포괄임금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체불 임금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임금체납은 7위와 8위를 차지한 근로계약과 법적 절차에서의 갑질과 얽힐 수 있다. 만약 진정을 이유로 괴롭히거나 해고할 경우 3위를 한 직장 내 괴롭힘과 4위에 해당하는 징계 해고 갑질이 된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는 9위에 해당하는 갑질로 이어진다. 유형을 분류하긴 했지만 갑질은 새로운 갑질로 몸집을 불려가며 어느새 범죄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 형성 중요"
- 최근 직장 내 갑질 현상의 사례를 사회에 폭로한 적이 있는지?
"직장 갑질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피해자가 직접 회사에 항의하는 방식, 국가인권위원회나 노동청·노동위원회·경찰서 등 국가기관에 신고하는 방식, 노동조합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 등이 있다. 물론 언론에 제보해 이슈화하기도 했다.
- 폭로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11년 동안 총 12번 계약해지를 당했다. 11년 동안이나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했으면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했는데 공공기관은 계약해지 명목으로 근로자를 해고했다. 언론에 제보해 기사화하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도 병행했다. 당연히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어떤 사기업에서는 회장이 마라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주 2회 마라톤연습을 시키고 1년에 10번 이상 대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마라톤 갑질도 언론에 제보해 마라톤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입장을 받아냈다. 이런 갑질들을 언론화해서 대중들로부터 공감받고 무궁무진한 갑질들에 대해 경각심을 주었다."
- 갑질 현상을 개선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노동 관계법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촘촘하게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건 '당사자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직장갑질119' 출범 이틀째 되는 날,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오픈 채팅방에 들어와 장기자랑, 체육대회, 임금체납 등 직장에서 겪는 문제들을 토로했다.
이를 계기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국정감사까지 진행되면서 약 6개월 후 단체교섭까지 체결할 수 있었다. 직장 갑질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법에서 정한 것 이상의 변화를 이뤄냈다. 약자였던 피해자들이 상황을 역전시킨 주인공이 됐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노동조합도 좋고 '직장갑질119'의 커뮤니티를 통해 직종별 모임을 구성하는 것도 좋다. 어떤 형태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고충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가능한 것부터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갑질에도 묵묵히? '존버'하지 말자"
-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안팎이다.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대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고용이 안정된 곳에서도 갑질이 만연한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어떻겠나.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소리 낼 수 없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기에 기본적인 법적 보호가 갖춰져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괴롭힘 발생 시 각종 조치사항을 사용자의 의무로 규정 할 뿐 '행정기관은 개입하지 않는 점' '괴롭힘 행위자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이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지만 폭행 금지(제8조)와 같은 당위적인 조항들은 이들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영세사업장에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문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존버 정신'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꿋꿋하게 버티라는 말이다. 가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버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장에서 뭔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진짜 부당한 일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위 사람들과 공유해 객관화시켜 볼 필요도 있고, '직장갑질119'나 '노동센터'와 같이 상담받을 수 있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참고 버텨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 최혜인 노무사'직장갑질119'를 지키는 최혜인 노무사. ⓒ 최혜인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잘 산다'는 식의 표어 속에 인권 침해가 용인되었듯, 직장 갑질 역시 잘못된 인식에 근원이 있다."
한국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과 '직장갑질119'에서 공인노무사를 맡은 최혜원 노무사는 "직장 갑질이야말로 심각한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직장 내에 만연해 있는 갑질 현상을 조목조목 사례를 들며 설명하고, 아울러 불의한 갑질을 바라만 보거나, 버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서면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걷어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한국 사회에 퍼진 갑질"
- 우리 사회의 갑질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18년 11월, '직장갑질119'는 전국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직장 갑질 지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18년 대한민국 직장 갑질 지수는 35점으로 나왔다. '100점 만점에 35점이면 별로 높은 게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지수를 측정한 문항들을 살펴보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수 문항들은 '기본적인 노동법 위반 여부'와 '비합리적인 괴롭힘이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0점이 나와야 한다. 35점이라는 점수는 대한민국에 있는 100개의 회사 중 35개에서 불법과 괴롭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갑질이라는 게 성격이 이상한 사장 때문이거나 인간관계 불협화음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걷어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이미 한국 사회에 넓게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제왕적 갑질 현상이 직장 내 왜 만연하다고 보는지?
"2018년 5월 14일, 중앙일보는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된 대한항공 오너일가 전방위 수사,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질문의 답은 기사 제목 속에 있다. 바로 '오너'라는 표현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너'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owner'는 소유주, 즉 주인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대한항공의 주인이 조양호 회장이라면, 한국의 주인은 문재인 대통령일까?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한 기업의 대표를 쉽게 '주인'이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인식이 담긴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내가 회사의 우두머리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갑질을 당하는 사람은 "회장 정도 되니깐 그러려니 할 수밖에"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다.
그러는 사이 직장 내 권력은 쉽게 남용되고 어느 순간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잘 산다'는 식의 표어 속에 인권 침해가 용인되었듯, 직장 갑질 역시 잘못된 인식에 근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직장갑질119'에 신고나 제보된 건수는 지난해 얼마나 되나?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2017년 11월 1일 이후로 지금까지 약 7000여 개의 이메일 상담이 접수됐다.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오픈 채팅방 상담은 건수를 집계할 수 없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쉼 없이 상담을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임금과 잡무지시, 직장 내 괴롭힘이 절반 이상"
▲ 직장갑질 유형직장갑질 상담 유형을 분야별로 분석한 표. ⓒ 최혜인
- 신고된 갑질현상은 주로 어떤 분야가 많았는지?
"'직장갑질119'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오픈 채팅방과 이메일로 접수·상담한 갑질들을 14개로 유형화한 후 통계 작업을 진행했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임금과 잡무 지시, 직장 내 괴롭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임금이야 근로기준법으로 규율할 수 있지만, 잡무 지시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은 현재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실효성 측면의 한계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법이 있다고 다 보호받을 수 있을까? 가장 많은 유형의 갑질을 예로 들어보겠다. '사장이 연장근로수당을 안 줘요'라는 글이 있다. 사장은 포괄임금제라고 주장하면서 이미 연장근로수당을 다 지급하고 있다는데, 직원은 일한 만큼 임금을 못 받는 것 같아서 노동청에 진정한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포괄임금제 계약을 했더라도 근무 형태에 따라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데, 근로계약서를 보면서 포괄임금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체불 임금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임금체납은 7위와 8위를 차지한 근로계약과 법적 절차에서의 갑질과 얽힐 수 있다. 만약 진정을 이유로 괴롭히거나 해고할 경우 3위를 한 직장 내 괴롭힘과 4위에 해당하는 징계 해고 갑질이 된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는 9위에 해당하는 갑질로 이어진다. 유형을 분류하긴 했지만 갑질은 새로운 갑질로 몸집을 불려가며 어느새 범죄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 형성 중요"
- 최근 직장 내 갑질 현상의 사례를 사회에 폭로한 적이 있는지?
"직장 갑질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피해자가 직접 회사에 항의하는 방식, 국가인권위원회나 노동청·노동위원회·경찰서 등 국가기관에 신고하는 방식, 노동조합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 등이 있다. 물론 언론에 제보해 이슈화하기도 했다.
- 폭로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11년 동안 총 12번 계약해지를 당했다. 11년 동안이나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했으면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했는데 공공기관은 계약해지 명목으로 근로자를 해고했다. 언론에 제보해 기사화하면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도 병행했다. 당연히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어떤 사기업에서는 회장이 마라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주 2회 마라톤연습을 시키고 1년에 10번 이상 대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마라톤 갑질도 언론에 제보해 마라톤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입장을 받아냈다. 이런 갑질들을 언론화해서 대중들로부터 공감받고 무궁무진한 갑질들에 대해 경각심을 주었다."
- 갑질 현상을 개선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노동 관계법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촘촘하게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건 '당사자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직장갑질119' 출범 이틀째 되는 날,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오픈 채팅방에 들어와 장기자랑, 체육대회, 임금체납 등 직장에서 겪는 문제들을 토로했다.
이를 계기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국정감사까지 진행되면서 약 6개월 후 단체교섭까지 체결할 수 있었다. 직장 갑질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법에서 정한 것 이상의 변화를 이뤄냈다. 약자였던 피해자들이 상황을 역전시킨 주인공이 됐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노동조합도 좋고 '직장갑질119'의 커뮤니티를 통해 직종별 모임을 구성하는 것도 좋다. 어떤 형태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고충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가능한 것부터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갑질에도 묵묵히? '존버'하지 말자"
▲ 직장갑질119직장갑질119 안내 포스터. ⓒ 직장갑질119
-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안팎이다.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대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고용이 안정된 곳에서도 갑질이 만연한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어떻겠나.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소리 낼 수 없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기에 기본적인 법적 보호가 갖춰져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괴롭힘 발생 시 각종 조치사항을 사용자의 의무로 규정 할 뿐 '행정기관은 개입하지 않는 점' '괴롭힘 행위자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이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지만 폭행 금지(제8조)와 같은 당위적인 조항들은 이들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영세사업장에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문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존버 정신'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꿋꿋하게 버티라는 말이다. 가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버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장에서 뭔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진짜 부당한 일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위 사람들과 공유해 객관화시켜 볼 필요도 있고, '직장갑질119'나 '노동센터'와 같이 상담받을 수 있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참고 버텨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사람과 언론> 제4호(2019년 봄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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