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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건설이 미세먼지 대책? 국민 생명 위협하는 것"

116개 시민사회단체, "핵폐기물 포화 상태, 원전 중단해야" 시민선언

등록|2019.03.06 15:26 수정|2019.03.06 15:59
 

시민사회단체 시민선언 발표 "핵폐기물 답이 없다"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참여연대 등 116개 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핵폐기물 답이 없다’ 시민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이들은 “더 이상 핵폐기물 숙제를 미래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라며 “핵페기물을 둘 곳이 없다면 핵발전을 멈추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시민 2074명과 116개 시민사회단체가 뭉쳤다. '미세먼지가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주장하는 보수 야당과 언론, 원자력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핵폐기물 처리 등 국민 안전과 경제성은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6일,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발전소 중단 없이 핵폐기물 대안은 없다'라며 시민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에는 116개 시민단체가 참여했으며, 선언자 명단에는 온라인에서 진행된 '핵폐기물 답이 없다'라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207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고리 핵발전소 1호기가 가동된 이래 40년 이상 핵발전을 하면서 쌓아둔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총 1만 4000t에 이른다"라며 "핵발전을 멈추지 않는 한 해마다 750t이 추가로 누적되고 있으나 아직 이를 처분할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방편으로 보관 중인 핵발전소 내 저장 수조도 현재 포화상태다"라며 "이대로라면 핵폐기물을 둘 곳이 없어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어야 할 지경에 이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원전 사용후핵연료 포화 상태 심각 
 

시민사회단체 “핵폐기물 답이 없다, 핵발전소 폐쇄하자”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참여연대 등 116개 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핵폐기물 답이 없다’ 시민 선언을 발표했다. ⓒ 유성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월성원자력발전소(경북 경주)의 건식저장시설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의 포화율은 90.3%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부산물 가운데 방사능 수치가 가장 높은 폐연료봉 등을 말한다.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은 계획대로라면 2년 뒤인 2021년 포화상태가 된다.

다른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도 다르지 않다. 한수원의 '원전 본부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에 따르면 ▲한울원전(경북 울진) 78.3% ▲고리원전(부산) 77.3% ▲한빛원전(전남 영광) 69.9% ▲월성원전(경수로) 36.9% ▲새울원전(울산 울주) 12.9% 등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일반적으로 원전 내부에 있는 거대한 수조에 넣어 보관한다. 다만, 월성원전의 경우는 원전 내부에 있는 수조에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건식저장시설로 옮긴다.

이들은 "정부는 월성핵 발전소의 핵폐기물 임시저장고가 포화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임시저장고를 증설하려고 한다"라며 "보관할 곳이 없는 핵폐기물에 대한 해법은 임시저장고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포화 시점에 이르기 전에 핵발전을 멈추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핵산업계와 결탁해 있는 일부 정치권은 수십 년간 시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산업을 부흥시켜 이익을 취해 왔다"라며 "이미 백지화했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중단하라. 핵산업의 부응을 위해 부화뇌동하거나 핵발전을 적극 지원·지지하는 정치권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지난해 6월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 백지화를 밝히며 중단됐다. 반면 지난 2월 정부는 신고리 원전 4호기에 대해선 조건부 운영을 허가했다.

이에 이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사양길에 들어선 핵산업에 연연하는 것은 시대착오다"라며 "천문학적인 핵폐기물 처분 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없을 뿐더러 암울한 미래를 위한 비윤리적 투자이다. 신고리 원전 4호기에 대한 조건부 운영허가도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핵폐기물 관리정책을 재수립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졸속으로 핵폐기물 영구처분을 위한 부지를 물색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과정을 보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부지를 선정하고 추진해 왔다"라며 "이제라도 시민들에게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핵폐기물 관리 정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핵폐기물을 둘 곳이 없다면 핵폐기물의 꼭지를 잠가야 한다. 핵발전을 멈추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라고 말했다.

권태선 환경연합 공동대표는 "미세먼지가 탈원전 정책 탓이라고 하는 정치인들이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재앙이 발생한 지 8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라며 "이렇게 무신경한 정치인들이 미세먼지 대책을 세웠고, 지금은 핵발전소를 더 짓자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현철 녹색연합 상임대표도 "핵발전소는 핵폐기물 때문에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라고 불린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라며 "핵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 핵폐기장 짓겠다는 말은 어불성설로 용납할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시민사회단체 "핵폐기물 답이 없다. 핵발전소 폐쇄하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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