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대변자가 문체부 장관? 영화계-언론계 강력 반발
영화계와 문화예술단체 등 반대 투쟁 예고
▲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 ⓒ 문체부
"CJ 앞잡이가 문체부 장관이 된 셈이다."
개각 발표가 나온 8일 영화계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입각설이 나오던 순간 절대 안 된다고 반대성명까지 낸 박양우 CJ 사외이사가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것에 대해 영화계 인사들은 직설적으로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설마 했던 영화계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공대위는 "한국영화배급협회장,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일관되게 CJ그룹의 이해만을 충실하게 반영해 왔다"며 "박양우 CJ E&M 사외이사는 한국영화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대기업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려는 영화인들과 시민사회의 노력에 대해 무력화를 시도해온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은 영화산업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문제 등에 개선 의지를 보이던 문재인 정부가 국정철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계 인사들은 정부 개각이나 기관장 인선이 있을 때마다 박양우 장관 후보자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의 전력을 결코 곱게 봐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문체부 장관 인사는 현재 한국영화산업의 심각한 문제점이자 최대 이슈인 반독과점 해결을 위한 영화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영화인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문화정책에 적합한 인사는커녕 영화산업 민주화에 역행하는 인사라고 성토하는 이유다.
수직계열화 기업 급여받던 인사가 어떻게 장관에
▲ 지난 26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열린 영화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정기총회. 주직계열화 해체와 스크린독과점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 ⓒ 성하훈
또한 CJ에서 급여를 받아온 친기업적 관료 출신 인사가 임명되면서 영화산업 독과점 해소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영화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다.
대기업의 독과점이 고착화 된 기울어진 운동장인 영화계 현실에서 영화산업의 혁신성장은 불가능하며, 중소배급사, 중소제작사, 영화 창작자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창출, 소득주도성장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입장이다.
독과점을 제한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묶여 있는 가운데, 독과점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던 인사가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입법은 더욱 어렵게 됐다.
CJ와 롯데 등 영화산업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 시킨 영화산업의 폐해는 고질적인 문제다. 투자-제작-배급-상영에서 대기업의 독식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CGV, 메가박스 상영 보이콧 사례처럼 자사 배급 영화에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하는 대기업 상영관의 행태에 분노해 상영을 거부하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특정영화 한 편이 스크린 독과점를 독차지해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는 것도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초래한 영화산업의 심각한 문제다. 왜곡된 사장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영화계 입장에서 박양우 장관 후보자 내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영화계는 문화예술계와 연대해 임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자세다. '공대위' 준비모임의 한 관계자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라는 입장"이라며 "(국정 운영에) 다소 부담이 있겠지만 내정이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화예술단체들이 연대해 반드시 부적격 인사의 장관 임명을 저지하겠다"면서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더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8일 오후 논평을 통해 "박양우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박 후보자에 대해 "CJ ENM의 사외이사와 감사를 맡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배급협회장, 한국영화산업전략 센터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CJ그룹의 이해만을 충실히 반영해왔다"고 평가하며 "문화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해 온 인사를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용납할 순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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