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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영동대교 진입도 척척, 도심 달린 5G 자율주행차

LG유플러스·한양대 연구진, 자율주행차 공개 시연... 주행 중 탑승자들은 영상 콘텐츠 감상

등록|2019.03.11 21:30 수정|2019.03.12 09:33
자율주행차 A1을 출발시킨 운전석 탑승자가 운전대 우측에 있는 '자율주행 모드' 스위치를 누르고 운전대와 가속·제동 장치에서 손과 발을 모두 뗐다. A1은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라는 음성 안내와 함께 스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이후 A1은 짧은 도심 구간을 거쳐 곧바로 강변북로에 진입했다. 시속 60km로 달리는 주변 차량들의 흐름에 맞춰 안정적으로 좌측 차선에 합류했다. 차량 흐름이 막히는 곳에서도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차량 외부를 장식하고 있는 여러 센서들만 없다면 사람이 운전하는 주변의 다른 차량들과 다를 바 없는 주행 모습이었다.

LG유플러스와 한양대 에이스랩이 개발한 5세대(G) 기반의 자율주행차 A1이 11일 오전 일반 도로에서 주행하는 모습을 공개 시연했다. A1은 이날 서울 성수동 한강사업본부를 출발해 강변북로-영동대교-올림픽대로-성수대교를 거쳐 서울숲 공영주차장까지 돌아오는 8km 구간을 25분 동안 주행했다.

혼잡한 강변북로 구간 진입도 척척, 탑승자들은 영상 감상
 

▲ 5G 자율주행차 ‘A1’이 서울 강변북로를 달리는 모습. ⓒ LG유플러스

 A1은 가장 혼잡한 구간이었던 영동대교 진입로에서도 좌측 차선의 상황에 맞게 감속과 정지를 반복하면서 성공적으로 원하는 차선에 진입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서는 규정 제한 속도인 시속 80km 이하를 유지하고 주행 속도에 따라 차량 간격도 다르게 유지했다.

LG유플러스 측은 "A1은 각 도로에 부착된 속도 제한 표지판과 도로주행 정보를 읽고 실시간 주행 속도에 반영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특히 돌발상황 발생 시 급제동에 필요한 거리를 스스로 계산해 앞차와의 간격도 유지한다"라고 소개했다.

한양대 연구진은 "일반 도심 도로인 영동대교에서는 전·후·측방 차량의 끊임없는 차선변경, 끼어들기에 실시간 대응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환경 인식 능력이 핵심"이라며 "A1은 장착된 라이다(Lidar), 카메라, 레이다(Radar) 등 다양한 센서 정보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여 주행 위험도를 판단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이다와 레이더는 각각 레이저와 전자기파를 발사하고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나 속도를 측정하는 장치로 자율주행차의 핵심이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선 A1이 안정적으로 달리자 탑승자들은 차 안에서 5G망을 이용해 전송되는 영상 콘텐츠를 감상했다. 가상현실(VR) 전용 헤드셋(HMD)을 착용하고 그랜드캐니언, 해양생태계, 아이돌 연습 등의 대용량 VR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이용했다.

A1은 도로상황의 변화에 따라 예상 경로를 변경하기도 했다. 한양대에 마련된 관제센터에서 5G망을 통해 목적지 주변의 사고 정보를 전달하자, 차량 내부에서는 음성 알림과 함께 원래 경로인 서울숲 북측 입구 대신 동쪽 입구를 통하는 길로 주행 경로를 바꿨다.

주차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는 입구에 있는 과속방지턱을 인식해 속도를 줄여 탑승자를 보호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자율주행을 중단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운행을 마쳤다.

"5G, 자율주행 쉽게 해주는 결정적 역할 할 것"
 

▲ 5G 자율주행차 ‘A1’이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성수대교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 ⓒ LG유플러스

 A1은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분류 기준 중 4단계 '고도 자율주행차'에 가깝다. 4단계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단계의 자율주행차다. 최상위 수준인 5단계는 사람이 타지 않고도 달릴 수 있는 무인차를 의미한다.

한양대학교 에이스랩 선우명호 교수는 이날 시연회에서 "5G 자율주행차는 교통 사고 예방, 교통 체증 해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라며 "5G 통신 기술은 차량간 실시간 교통 정보 공유 등을 원활하게 해 자율주행을 쉽게 해주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궁극적으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우 교수는 지난해부터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FC부문장 이상민 전무는 "5G 통신망의 초저지연성(low latency)은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높여줄 핵심 요소로 꼽힌다"라며 "에에스랩의 자율주행 기술과 LG유플러스의 5G망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자율주행차 시연, 통신 업체간 경쟁 치열

이날 LG유플러스가 5G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면서 5G 상용화 이후 통신 업체들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KT는 이미 지난해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바 있다. SK텔레콤과 KT는 화성시 자율주행 실험단지인 케이시티(K-City)에서 기술을 시연했고, SK텔레콤도 시흥시에서 국토교통부, 차량공유업체 쏘카와 함께 자율주행차를 공개 시연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LG유플러스 측은 이날 공개 시연이 차량이 적은 외곽지역의 한산한 도로가 아닌 혼잡한 도심 도로와 고속화도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LG유플러스와 한양대 연구진은 "더 진화된 자율주행과 통신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서 도심 주행을 선택했다"라며 "5G망을 이용한 자율주행차가 통제되지 않은 도심의 도로에서 일반 차들 틈에 섞여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LG유플러스가 자체 자율주행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강종오 LG유플러스 미래기술 담당은 "통신사는 자율주행차량의 보유보다 자율주행이 이뤄질 수 있는 통신 인프라를 통해 정밀한 위치 정보 제공 등을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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