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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륵-박연 선생의 고장' 충주-영동서 국악방송 13일 개국

[현장] 충주-영동 국악방송, 오는 13일부터 FM 101.7MHz와 99.3MHz로 송출 시작

등록|2019.03.14 15:12 수정|2019.03.14 15:27

▲ 충주국악방송 개국식 ⓒ 이상기


13일 충주국악방송과 영동국악방송이 개국함으로써 국악방송은 14개 지역방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서울․경기, 대전, 광주, 부산, 대구 등 12개 네트워크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국악방송이 개국한 것은 2001년 3월이니 올해로 개국 18주년이 된다. 충청지역에는 충주와 영동국악방송이 대전국악방송에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다.

충주와 영동에 국악방송이 생긴 것은 이들 두 도시 출신의 유명한 음악가 때문이다. 충주는 신라시대 가야금의 명인 우륵(于勒)선생이 살던 곳이다. 우륵은 가야 사람으로 가야금곡 12곡을 작곡했다. 그는 진흥왕 때 신라에 귀화했다가, 사민정책에 의해 충주로 이주하게 되었다. 우륵은 한강변 탄금대에 살면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가야금곡을 작곡했다. 그는 진흥왕에게 불려가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삼국사기』「본기」 '진흥왕조'와 「악지(樂誌)」에 우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 악성 우륵 ⓒ 이상기


영동은 조선시대 음악가 박연(朴堧) 선생이 태어난 고장이다. 박연은 태종 때 문과에 급제한 문관이었으나 음악에 재능이 많아 세종 때 악학별좌(樂學別坐)에 임명되면서 음악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조율(調律)을 정리해 음률(音律)의 정확성을 기했고 악보를 편찬하였다. 그는 궁중음악으로 아악(雅樂)을 도입했고, 성종 때 만들어지는 『악학궤범』의 기초를 마련했다. 벼슬은 예문관 대제학까지 올랐다.

국악방송은 국악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되었다. 국악방송은 그동안 국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전통음악 콘텐츠를 수집․보급하고 국악인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문화 융․복합에도 기여했고, 우리 고유의 전통음악을 세계에 소개하는데도 많은 역할을 해왔다. 또 온 국민이 전통음악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충주시 문화회관에서 충주국악방송 개국 축하공연이 있었다.

축하공연에 안숙선 명창이 왔다
 

▲ 충주국악방송 개국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 가운데 한복 입은 이가 한명희 선생 ⓒ 이상기


충주국악방송 개국 축하공연 <어울림>은 1부 기념식과 2부 축하공연으로 이루어졌다. 기념식에서 송혜진 국악방송사장이 인사말을, 조길형 충주시장이 환영사를 했다. 송혜진 사장은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우륵과 박연의 연고지인 충주와 영동에 국악방송이 생겨 더욱 뜻이 깊다고 말했다. 충주가 고향인 전 국립국악원장 한명희 선생은 개국식에 참석해 대전국악방송 김윤정 아나운서를 통해 직접 쓴 송축문을 낭독하도록 했다.

"국악방송 음률 타고 청풍명월 착한 심성 방방곡곡 널리 펴서
새 시대를 열어 나갈 국악방송 축하하오.
충주시민 정성 모아 진정으로 송축하오.
천지신령 이름으로 엄숙하게 축수하오!"

 

▲ 이영광의 '비나리' ⓒ 이상기


2부 축하공연은 서울에서 온 명창들과 충주지방의 소리꾼과 충주시립 우륵국악단이 함께 만들어나갔다. 공연의 문을 연 것은 충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영광과 <사물놀이 몰개>다. 이들은 '문굿'으로 공연의 문을 열고, 국악방송 개국을 축하했다. 이어진 '비나리'를 통해서는 관객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했다. 이어서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장인 이종길과 춘호가랑(春澔伽郞) 6명 단원이 가야금 합주로 '영산회상'을 연주했다. 춘호가랑은 봄에 가야금의 지평을 넓히고자 뭉친 젊은 남자연주자 단체를 말한다.
 

▲ 권재은의 ‘긴 난봉가’ ⓒ 이상기


이어서 충주의 소리꾼 권재은이 노랫가락, '긴 난봉가'와 '자진난봉가'를 불렀다. 노랫가락은 경기민요로, 굿에서 불리는 무가(巫歌)에서 시작되었다. '긴 난봉가'와 '자진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던 서도소리다. 권재은은 이창배 명창으로부터 경․서도소리를 배웠다. 그리고 안숙선 명창이 나와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불렀다. 시르렁 실겅 같은 의성어가 재미있다. 고수는 조용수가 맡았다.

국악공연에 충주시립 택견단이 나와 역동성을 더했다
 

▲ 택견단과 국악단 ⓒ 이상기


이어진 국악관현악 '역동'은 충주시립 우륵국악단과 택견단이 함께 했다. 조원행이 작곡하고 이동훈이 지휘한 '역동'은 택견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국악으로 풀어낸 것이다. 음악에 맞춰 택견단원들이 본때 보이기, 대련 등 역동적인 무술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이광복이 '장타령'을 불렀다. '장타령'은 말 그대로 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사설과 노래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장타령은 대표적인 충청도 민요다. 노래 반주는 충주시립 우륵국악단이 했다.

이날 공연에서 관객의 호응이 가장 많았던 것은 안숙선과 이광복이 함께 한 창과 관현악의 어울림이다. 안숙선과 이광복이 <심청가> 중 심봉사 '황성 올라가는 대목'을 불렀다. 그 중 개울에서 목욕하는 장면과 방아타령 장면을 충주시립 우륵국악단의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노련한 안숙선 명창과 젊은 이광복이 주고받는 노래와 사설이 음악적 재미를 더했다.
 

▲ '방아타령'을 하는 안숙선과 이광복 ⓒ 이상기


"어유아 방아요. 어유아 방아요. 덜크덩떵 잘 찧는다. 어유아 방아요.
오거대부 죽은 후에 방아 소리가 그쳤더니. 우리 성상 즉위허사.
국태민안 허옵시니. 하물며 맹인잔치 고금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 방아소리나 하여보자. 어유아 방아요."


마지막에는 안숙선 명창과 네 명의 남도민요 소리꾼이 함께 '성주풀이', '남원산성',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성주풀이'는 성주신을 기리는 노래다. '남원산성'은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梨花門前) 바라보니"로 시작하는 남도민요다. '진도아리랑'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아리랑이다. 공연 후에는 모든 출연자들이 나와 인사를 하고 관객과 기념촬영도 했다.
 

▲ 출연자 모두 함께 인사를 ⓒ 이상기


이날 기념식과 공연은 저녁 7시에 시작해 9시 10분에야 끝났다. 이날 공연은 국악방송 라디오 및 웹TV로 생중계되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Live로도 볼 수 있다. 국악방송 누리집(http://www.gugakfm.co.kr)에서는 프로그램과 지역 국악방송 주파수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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