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왜 썼을까? 궁금해지면 실패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글의 이유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오마이뉴스 에디터의 사는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흠... 그런데 이 기사 왜 쓰셨지?"
일기가 아닌 남이 보는 글이라면? 이거야 말로 그냥 쓰면 안 된다. 반드시 '왜' 쓰는지 이유가 드러나야 한다. 너도 나도 경험한 일이라면 더 그렇다. 하나라도 새로운 게 있어야 한다. 사람은 다 다르다. 같은 걸 봐도 생각하는 건 다 다르다. 어떻게 다르게 생각했는지를 쓰면 된다. 그게 새로움이다. 나한테 밖에 없는 거니까.
그걸 있어 보이는 말로 '성찰'이라고 하더라. 경험에 성찰이 덧붙여지면 글이 몰라보게 달라진다. 밋밋한 음식에 조미료 좀 넣은 맛이랄까. 성찰이란 말이 어렵다고? 아니다. 기억이 잘 안 날 뿐이지, <도덕> 시간에 배웠을 거다(초등학교 6학년 딸 교과서에서 '성찰'에 대해 다루는 걸 얼마전에야 알았다).
아무리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펴도' 뭘 써야하는지 모르겠다면? 그럴 수 있다. 경험을 통해 뭔가 하나라도 배운 게 있다면 그걸 써보자. 단, '나만' 알게 써서는 곤란하다. 독자들이 공감하게 써야 기사가 된다.
▲ 오늘, 나는, 왜, 하필이면 순댓국에 대한 글이 쓰고 싶은지 하루 종일 생각하자. 그러다 이유가 하나라도 생각나면 주저 말고 쓰자. 쓸 수 없으면 메모라도 해두자. ⓒ 손그림 금경희, 채색 이다은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러니까 공감을 이끄는 글을 어떻게 쓰라는 거냐'고 진지하게 묻는다면, 계속 이 연재를 챙겨보시라. 언젠가 '공감하게 쓰는 법'에 대해 쓸 날도 올 것 같으니까. 그때까지는 그냥 쓰지 말고,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하나라도 생각하자. 스스로에게 이걸 왜 쓰는지 질문하자. 그래야 독자들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게 된다.
오늘, 나는, 왜, 하필이면 순댓국에 대한 글이 쓰고 싶은지 하루 종일 생각하자. 그러다 이유가 하나라도 생각나면 주저 말고 쓰자. 쓸 수 없으면 메모라도 해두자. 언젠가 무릎을 탁 칠 만한 그날을 위해 아이템을 비축해 두는 것도 글 쓰는 사람의 좋은 태도다(나 역시 임시저장해 둔 아이템이 차고 넘친다).
물론 '그냥' 먹고 싶었다는 수준을 벗어나야 기사가 된다. 왜 먹고 싶은지 묻자, 먹고 나니 어땠는지 돌아보자. 에피소드를 잘 살려 독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글을 써보자.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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