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미술학부→웹툰과 일방 변경... 학생들 "입학 사기"
오는 2020년 신입생부터 적용, 학교 측 "취업 경쟁력 위한 조치"
▲ 배재대학교가 미술디자인학부를 아트앤웹툰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 장재완
배재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가 명칭 변경 계획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입생 충원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명칭변경이 불가피하다는 학교 측 주장에 학생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미술디자인학부는 오는 2020년 신입생부터 '아트앤웹툰과'로 명칭을 변경키로 했다. 현재 미술디자인학부로는 신입생 모집은 물론, 취업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져 시대적 흐름에 맞는 명칭으로 변경키로 했다는 것.
이에 대해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미술디자인학부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여 이번 결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입학 사기'나 다름없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하루아침에 미술디자인학부가 아트앤웹툰과로 변경되면서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갑자기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다"며 "시각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입시를 치르고 들어온 학생들은 폭력적인 커리큘럼에 의해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입학하기 전이나 입학 후 '웹툰'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웹툰 커리귤럼이 추가됨에 따라 디자인 수업에 피해가 우려된다. 이는 '입학사기'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이번 결정 과정에 대해 더욱 문제를 삼고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임에도 자신들을 배제한 채 이러한 논의와 결정이 이루어진 데 더욱 크게 분노하는 것.
박기성 미술디자인학부 학회장은 "학교는 지난 3개월 동안 이러한 학제개편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학생은 물론, 일부 학과 교수님들에게 조차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0일 학교가 '학제개편안'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9일까지도 '명칭변경 소문은 루머'라고 할 정도로 숨겨왔다"며 "이는 학생들을 바보로 만든 것이고, 학교를 믿고 자녀를 맡긴 학부모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학교 측 주장대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명칭변경이 불가피하다면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알리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는 현재 재학생들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군입대한 학생이나 휴학생들의 경우에는 복학 시 바뀐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뿐만 아니라 졸업장에 '미술디자인학부 졸업'이라고 기재된다고 해도, 이미 사라진 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면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자신의 딸을 입학시킨 한 학부모는 "고등학교 내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입학했는데,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학과가 없어진다고 하니 마치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디자인 전공자가 1학년 시작부터 웹툰학과를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학부장 "경쟁력 강화 위해 불가피... 재학생 피해 없을 것"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영우 미술디자인학부장은 "신입생 충원, 취업률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다만, 재학생들에게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부장은 "수년 전 만해도 우리 학교에는 현재의 회화·디자인 2개의 전공 외에 한국화·칠예과·조소과 등 5개의 전공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경쟁력 등을 고려해 2개로 줄었다"며 "학과명칭도 미술조형디자인에서 비쥬얼아트디자인, 미술디자인학부로 바뀌어 왔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변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인구감소로 현재 수험생의 1/3이 줄어든다. 경쟁력이 없으면 수년 내에 학과가 폐과될 수 있다. 이를 반영해서 학교에서도 이번에 학제개편안을 만든 것"이라며 "이번에 51개 전공에서 41개 전공으로, 무려 10개 전공이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 학부는 학과 명칭만 바뀐 것이다. 전공이 사라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명칭이 바뀐다고 해도 재학생들은 현재 자신의 전공대로 공부하게 된다. 졸업장에도 '미술디자인학부' 전공으로 기재된다"면서 "단지, '웹툰은 싫다'는 사고로는 이 과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학생들이 주장하는 '의견수렴 부족'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을 듣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 계획 단계에서부터 공론화하여 의견을 들었다면 (명칭변경은)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취지를 충분히 설명 드리면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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