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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얼굴 바꾼 한국당 "진영 후보 탈당하라"

[청문회-행정안전부] 순조롭던 청문회 후반 들어 반전... “결단 안 하면 보고서 채택 동의 못해”

등록|2019.03.27 20:35 수정|2019.03.28 09:55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우리 당 의원들의 탈당 요구 질문에 분명히 답하라. 오늘 결단을 안 하면 어떻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해줄 수 있겠나."(이채익 자유한국당 간사)

자유한국당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7일 오전까지만 해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아래 행안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한때 진영 후보와 한솥밥을 먹었던 한국당 의원들은 "인품 존경해 왔다", "장관 되면 좋겠다"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다(관련기사: 6년 만에 공수 뒤바뀐 '진영 청문회' 한국당도 "장관 됐으면" http://omn.kr/1i1tp).

막판 뒤집기 나선 한국당 "후보자 탈당 안 하면 절대 동의 못해"

하지만 이날 오후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 기업인 후원금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질문을 이어가던 한국당 의원들이 갑자기 진 후보의 발언 태도를 문제 삼았고 급기야 민주당 탈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당 행안위 간사인 이채익(울산남구갑) 의원은 이날 오후 6시 인사청문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정회를 요구하면서, "내년이 총선인데 중앙선관위 상임위원도 캠프 인사고 선거 주무 장관도 당직을 갖고 있다"라면서 "(진 후보가) 오늘 (탈당을)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총선 지원 개각이라서 절대 동의 못 한다"고 따졌다.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울산시장 선거 경찰 개입 의혹, 문재인 대통령 딸 이민 관련 의혹 등을 제기하며, 진 후보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진 후보가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답변을 얼버무리자, 한국당 의원들은 장관으로서 소신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에서도 진 후보와 직접 인연이 없는 의원들이 전면에 나섰다. 20대 초선인 박완수(경남창원의창구)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 도중 진 후보가 지난 2016년 3월 민주당 입당 당시 영상을 보여주면서 "소신과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동떨어진 것 같다"면서 "(민주당 입당할 때) 공천 탈락이 쓰라린 보복이라고 했는데, 전직 대통령 구속시킨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정치 보복하고 뭐가 다른가"라고 따졌다.

박 의원은 "후보자가 소신과 철학이 있다면, 이 정부 정책과 맞지 않으면 장관을 받지 말고 탈당해야 한다"라면서 "지금 민주당이 평소 소신과 다르면 탈당해서 다시 한국당에 입당할 생각은 없나"고 물었다.

진영 후보가 "탈당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지만, 박 의원은 다음 질의에서도 "중립적인 장관으로서 총선을 치르려면 정당을 갖지 않는 게 맞다"면서 거듭 탈당을 요구했다.

같은 당 이진복 의원도 "우리 의원들이 탈당을 요구하는 건 선거를 주관하는 장관이어서 그렇다"라면서 "올해 연말 이후라도 내년 총선에서 당적을 안 갖는 걸 검토해 보라"고 거들었다.

급기야 이채익 의원이 "오늘 가능한 적극적으로 인사청문회에 응하면서 사실도 파악하고 소신도 듣고 싶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라면서 "예민한 질문에 답변 안 하고 모르쇠 일관하고 있다"며 청문회 막판 정회를 요구했다.

이에 김민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용인시을) 의원은 "후보자 답변 태도는 오전부터 유사했다"라면서 "일관된 답변이 마음에 안 들면 오전에 (문제 제기를) 했어야지, 청문회 끝나가는데 파행시키려는 게 너무 표가 난다"라고 꼬집었다.

한국당 "선거관리 주무부처 장관으로 부적격"
  

▲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결국 10여 분 뒤 청문회는 속개했지만, 이채익 의원은 "우리 당은 후보자의 답변을 들으면서 굉장히 많이 실망했다"라면서 "선거관리 주무부처 장관으로 부적격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서울 중구·성동구갑) 의원은 "질문자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소신 없는 답변이란 데 동의할 수 없다"라면서 "우리 사회 현안에 다툼 여지가 있고 여야 입장에 따라 첨예해서 단언해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통합을 다룰 행안부 장관에게 도리어 부적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진영 후보도 "의원들 질의에 최대한 성심껏 답변했다"라면서 "후보자로서 확정적으로 답변하는 건 부적절하지 않나 하는 부분도 있었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결론 내릴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행안위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경과보고서 작성을 협의하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날(28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진영 후보는 이미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적격', 야당인 민주당은 '미흡'이라고 판단했으나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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