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안 수정에 청소년들 "훼손된 것은 우리 인권"
조례만드는청소년, 경남도교육청 수정안에 성명 ... 2~3월 촛불집회 벌여
경남도교육청이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수정하기로 하자, 청소년들이 "훼손된 것은 우리의 인권이다"고 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소속 청소년분과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28일 낸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해 '학생인권조례안'을 발표했고, 이후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고, 3월 15일 '수정안'을 발표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수정된 조례안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의 역사 속에서 바라볼 때 후퇴되고 미흡하다"고 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지난 2~3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벌여왔다. 다음은 조례만드는청소년의 성명 전문이다.
[성명] 훼손된 것은 우리의 인권이다
지난 3월 15일, 경남교육청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수정한 학생인권조례안을 공개하였다. 35개 조항에서 55개 부분(수정된 '조', '항', '호' 개수)에 크고 작은 수정이 있었다.
우선 학생인권조례 반대단체들의 요구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었던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금지조항 등이 수정안에도 제대로 보장된 것은 환영할 점이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에서 단순한 문장 수정이 아닌 구체적 내용이 수정된 부분 중 다수는 학생의 인권 보장 범위를 축소하고 삭제한 '개악'이었다. 대표적인 개악 조항은 아래와 같다.
학생에게 반성문, 서약서, 지문날인 등을 강요할 수 없다고 명시한 제7조(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는 지문날인을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사실확인서, 회복적 성찰문 등 상황에 맞는 대안적 지도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는 사실상 반성문을 강요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다름없는 단서가 붙었다. 제10조(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보호)에서 보장하던 소지품 검사 금지 조항에도 '공공의 안전과 건강이 관련된 경우'에는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게끔 단서조항이 달렸고, 제11조(정보접근권)에서 보장하던 교내에서 인터넷 사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은 '교육활동 목적'에 한해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악되었다. 학생회가 학생회 담당 교사를 추천할 권리가 삭제되었고, 생리로 인한 고통 때문에 결석하거나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가 삭제되고 단순히 '배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형식적인 선언만이 남았다. 이 외에도 수정된 조항의 다수에서 학생의 인권에 단서를 달고,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개악이 이루어졌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수정된 각 조항들에 대한 자세한 검토와 토론을 거쳤고, 그 결과로 경남교육청의 이번 조례안 수정을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하나, 이번 조례안 수정은 학생의 당연한 인권 보장을 축소하려는 시도이다. 학생인권조례의 각 조항들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이 인권침해였음을 고발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조항들의 개악으로 조례가 가지는 고발의 의미와 역할 또한 축소되었다. 학생인권은 여전히 교육목적에 의해 제한되고 침해될 수 있는 교육의 하위 수준으로 여겨졌다. 교육청이 그동안 내세운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교'는 커녕 학생들은 어른들이 허락한 만큼만, 그 의미조차 불분명한 '교육'이 허락한 만큼만 권리를 누리라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권을 제한한다는 데서 말하는 '교육'이 곧 '학생을 수월하게 통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둘, 이번에 수정된 조례안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의 역사 속에서 바라볼 때 후퇴되고 미흡한 안이었다.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제정되는 학생인권조례라면 앞선 인권조례 제정 역사를 반영하여 더 나은 인권조례, 그동안의 한계를 극복하는 인권조례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조례가 제정된 네 지역의 조례안과 내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후퇴한 수준의 안을 내놓았다. 또, 경남에서 이루어져 온 학생인권침해 고발의 역사와 지역의 고민을 담아내지도 못했다.
셋, 경남교육감 박종훈은 '조례안에 인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겠다'던 조례만드는청소년과의 약속을 어겼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작년 12월부터 훼손 없는 학생인권조례를 바라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행동을 만들어왔다. 지난 1월 13일 조례만드는청소년이 진행한 '훼손 없는 학생인권조례를 바라는 청소년 100인 선언 및 엽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박종훈 교육감은 우리에게 '인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이번 개악 조례안을 보며 그가 말했던 '인권의 본질'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박종훈 교육감에게 되묻는다. 도대체 인권이 뭐고,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수정 조례안은 누구를 위한 학생인권조례안인가.
우리는 인권침해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인권침해가 정당화될 구실을 만들어준 이번 조례안 수정 절차를 '훼손 행위'로 판단한다. 공청회와 의견수렴과정에서 있었던 학생·청소년들의 날카로웠고 필요했던 좋은 수정의견은 어디에 반영되었는가. 학생인권조례 추진단에 학생·청소년 주체가 없었고, 계속해서 청소년인권의 보장을 요구해온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결과가 이러하다. 의견수렴과 수정 절차는 학생인권을 우려하고 축소하려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학생인권조례안에 학생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우리의 인권이 빼앗기고 좁혀졌을 때 모욕감을 느끼고 화를 낸다. 이게 우리가 존엄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약속한다. 우리는 이번 학생인권조례 개악안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돌려놓기를 요구할 것이다. 제대로 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넘어 학생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 때까지 끝까지 화내고 싸울 것이다. 우리의 존엄은 우리가 지켜내겠다.
2018. 03. 28. 조례만드는청소년.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소속 청소년분과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28일 낸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수정된 조례안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의 역사 속에서 바라볼 때 후퇴되고 미흡하다"고 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지난 2~3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벌여왔다. 다음은 조례만드는청소년의 성명 전문이다.
▲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 조례만드는청소년
[성명] 훼손된 것은 우리의 인권이다
지난 3월 15일, 경남교육청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수정한 학생인권조례안을 공개하였다. 35개 조항에서 55개 부분(수정된 '조', '항', '호' 개수)에 크고 작은 수정이 있었다.
우선 학생인권조례 반대단체들의 요구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었던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금지조항 등이 수정안에도 제대로 보장된 것은 환영할 점이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에서 단순한 문장 수정이 아닌 구체적 내용이 수정된 부분 중 다수는 학생의 인권 보장 범위를 축소하고 삭제한 '개악'이었다. 대표적인 개악 조항은 아래와 같다.
학생에게 반성문, 서약서, 지문날인 등을 강요할 수 없다고 명시한 제7조(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는 지문날인을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사실확인서, 회복적 성찰문 등 상황에 맞는 대안적 지도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는 사실상 반성문을 강요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다름없는 단서가 붙었다. 제10조(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보호)에서 보장하던 소지품 검사 금지 조항에도 '공공의 안전과 건강이 관련된 경우'에는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게끔 단서조항이 달렸고, 제11조(정보접근권)에서 보장하던 교내에서 인터넷 사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은 '교육활동 목적'에 한해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악되었다. 학생회가 학생회 담당 교사를 추천할 권리가 삭제되었고, 생리로 인한 고통 때문에 결석하거나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가 삭제되고 단순히 '배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형식적인 선언만이 남았다. 이 외에도 수정된 조항의 다수에서 학생의 인권에 단서를 달고,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개악이 이루어졌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수정된 각 조항들에 대한 자세한 검토와 토론을 거쳤고, 그 결과로 경남교육청의 이번 조례안 수정을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하나, 이번 조례안 수정은 학생의 당연한 인권 보장을 축소하려는 시도이다. 학생인권조례의 각 조항들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이 인권침해였음을 고발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조항들의 개악으로 조례가 가지는 고발의 의미와 역할 또한 축소되었다. 학생인권은 여전히 교육목적에 의해 제한되고 침해될 수 있는 교육의 하위 수준으로 여겨졌다. 교육청이 그동안 내세운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교'는 커녕 학생들은 어른들이 허락한 만큼만, 그 의미조차 불분명한 '교육'이 허락한 만큼만 권리를 누리라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권을 제한한다는 데서 말하는 '교육'이 곧 '학생을 수월하게 통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둘, 이번에 수정된 조례안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의 역사 속에서 바라볼 때 후퇴되고 미흡한 안이었다.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제정되는 학생인권조례라면 앞선 인권조례 제정 역사를 반영하여 더 나은 인권조례, 그동안의 한계를 극복하는 인권조례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은 조례가 제정된 네 지역의 조례안과 내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후퇴한 수준의 안을 내놓았다. 또, 경남에서 이루어져 온 학생인권침해 고발의 역사와 지역의 고민을 담아내지도 못했다.
셋, 경남교육감 박종훈은 '조례안에 인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겠다'던 조례만드는청소년과의 약속을 어겼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작년 12월부터 훼손 없는 학생인권조례를 바라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행동을 만들어왔다. 지난 1월 13일 조례만드는청소년이 진행한 '훼손 없는 학생인권조례를 바라는 청소년 100인 선언 및 엽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박종훈 교육감은 우리에게 '인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이번 개악 조례안을 보며 그가 말했던 '인권의 본질'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박종훈 교육감에게 되묻는다. 도대체 인권이 뭐고,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수정 조례안은 누구를 위한 학생인권조례안인가.
우리는 인권침해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인권침해가 정당화될 구실을 만들어준 이번 조례안 수정 절차를 '훼손 행위'로 판단한다. 공청회와 의견수렴과정에서 있었던 학생·청소년들의 날카로웠고 필요했던 좋은 수정의견은 어디에 반영되었는가. 학생인권조례 추진단에 학생·청소년 주체가 없었고, 계속해서 청소년인권의 보장을 요구해온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결과가 이러하다. 의견수렴과 수정 절차는 학생인권을 우려하고 축소하려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학생인권조례안에 학생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우리의 인권이 빼앗기고 좁혀졌을 때 모욕감을 느끼고 화를 낸다. 이게 우리가 존엄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약속한다. 우리는 이번 학생인권조례 개악안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돌려놓기를 요구할 것이다. 제대로 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넘어 학생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 때까지 끝까지 화내고 싸울 것이다. 우리의 존엄은 우리가 지켜내겠다.
2018. 03. 28. 조례만드는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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