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애국당만 안 나왔어도..." 범보수 통합 목소리 커질까
4.3 재보선 창원성산, '504표'가 희비 갈라... 대한애국당은 838표 득표
▲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대한애국당 후보만 나오지 않았어도 …."
"여영국 당선의 일등공신은 대한애국당이라 할 수 있겠네."
4일 점심시간 상남시장 한 식당에 앉은 중년 두 사람이 나눈 대화다. 이날 창원지역 사람들은 하루 전에 끝난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전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당선인이 3월 25일 여론조사경선을 통해 여 당선인으로 단일화를 한 것이다. 이날 권 전 후보는 곧바로 사퇴했다. 이에 다음 날부터 인쇄 작업이 들어간 투표용지에 권 전 후보는 '사퇴'라고 적혀 있었다.
민주당-정의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들은 맹비난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민주당-정의당 후보 단일화에 대해 '좌파연합'이라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여영국 당선인의 노동조합 활동을 거론하며 "그 뿌리가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민주당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7명이 모두 겨루었다면 결과는 강기윤 후보의 당선으로 예측되었다. 후보 단일화 이전에 나온 여론조사는 모두 강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후보단일화 이후 여론조사를 보면 뒤집어졌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한때 보수 후보 단일화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단일화 논의는 없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대한애국당은 문재인정부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에 대해 '비겁하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비난했다.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는 강기윤 후보와 같은 빌딩에 선거사무소를 두었다. 창원 한국은행사거리에 있는 에이스빌딩이다. 이곳은 강 후보가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를 때마다 사용해 왔고, 이번에 진순정 후보는 처음 사용한 것이다.
개표 초반부터 중반 이후까지 강기윤 후보가 여 당선인을 2000표 안팎에서 앞섰다. 마지막에 사전투표 결과가 반영되면서 대역전극이 벌어진 것이다. 최종 결과는 여영국 당선인이 강기윤 후보를 504표 차이로 이겼다.
투표 참가 유권자 9만 4113명(전체 유권자 18만 3934명) 가운데 여 당선인은 4만 2663표(45.75%), 강기윤 후보는 4만 2159표(45.21%), 민중당 손석형 후보는 3540표(3.79%),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는 3334표(3.57%),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는 838표(0.89%), 무소속 김종서 후보는 706표(0.75%)를 얻었다.
김지훈(54)씨는 "각 후보의 득표를 보니까 대한애국당이 얻은 표는 모두 보수 성향으로 보이고, 선거에 만약이 있을 수 없지만 대한애국당 후보가 나오지 않았거나 보수 단일화를 했다면 그 표가 모두 강기윤 후보한테로 갔을 것이고, 그러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창원성산' 보궐선거는 진보와 보수 모두 분열한 가운데 치러진 선거였다. 여영국 당선인이 선거 초반에 민중당 손석형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되어, 진보진영이 쪼개진 가운데 치러진 것이다.
보수 정당 후보들도 분열했던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보수정당 통합 분위기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윤영석 국회의원(양산갑)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구도라고 한다"며 "창원성산은 구도에서 우리가 불리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범여권이라 보고 후보 단일화를 한 반면, 보수 야권은 분열했다. 결과적으로 우리한테 불리한 선거였고 그래서 더 어려웠다"고 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은 이번에 후보를 못 낼 정도로 문재인 정권 심판 분위기가 팽배했다. 경제 실패에 대해 정부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앞으로 보수의 통합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범보수가 같이 통합해서 지역 경제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창원 한국은행사거리에 있는 에이스 빌딩. 이 건물에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들어서 있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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