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3 재보궐 선거 시험지를 놓고 오답노트를 써내려갔다. 자유한국당이 압승을 거둔 통영·고성, 후보단일화를 했음에도 아슬아슬한 신승을 거둔 창원성산. 민주당 입장에서는 떠나간 PK(부산경남) 민심을 재확인한 경고 신호와 다름없었다. 이해찬 대표는 5일 의원총회 자리에서 "이번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박광온 "민주당이 분명히 하라는 메시지"

이 대표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라면서 유세 현장에서 느낀 불안을 언급했다. 그는 "현장에서 여러 분위기를 보면 결국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이에 대한 여러 불만, 호소가 있었다"라면서 "다행히 (통영이) 고용위기 지역이 1년 연장됐고 산업위기 지역(선정)의 경우도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당정과 충분히 협의를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고위원들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았다. 최고위원인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병)은 "민주당이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인다"라면서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바짝 긴장하라고 경고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해설했다. 남 의원은 이어 "1년 동안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회복하는 데 더욱 분발하겠다"라고 전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서울 은평갑) 또한 이번 선거 결과를 "긴장하고 또 긴장하라는 메시지"로 분석했다.

박광온 최고위원(경기 수원정)은 흔들림 없는 정부 기조 유지로 읽었다. 박 의원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명령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런 나라를 만들라는 명령이 더 절실해진 것이다"라면서 "(민주당이)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성과는 성과대로 정리하려는 노력이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도부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적잖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PK지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비판 여론이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불안감이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기자와 만나 "통영 뿐 아니라, 총선 전 정국 구상을 새로 할 때가 된 것"이라면서 "주사를 맞을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갑을 지역구로 둔 민홍철 의원은 특히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비겼으나 졌다"라고 아프게 평가했다.

민 의원은 "민심의 바다는 여당에 대해 항상 평온하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한다"면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경남FC 축구장 선거운동 논란, (정점식 통영고성 당선자 측근의) 돈봉투 의혹 등 상대방의 실수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인사 청문 논란, 부동산 투기 논란 등 우리 쪽의 실축이 더 크게 국민의 표심을 흔들었다"라고 해설했다.

다만, 창원성산 결과에 대해서는 '기회가 남아있다'며 민생 개혁을 위한 집권여당의 노력을 당부했다. 민 의원은 이어 "그러나 민심은 여당에게 기회를 완전히 빼앗지는 않았다. 창원성산의 선택으로 촛불정신을 완수하라고 명령한 것"이라면서 "여당이나 야당이나 서로 이겼다고 국민 뜻을 왜곡해 기고만장하는 순간 민심의 바다는 거대한 파도로 몰아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