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밥도 안돼" "깨끗이 갈라서야" 고성 오간 바른미래당, 깨지나
4.3재보선 후폭풍, 지도부 거취 두고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대립
▲ 발언하는 이준석 최고위원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학규 대표님께서 결단을 하시면 됩니다. 이대로 가서는 죽도 밥도 안 됩니다." (권은희 최고위원)
"가만히 계세요.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갈 길 가는 게 서로를 위해 바람직합니다." (이찬열 의원)
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감정이 격해져 높아진 목소리로 "국민들도 다 안다. 그냥 회의 전부 공개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4.3 보궐선거 직후 처음으로 다수 의원이 모인 회의, 사실상 의원총회 성격인 이날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 거취를 두고 이준석·권은희 등 바른정당계와 김수민·이찬열 등 국민의당계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새 지도체제를 꾸리자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쪽의 대립이다.
지도부는 이미 이들 발언 전에 사퇴와는 선을 그으며 '단합'을 강조한 터였다.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뭉쳐야 산다(손학규)",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든다. 이럴 때일수록 하나로 단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김관영)"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이찬열 의원(경기 수원시갑)이 공개 발언을 신청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 의원은 "지지율 낮게 나온 게 하루아침의 결과냐"라고 발언을 시작하며 당 지도부를 감쌌다.
"당의 후보를 위해 한 달간 숙식하며 지원한 당 대표가 잘못한 것인가. 소수정당이라는 한계 속에서 어떻게든 당 존재감을 살리려고 노력한 원내대표가 잘못한 것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민들이 보기에 우린 콩가루 정당이다. 대놓고 국민들이 봤을 때 대놓고 해당행위라고 보는 그런 언사 행동이 얼마나 많이 있었나."
이언주 징계 놓고도 국민의당-바른정당계 갈라져... 징계 결과가 '가늠자'
▲ 회의장 들어서는 이언주 의원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회의장에 들어서고있다. ⓒ 연합뉴스
"아직도 정신을 안 차린 것 같다"는 이 의원의 비판논조 발언에, 이를 듣던 하태경 최고위원이 "(발언을) 마무리하시라"며 끼어들었으나 이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 이 의원은 말을 끊은 하 최고위원에게 "가만히 계세요"라며 "저 공개발언 (자주) 안 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3.57%도 잘 받은 거다. 정말 잘해야 한다"며 또 한 번 일침을 놨다. 4.3 보궐선거에서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3.57%, 전체 유권자 18만 3934명 중 3334표를 얻었다.
회의는 본회의 개최로 비공개 전환 뒤 30여 분만에 종료돼, 이견이 봉합되지 않은 채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최고위원의 '조기 전대' 발언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얘기 더는 없었다"며 "오늘은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 주 초에 다시 한번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이라는 게 뭐 있겠나. 전체적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 같이 해보자는 것"이라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 위기의 바른미래당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 하고 있다. 뒤로 유승민 의원도 보인다. ⓒ 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은 5일 이언주 의원의 징계를 두고 윤리위 2차 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 의원 징계를 두고도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징계는 과하다"는 반면, 국민의당계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손 대표도 "당을 흔드는 일각의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지금은 환부를 도려내야 할 때"라는 발언을 남겼다. 이 의원을 둘러싼 이번 징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바른미래당의 향후 거취 또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선거를 끝낸 이재환 후보도 참석했다. 당 부대변인이기도 한 그는 쉰 목소리로 "제가 목이 많이 잠겼다. 손학규 당대표님을 비롯해 많은 의원들께서 적극 지원해주셨는데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선거기간 내내 하루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그는 "열악한 상황에서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부족하지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 당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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