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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태도 돌변해 노동자상 철거... 왜 이러나"

노동자상 기습 철거 규탄대회... "오거돈 시장에게 항의하러 가겠다"

등록|2019.04.14 21:09 수정|2019.04.14 21:09
 

▲ 강제징용노동자상 기습철거 규탄대회 ⓒ 이윤경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불법 조형물로 규정된 소녀상을 시가 관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만 부산시가 평화의 소녀상을 품겠다"라며 "역사의 진실보다 무거운 법과 절차는 없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서 "부산시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된 분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힘을 모아 그분들의 삶에 새겨진 비통함을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여 후인 4월 12일 오후 6시께 부산시는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 있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부산시는 이날 낮 12시께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아래 건립특위)로 공문을 보내 "제3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을 의제로 하고 세부적 과정은 귀 위원회와 동구청, 그리고 우리 시가 함께 논의"하자며 "긍정적 답변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답변을 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공문을 보낸 지 6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철거한 것이다.

올해 3월 1일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초량 정발장군 동상 앞으로 돌아온 후 건립특위는 부산시, 동구청과 함께 장소에 대한 논의를 했고 그 경과는 아래와 같다.

4월 3일 15:00 1차 교섭(건립특위, 부산시, 동구청)
건립특위는,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있어야 할 곳은 소녀상 옆이며 그것이 모금에 동참한 부산 시민들의 뜻임을 명확히 함. 부산시는 제3의 장소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

4월 11일 09:30 2차 교섭(부산시 불참)
정발장군 동상 앞 쌈지공원으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옮기기로 건립특위와 동구청 합의

4월 11일 15:00 부산시가 건립특위로 문자 보냄
정부 방침에 따라 강제징용노동자상에 대해 행정대집행 할 것

4월 12일 12:00 부산시 관계자들 민주노총 부산본부 방문
행정대집행은 실수라며 사과함. 강제징용노동자상 위치에 대한 공론화 제안의 내용을 담은 공문 전달

4월 12일 18:00 강제징용노동자상 기습 철거
현행법 상 도로관리청은 동구청 관할이므로 부산시는 행정대집행의 권한이 없음. 또한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계고, 집행계획 통지 절차가 없었고 현장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며 철거의 이유에 대한 해명도 하지 않음. 


건립특위는 4월 14일 오후 2시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노동자상 기습 철거 규탄 대회를 열고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오거돈 시장 출근 저지 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5일 오전 9시 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거돈 시장을 항의방문 하겠다고 밝혔다.
 

▲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 박중배 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 홍동희 전교조 부산지부장, 김재하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상임대표 ⓒ 이윤경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철거당할지도 모른다는 제보를 받고 12일 오후 5시 30분쯤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철거를 진행하고 있었다"라며 "철거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냐고 물었지만 그 누구도 답변하지 않았고 철거한 노동자상을 어디로 끌고 갔는지 알려 주지도 않았다, 국민들이 적폐라고 규정한 서병수 전 시장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은 "작년 노동자상을 건립할 때 부산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시의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동구청에 미루기만 했다"라며 "핵심 당사자인 건립특위와 동구청이 합의한 사항에 왜 부산시가 갑자기 끼어들어 행정대집행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구청이 결정한 사항을 시청이 나서 강제 집행한 사례는 없다"라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며 월권이고 지방자치의 기본도 모르는 행위"라고 말한 뒤 "같은 부산시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라고 분노했다.

홍동희 전교조 부산지부장은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던 현 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며 "촛불혁명 때는 눈치를 보며 정권을 잡더니 창끝을 적폐세력이 아닌 적폐 청산을 외치는 시민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 지부장은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산적한 친일 적폐를 청산하는 적기 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현대판 친일 부역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말한 뒤 "오거돈 시장과 부산시는 친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도록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배상 운동에 적극 참가하라"고 외쳤다.

김재하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지난 12일 점심 때 찾아와서 대화하자고 해놓고 저녁에 갑자기 철거했다, 이미 철거 방침을 정해놓고 쇼를 한 것이다"라며 "오거돈 시장은 부산시 공무원들을 친일파 앞잡이로 만들었다"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어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을 친일 부역자로 만든 오거돈 시장은 사과해야 한다"라며 "쉽게 얻은 성과물은 우리를 나태하게 만들고 쉽게 가는 길은 쉽게 잊는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우리 손으로 다시 되찾고 우리 힘으로 이 자리에 세우자"라고 외쳤다.
 

▲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 이윤경

   

▲ 부산겨레하나 미래세대 위원회 ⓒ 이윤경

   

▲ 소리연대 ⓒ 이윤경

   

▲ "전쟁범죄 사죄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대회에 참석한 어린이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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