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페더급 제왕' 할로웨이에게도 높았던 UFC 라이트급의 벽

[UFC] 상위 체급 뚫지 못한 할로웨이, 더스틴 포이리에 상대로 판정패

등록|2019.04.15 09:50 수정|2019.04.15 09:50
UFC 페더급 챔피언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28·미국)가 라이트급 도전에 실패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애틀랜타 스테이트 팜 아레나서 있었던 UFC 236 '할러웨이 vs 포이리에' 대회에서 '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30·미국)에게 5라운드 종료 판정패 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할로웨이는 명실상부한 현 페더급 제왕이다. 2012년 UFC에 데뷔한 이래 페더급 역사상 가장 많은 총 16승을 거머쥐었다. 기량이 만개한 2014년부터는 13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페더급의 살아있는 전설 조제 알도를 2차례나 꺾었으며 가장 최근 경기에서는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

더 이상 페더급에서 이룰 게 없어진 할로웨이는 상위 체급 정벌을 선언했다. 포이리에와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겨룬 후 현 라이트급 챔피언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와 겨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 관문에서부터 허무하게 미끄러지며 세기의 드림 매치는 당분간 펼쳐지기 어렵게 됐다.
 

▲ UFC 페더급챔피언 맥스 할로웨이에게 라이트급의 벽은 높았다. ⓒ UFC 아시아 제공


포이리에 힘 앞에 막혀버린 할로웨이 기동력

많이 움직이고 많이 때려서 유효타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고성능 기관총 사수' 할로웨이와 누구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 근성의 포이리에가 만났다. 둘 다 검증을 마친 싸움꾼이라는 점에서 재미는 보장된 상태였다. 변수라면 포이리에가 라이트급에서 정착을 마친 데 반해 할로웨이는 막 페더급에서 올라온 선수라는 점이었다.

포이리에는 안면 가드를 굳건히 한 채 펀치와 킥을 부지런히 내며 할로웨이를 압박했다. 잠시 주춤한다 싶은 할로웨이가 펀치로 맞불을 놓으며 초반부터 뜨거운 분위기가 예고됐다. 먼저 기선을 잡은 쪽은 포이리에였다. 완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연신 유효타를 적중시키며 할로웨이를 휘청거리게 했다.

위험한 타격이 연신 할로웨이에게 들어갔다. 할로웨이가 반격을 시도했으나 포이리에는 압박을 멈추지 않았고 1라운드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당초 예상과는 조금 다른 전개였다.

2라운드 시작과 함께 할로웨이가 싱긋 웃었다. 뭔가 분위기 반전이 기대됐다. 할로웨이는 케이지 중앙을 선점한 채 압박의 비중을 높였다. 포이리에의 안면 가드가 원체 단단한지라 적극적으로 바디를 노렸다. 포이리에의 가드를 내려가게 해야만 장기인 안면 폭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공격횟수 자체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으나 포이리에의 반격은 매서웠다. 묵직한 유효타를 통해 맷집 좋은 할로웨이를 휘청거리게 했다. 양 선수간 체급의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3라운드에서도 할로웨이는 포이리에의 바디를 노려주며 안면가드를 내려가게 하는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포이리에의 안면 가드는 별명인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할로웨이의 연타 속에서 묵직한 펀치와 미들킥으로 다부지게 대응했다. 할로웨이 또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음에도 언제나 그렇듯 특유의 부지런함을 잃지 않았다.

전략을 미리 짜온 듯 포이리에는 4라운드에서 적극적으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장기전에 강한 할로웨이의 타격을 의식한 운영인 듯했다. 할로웨이의 가장 무서운 점은 후반에도 초중반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알도도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밀려 무너진 바 있다. 체력이 떨어지며 포이리에의 안면 가드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빈틈에 할로웨이의 주먹이 들어갔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앞손 잽을 꾸준히 적중시키며 분위기를 쉽게 넘겨주지 않았다.

점수에서 밀리고 있던 할로웨이는 5라운드에서도 적극적으로 전진 스텝을 밟았다. 분명 공격 횟수에서는 포이리에보다 앞섰다. 하지만 힘에서 앞서는 포이리에는 간간히 받아치는 것만으로도 할로웨이에게 페이스가 넘어가는 것을 막아내는 게 가능했다. 중반까지 점수를 충분히 따놓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할로웨이가 할 수 있는 것은 흐르는 시간과 함께 줄어들었다. 한방으로 승부를 뒤집는 것이 아닌 유효타 잠식으로 흐름을 지배하는 스타일인지라 초중반 분위기를 빼앗긴 부분이 아쉬웠다. 결국 둘간의 2차전은 또다시 포이리에의 승리로 끝이 났다. 페더급 제왕 할로웨이의 야망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 칼릴 라운트리(사진 왼쪽)와 에릭 앤더스 ⓒ UFC


3연패 수렁 '금강불괴' 앤더스, 맷집만 보여줬다

'워 호스(War Horse)' 칼릴 라운트리(29·미국)와 '야 보이(Ya Boy)' 에릭 앤더스(31·미국)의 라이트헤비급 경기는 '외나무다리 매치' 성격이 강했다. 둘 다 이전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한 상황에서 맞붙게 되는 것인지라 이날 승부마저 내어주게 된다면 적지 않은 데미지를 각오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상황이 좀 더 급한 쪽은 앤더스였다. 라운트리는 이날 패한다면 연패를 당하는 것이지만 앤서스 같은 경우 3연패에 몰리며 최악의 경우 퇴출까지 각오해야 했다. 라운트리는 무게 중심을 살짝 뒤로 둔 채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원거리에서 치고 빠지고를 반복했다.

로우킥을 차면서 빈틈을 엿보다가 허점이 보인다 싶으면 큰 궤적의 펀치도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라운트리의 리듬감 있는 타격에 앤더스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로우킥 데미지가 쌓여가며 앤더스의 허벅지가 붉게 물들었다. 1라운드에서만 10차례가 넘는 로우킥이 정타로 들어갔다. 현지 중계팀 역시 앤더스의 다리 부분을 자꾸 비췄다.

2라운드에서도 라운트리는 냉정했다. 로우킥에 신경이 잔뜩 쏠린 앤더스에게 펀치로 다운을 뺏고도 무리해서 들어가기보다 거리를 둔 채 데미지가 축적된 다리만 집중적으로 노렸다. 혼란에 빠진 앤더스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됐고 라운트리는 안면, 바디공격을 섞어주며 마음껏 활개를 쳤다. 샌드백처럼 얻어맞으면서도 버티어내는 앤더스의 맷집이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2라운드에서만 다운을 4번이나 당했음에도 눈빛은 살아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경기를 잘 풀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앤더스는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제대로 된 실행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3라운드 들어서도 라운트리의 폭격은 계속됐다. 여전히 죽지 않은 스텝을 앞세워 자신만의 거리에서 잽을 치고 로우킥을 찼다. 위험한 큰 타격도 꾸준히 시도됐다. 앤더스 입장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모습이 아쉬웠다. 어차피 유효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지라 살을 주고 뼈를 깎는 등 이른바 '반전의 수'가 필요했다.

그같은 맷집을 보여주고도 공격을 아끼는 모습에 지켜보는 이들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였다. 결국 승부는 라운트리의 넉넉한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안면 유효타가 70회가 넘어가고 로우킥만 32방을 맞고도 견디어낸 앤더스의 '금강불괴급' 내구력이 아까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