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현상금'이 걸린 까닭
[현장]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장애인 예산 확대 요구하며 광화문 천막 농성 돌입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15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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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현상금'이 걸렸다.
홍남기 장관 '긴급 현상 수배'
420공투단은 이날 홍남기 장관을 '긴급 현상 수배'했다. 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등급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인 복지 예산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단체들이 지난 3월 26일과 27일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전국장애인대회를 연 것도 예산 편성권을 쥔 홍남기 장관을 직접 만나려는 시도였다.(관련기사: 장애인을 바라보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차이 http://omn.kr/1hqiy)
이형숙 420공투단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는) 홍남기 장관을 만나려고 지난달 26일 기재부까지 갔지만 결국 못 만났다"면서 "홍 장관 집이든 국회든 정부청사든 직접 찾아가 만나서 장애인 예산을 얼마나 내놓을 수 있는지 담판 짓고 싶다"고 밝혔다. 이 집행위원장은 개인 돈을 털어 커피 상품권 5만 원어치를 홍 장관 현상금으로 직접 내걸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15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 김시연
"문 대통령, 기재부 장관보다 힘이 없나"
지난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참석했던 박옥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도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 후보 시절 장애등급제 폐지를 '국민명령 1호'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걸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힘이 없는 것 같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고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웃음으로만 넘겼고 지금까지 답변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이 투쟁보다 서로 의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민관협의체에서) 열심히 만났지만 결과적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장애인 관련 예산을) 다 잘랐다"면서 "투쟁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달(MOON)맞이' 투쟁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420공투단은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시혜나 동정의 의미에서 벗아나 장애인을 둘러싼 모든 차별을 없애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려는 120여 개 장애·인권·노동·사회단체들의 공동투쟁기구다.
420공투단은 그동안 장애등급제를 비롯해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 수용시설 등을 '3대 적폐'로 규정하고 폐지를 요구해왔다. 더불어 올해 2조 7천억 원 수준인 장애인 복지 예산(보건복지부 예산 중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도 오는 2022년까지 OECD 평균수준인 8조 원대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장애인복지예산을 지난해보다 25%나 늘렸다고 밝혔지만, 420공투단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활동지원서비스 단가 자연 증가분을 감안해야 한다며 평가절하했다.
420공투단은 오는 20일까지 매일 오후 7시 농성장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기원하는 달맞이 놀이(문화제)를 연다. 오는 18일에는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규탄대회를 열고 19일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유엔 가짜국가보고서 규탄대회를 열고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해 420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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