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욕심 지나쳐", 박원순이 시의회에서 발끈한 이유
서울숲에 도서관 대신 과학관 들어서자 "둘 다 만들어달라" 요구
▲ 17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정지권 시의원(성동2, 교통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 서울시의회
"정지권 의원님, 욕심이 지나치시네요."
"제가 무슨 욕심이 지나칩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지권 시의원(성동2, 교통위원회 부위원장)과 맞붙었다.
서울숲 도서관은 박 시장의 지방선거 공약이었고, 3선에 성공한 뒤 행정2부시장 산하의 TF팀을 꾸려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포스코가 창립 50주년 기념 사회공헌사업으로 서울숲에 4000억 원 규모의 과학 미래문화관을 짓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서울시의 계획이 바뀌었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정지권 시의원은 "시장이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박 시장은 "도서관과 과학관 둘 다 서울숲에 두'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이 질문을 시작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6.9%에 그친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2018년 3월)를 거론한 것도 박 시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다.
박 시장 : 제가 삼표레미콘을 (서울숲에서) 내보내려고 무지하게 고생했다. 포스코 과학관은 내가 본래 약속하지도 않았던 건데, 이거 안 해도 되나?
정 의원 : 해야죠.
박 시장 : 이건 예정됐던 것도 아닌데?
정 의원 : 과학관은 과학관이고, 도서관은 도서관이다.
박 시장 : 오늘 의원님 얘기 듣다 보니 (과학관 유치도)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다. 과학관이 들어가는 것만 해도 지역사회에 엄청난 건데.
정 의원 : (시장이) 공약을 안 지켰다는 얘기를 하는 것 아니냐?
박 시장 : 도서관보다 더 좋은 시설이 들어가는데, 두 개를 다 해달라는 것 아니냐? 이 자리에 다른 시의원들도 다 있지만, 지역균형의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다.
정 의원 : 원래 공약대로 하라는 거다. 거기에서 벗어나서 하는 말 아니냐?
박 시장 : 원래 공약보다 더 큰 프로젝트가 도서관 기능까지 포함해서 들어가는 것 아니냐?
정 의원이 "과학관은 과학관이고,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고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자 박 시장은 "정치의 신뢰까지 운운했는데, 조금 무례한 주장이라고 본다. 시의원이 재검토 의견은 얼마든지 낼 수 있지만, 공약 지키라는 식으로 공격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정 의원은 "서울숲 인근에 승마장 부지가 있는데, 도서관은 이곳에 지으면 된다"고 제안했지만, 박 시장은 "(성동구에) 과학관과 도서관 둘 다 자리 잡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숲이 있는 성동구로 주요 시설들이 몰리는 것에 대한 시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박 시장이 서울시의 균형 발전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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