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알바 체험? 직접 확인하러 가봤다
"자영업자에 더 공감했다"는 알바생... 신보라 한국당 청년최고위원
"자영업이 너무 어렵잖아요. 국회의원들이 현실을 아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정치인들이 시장에 나와서 악수하기도 하던데... 그냥 보여주기 같아요."
'1일 알바'에 나선 현직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엇갈린 평가. 지난 16일부터 3일간 식당 아르바이트(알바)에 나선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청년최고위원, 비례대표) 이야기다.
신보라 의원은 '1일 알바'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치마를 둘러메고 알바생이 돼 청년의 애로사항을 몸으로 느끼겠다"라며 "뿐만 아니라 매장에 오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느끼는 경제 실정의 목소리를 당 정책에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진정성'과 '보여주기'. 그를 둘러싼 두 가지 키워드다. 신 의원은 최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 법안' 제안 설명하는 자리에 아이와 동반 출석하려고 했지만, 국회의장의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쇼'라는 원색적 비난도 있었지만,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호평도 있었다.
4월, 신 의원의 선택은 '민생 체험'이다. 그는 '1일 알바'를 통해 느낀 바를 오는 22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8일 신 의원의 마지막 알바 체험 현장을 찾아가 봤다.
'알바'라 쓰고 '정치인'이라 읽는다
18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인근의 한 닭 전문식당, 저녁시간 전 식당내 손님은 기자 일행을 포함해 다섯이 전부였다(약 60석 규모). 신보라 의원은 출근 시각 10분 전인 오후 5시 50분에 도착했다. 이어 김성용 한국당 송파구(병) 당협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담소를 나누던 신 의원은 오후 6시가 되자 알바 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붉은 앞치마에 왼쪽 가슴엔 '1일 알바' 명찰을 달았다.
알바 체험 시작 30분 뒤, 단체 예약 손님 20명이 들어왔다. 식당 사장은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마친 위원들'이라고 귀띔했다. 신 의원은 자리를 안내하고, 은색 철제 쟁반에 반찬을 담아 식탁으로 옮겼다. 주문은 사장과 원래 일하던 종업원이 주로 받았다. 손님이 늘어날수록 신 의원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일반적인 식당 알바 노동자와 다른 점이 있었다. 서빙을 마치거나, 자리에 앉은 손님들에게는 반드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잠시 인사 좀 드릴게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신보라입니다. 자영업 현장을 들러 확인하기 위해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알바 하면서 이야기 듣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식당 내가 분주한 가운데 매출장부를 쓰는 사장에게 가게 현황을 묻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메모장을 빌려 사장의 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서빙과 주문은 종업원 아주머니가 도맡았다. 아주머니에게 슬쩍 물었다.
"신 의원은 좋은 알바인가요?"
"첫날인데 저 정도면 잘하는 거죠."
"식당일은 주문 받는 게 힘든데, 좀 받던가요?"
"..."
아주머니는 못 들은 듯 시선을 돌렸다.
이 식당 사장은 왜 현직 국회의원의 알바 요청을 수락한 걸까.
"신보라 의원이 현장체험 하고 싶다고 해서 마다하지 않았어요. 자영업이 너무 어려우니, 국회의원들이 현실을 아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의원이 현장에 오는 데 의의를 둬야죠."
그렇다면 '청년' 손님들은 어떻게 이 활동을 바라볼까. 신보라 의원은 이번 '1일 알바'의 목적을 "청년의 애로사항을 몸으로 느끼겠다"로 설정하지 않았던가.
신 의원이 누구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는 직장인 김정민(29, 여성, 가명)씨는 "정치인들이 시장에 나와서 악수하기도 하던데, 그냥 보여주기 같아요"라면서 "저 분, 최저임금은 받고 일하나요?"라고 말했다(현행법상 국회의원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따로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오후 7시께, 기자가 앉은 테이블에서 볶음밥을 주문했다. 잠깐 틈을 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직격 인터뷰] '보여주기 아닌가요?'... 신보라의 대답은
- 왜 이 시점에 '식당 알바'인가.
"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고,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러 온 거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가 적절하다고 생각해 한 달 전부터 자영업 가게를 물색했다. 사장님들한테 직접 물어봤지만, 이런 행사를 낯설고 어려워 하는 분들이 많아 일정을 어렵게 잡았다."
- 민생 현장이라면 전통시장 같은 곳도 있잖나.
"알바생들, 자영업자들을 간담회 형식으로 많이 만나봤다. 주로 정제된 말씀들이 나왔다. 현장성이 많이 떨어진 이야기들이었다. 지난 이틀(16, 17일) 동안 식당 알바생들과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민심을 듣기엔 현장 방문이 훨씬 낫다."
- '보여주기'라는 지적도 있다.
"보여주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여기 온 거다.(웃음) 정치인들이 늘상 하는 식이 방문해서 인사만 하고 가는 거다. 그래서 나는 식당이 가장 바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거다."
- 알바생과 자영업자 중 누구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던가.
"아무래도 자영업자분들이다. 아르바이트는 하루 잠깐 하는 것이라 깊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1일 알바'를 시작한 건 아닌가.
"'이걸로 법안을 만들겠다'라고 단정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인식이 서면 법안 발의로 연결되겠지만...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상인분들과 알바생들에게 들으면 더 와닿겠다 생각해 현장에 나온 거다. 간담회에서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문제를 풀어야겠다 생각하려 한다."
인터뷰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지만, 신 의원은 "아르바이트에 집중하면 좋겠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느꼈는지' 물었다. 신 의원은 "민원을 이 자리에서 먼저 공개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즉답 대신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히겠다는 것.
자유한국당 청년최고위원인 그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표할 '알바 후일담'에는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상당부분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첫날(16일) 알바 후기에도,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도 '경제 실정' '자영업자'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근처 테이블에서 들었던 한 청년 손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최저임금을 받고 살면서 청년들의 진짜 생활 환경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1일 단발성이 아니라 한 달 정도 길게 일하면서 살아봐야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정치인들이 시장에 나와서 악수하기도 하던데... 그냥 보여주기 같아요."
'1일 알바'에 나선 현직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엇갈린 평가. 지난 16일부터 3일간 식당 아르바이트(알바)에 나선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청년최고위원, 비례대표) 이야기다.
▲ 신보라 의원(가운데)이 서빙하고 있는 모습. ⓒ 김정현
신보라 의원은 '1일 알바'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치마를 둘러메고 알바생이 돼 청년의 애로사항을 몸으로 느끼겠다"라며 "뿐만 아니라 매장에 오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느끼는 경제 실정의 목소리를 당 정책에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4월, 신 의원의 선택은 '민생 체험'이다. 그는 '1일 알바'를 통해 느낀 바를 오는 22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8일 신 의원의 마지막 알바 체험 현장을 찾아가 봤다.
'알바'라 쓰고 '정치인'이라 읽는다
18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인근의 한 닭 전문식당, 저녁시간 전 식당내 손님은 기자 일행을 포함해 다섯이 전부였다(약 60석 규모). 신보라 의원은 출근 시각 10분 전인 오후 5시 50분에 도착했다. 이어 김성용 한국당 송파구(병) 당협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담소를 나누던 신 의원은 오후 6시가 되자 알바 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붉은 앞치마에 왼쪽 가슴엔 '1일 알바' 명찰을 달았다.
알바 체험 시작 30분 뒤, 단체 예약 손님 20명이 들어왔다. 식당 사장은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마친 위원들'이라고 귀띔했다. 신 의원은 자리를 안내하고, 은색 철제 쟁반에 반찬을 담아 식탁으로 옮겼다. 주문은 사장과 원래 일하던 종업원이 주로 받았다. 손님이 늘어날수록 신 의원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일반적인 식당 알바 노동자와 다른 점이 있었다. 서빙을 마치거나, 자리에 앉은 손님들에게는 반드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잠시 인사 좀 드릴게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신보라입니다. 자영업 현장을 들러 확인하기 위해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알바 하면서 이야기 듣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식당 내가 분주한 가운데 매출장부를 쓰는 사장에게 가게 현황을 묻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메모장을 빌려 사장의 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서빙과 주문은 종업원 아주머니가 도맡았다. 아주머니에게 슬쩍 물었다.
"신 의원은 좋은 알바인가요?"
"첫날인데 저 정도면 잘하는 거죠."
"식당일은 주문 받는 게 힘든데, 좀 받던가요?"
"..."
아주머니는 못 들은 듯 시선을 돌렸다.
▲ 알바시작 10분 뒤, 신보라 의원이 한 손님과 악수를 하고 있다. ⓒ 김정현
이 식당 사장은 왜 현직 국회의원의 알바 요청을 수락한 걸까.
"신보라 의원이 현장체험 하고 싶다고 해서 마다하지 않았어요. 자영업이 너무 어려우니, 국회의원들이 현실을 아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의원이 현장에 오는 데 의의를 둬야죠."
그렇다면 '청년' 손님들은 어떻게 이 활동을 바라볼까. 신보라 의원은 이번 '1일 알바'의 목적을 "청년의 애로사항을 몸으로 느끼겠다"로 설정하지 않았던가.
신 의원이 누구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는 직장인 김정민(29, 여성, 가명)씨는 "정치인들이 시장에 나와서 악수하기도 하던데, 그냥 보여주기 같아요"라면서 "저 분, 최저임금은 받고 일하나요?"라고 말했다(현행법상 국회의원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따로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오후 7시께, 기자가 앉은 테이블에서 볶음밥을 주문했다. 잠깐 틈을 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직격 인터뷰] '보여주기 아닌가요?'... 신보라의 대답은
- 왜 이 시점에 '식당 알바'인가.
"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고,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러 온 거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가 적절하다고 생각해 한 달 전부터 자영업 가게를 물색했다. 사장님들한테 직접 물어봤지만, 이런 행사를 낯설고 어려워 하는 분들이 많아 일정을 어렵게 잡았다."
- 민생 현장이라면 전통시장 같은 곳도 있잖나.
"알바생들, 자영업자들을 간담회 형식으로 많이 만나봤다. 주로 정제된 말씀들이 나왔다. 현장성이 많이 떨어진 이야기들이었다. 지난 이틀(16, 17일) 동안 식당 알바생들과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민심을 듣기엔 현장 방문이 훨씬 낫다."
- '보여주기'라는 지적도 있다.
"보여주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여기 온 거다.(웃음) 정치인들이 늘상 하는 식이 방문해서 인사만 하고 가는 거다. 그래서 나는 식당이 가장 바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거다."
- 알바생과 자영업자 중 누구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던가.
"아무래도 자영업자분들이다. 아르바이트는 하루 잠깐 하는 것이라 깊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1일 알바'를 시작한 건 아닌가.
"'이걸로 법안을 만들겠다'라고 단정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인식이 서면 법안 발의로 연결되겠지만...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상인분들과 알바생들에게 들으면 더 와닿겠다 생각해 현장에 나온 거다. 간담회에서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문제를 풀어야겠다 생각하려 한다."
▲ 18일 오후 6시 40분, 저녁시간이 되자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 붉은 앞치마를 입은 신보라 의원(노란 동그라미)이 반찬이 담긴 쟁반을 들고 움직이고 있다. ⓒ 김정현
인터뷰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지만, 신 의원은 "아르바이트에 집중하면 좋겠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느꼈는지' 물었다. 신 의원은 "민원을 이 자리에서 먼저 공개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즉답 대신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히겠다는 것.
자유한국당 청년최고위원인 그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표할 '알바 후일담'에는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상당부분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첫날(16일) 알바 후기에도,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도 '경제 실정' '자영업자'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근처 테이블에서 들었던 한 청년 손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최저임금을 받고 살면서 청년들의 진짜 생활 환경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1일 단발성이 아니라 한 달 정도 길게 일하면서 살아봐야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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