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이 습관은 고치는 게 좋습니다
[서평] 오수향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3마디로 말한다'
▲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3마디로 말한다』, 오수향 지음, 위즈덤하우스(2019) ⓒ 박효정
나는 자기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어쩐지 슬퍼지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자기를 계발해야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걸음도 우아하게 소설이나, 시, 철학서들이 꽂혀있는 서가로 가서 사뭇 고상한 척 책장을 팔랑팔랑 넘겨보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가끔씩 자기계발서에 손이 가기도 하는데, 역시 밥벌이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3마디로 말한다>의 저자 오수향은 '대한민국 신지식인상'을 수상한 국내 대표 심리대화 전문가로, 현재 국민대평생교육원 주임교수·SHO 대화심리연구소 소장이다. 많은 사람이 대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도움을 청해오는 것을 보고, 인생을 바꾸는 대화 습관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코칭과 상담은 지금 1년에 300회 넘는 강연으로 발전했고 직장 대화법, 부부 대화법, 부모와 자녀 대화법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진행 중이다.
'말'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는 매일 말을 한다. 매일 말을 하고 있지만, 말을 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말 한마디로 사람과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며, 계약이 성사되기도 하고, 돈을 날리기도 하며, 취직이 되기도 하고, 잘리기도 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는가.
나는 어떤 자리에서든, 말을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내용은 둘째치고 넋을 놓고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홈쇼핑을 빼놓을 수 없다. 쇼호스트가 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개똥으로 만든 숟가락이라도 살 판이다. 반면, 나름대로는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부 귓등을 스쳐가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책은 말한다. 쉽고 짧게, 상대의 욕망을 읽어라! 한마디로 용건만 간단히! 어쩐지 옛날 선전구호 같지만 그게 핵심이다. 저자는 쉽게 말하는 법, 짧게 요약하는 법, 핵심을 잘 전달하는 법, 상대를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중 가장 공감이 된 부분은 하지 말아야 할 습관을 소개하는 대목이었다.
필요하지 않은 말인데 습관적으로 쓰는 게 있다. 그 말을 쓰면 왠지 모르게 유식하게 보이기 때문에 자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적(的)', '성(性)', '화(化)'인데 명사 뒤에 붙는 접미사다. 얼마나 자주 많이 사용하는지 보자. "이번 일로 몸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그에게는 정직성이 부족합니다.", "디지털화 한 고객 성향을 파악했습니다." (119~120쪽)
나는 그게 누구든지 '저는 개인적으로'라고 시작하는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난다. 아니 당신 이야기이니 당연히 개인적인 것이지, 단체적인 것도 있는가. 도대체 그 '개인적'으로 라는 말은 왜 붙이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는...'으로 시작하는 말도 마찬가지인데, 그냥 간단하게 '나는'이라고 말하면 될 일이지 '나같은 경우'는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결국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들이 문제가 된다.
그러고 보면 말 잘하는 법은 글 잘 쓰는 법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가 자주 생각났다. 특히 말하기에서 피해야 할 표현들은 글쓰기에서 피해야 할 표현이기도 하다.
선배들 어깨너머로 교정 교열 일을 막 배우던 무렵, 머릿속에 문구 하나를 공식처럼 기억하고 다녔더랬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 '-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선배들이 알려 준 문구였다. 실제로 예전엔 문장에 '적, 의, 것, 들'이 더러는 잡초처럼 더러는 자갈처럼 많이도 끼어 있었다.
문제는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쓰는 데 있다. 어떤 표현은 한번 쓰면 그 편리함에 중독돼 자꾸 쓰게 된다. 아예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편리함의 중독자인지 살피라는 것뿐이다. -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중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3마디로 말한다>에서 저자는 불필요한 습관을 고쳐야 할 필요에 대해서도 설명하지만, 꼭 지켜야 할 법칙도 강조한다. 상대방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말하기의 기술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처음 15초 안에 상대방의 관심을 끈다. 둘째, 핵심 내용을 앞부분에 배치하는 두괄식으로 말한다. 셋째, '3의 법칙'을 기억하라.
글도 첫 문장이 중요하듯이, 말도 첫마디가 중요하다. 겸손이든 자신감 부족이든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거나 자신의 의견이 확실하지는 않다는 뉘앙스의 말로 시작한다면 내용이 뭐가 됐든 그 사람의 말하기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해심과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일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더. '3의 법칙'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내용을 나누어 가능하면 3마디 말로 시작해 '세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는 3의 구조로 표현된 개념과 현상, 대상이 많다. 예를 살펴보자. 금은동, 진선미, 상중하, 천지인, 아침점심저녁, 과거현재미래, 대중소, 고체액체기체, 시간공간물질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3의 구조는 완벽함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틴어에 '셋으로 이루어진 것은 모두 완벽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핵심을 말할 때 2단계도, 4단계, 5단계도 아닌 '3단계 화법'이 가장 강력하다. 이와 함께 최소한의 짧은 말 역시 두 마디도, 네 마디도 아닌 딱 '3마디'가 위력을 발휘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말을 할 때 자신의 생각을 딱 '세 가지'로 정리하여, 말을 시작하면서 세 가지를 말하겠다고 언급하는 방법이 유효하다. 어떤 내용이든 세 가지로 요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서 '3의 법칙'이라 이름 붙였다. (198쪽)
이렇게 쓰고 보니, 말 잘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인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말 습관과 달변가들의 미묘한 기술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달변과 눌변의 결정적 차이는 '연습'이다. 아무리 말 잘 하는 기술을 많이 알고 있어도 실제로 연습해 보지 않는다면 다 소용없다. 머릿속에서 백 번 하는 생각이, 한번 실제로 말해보는 연습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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