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걷다가 만난 다채로운 제비꽃
한국의 야생화 중 종류가 제일 많아
▲ 제비꽃. ⓒ 김종성
제주 오름, 숲길, 까만 돌담이 둘러쳐진 마을길을 지나면서 제비꽃과 흔히 마주쳤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지만, 걷는 사람이나 도보 여행자에게만 보이는 꽃이기도 하다.
자동차나 자전거 탄 사람은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데다, 예쁜 정원이 아닌 평범하고 후미진 곳에 피어나 수줍게 봄을 알리고 있었다. 겸양, 진실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리는 꽃이지 싶다.
▲ 제비꽃. ⓒ 김종성
제비꽃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에 꽃이 핀다 하여 이름 붙은 꽃이다. 음력으로 3월 3일인 삼짇날은 조상들이 반갑게 봄을 맞이하던 명절이었다. 비가 오기 전 제주시 애월읍 동네 길 바닥으로 낮게 나르던 제비들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 제비꽃. ⓒ 김종성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 사는 제비꽃은 무려 수십 종이 넘는다. 책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에 의하면 분류가 분명한 제비꽃만 32종으로 한국의 야생화 중 종류가 제일 많은 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제비꽃 중 가장 작은 콩제비꽃, 꽃 안쪽에 털이 난 털제비꽃, 꽃 모양이 단풍잎 같은 단풍제비꽃, 고깔 모양의 고깔제비꽃, 알록제비꽃, 흰젖제비꽃, 낚시제비꽃, 해방 후 미국에서 건너온 미국제비꽃(종지나물) 등.
▲ 제비꽃. ⓒ 김종성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자세히 보면 그 이름을 알 것 같아 더욱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어느 작가의 말은 제비꽃에도 해당하지 싶다.
제주시 교래자연휴양림내 인적 드문 원시림 같은 곶자왈(암괴들이 불규칙하게 널려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 길에 피어난 제비꽃을 바라보다, 잊고 살았던 노래가 시처럼 떠올라 흥얼거리기도 했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
- 조동진 <제비꽃>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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