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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다 지쳐 드러누운 잉어를 본 적 있나요?

[사진]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에서 만난 잉어

등록|2019.04.25 21:57 수정|2019.04.25 21:57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갈대습지가 있다. 수면 위 설치물과 주변 아파트의 물그림자가 어울린 풍경이 이채롭다. 봄을 맞은 습지에는 한 쪽에 수생갈대가 무성함을 이루고, 또 다른 한 쪽에 연이 잎과 꽃을 물 위에 내보이고 있다. 어디에선가 날아와 습지의 봄 풍경을 바라보는 비둘기의 모습이 한가롭다.
 

▲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 ⓒ 강등학

  

▲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의 연꽃 ⓒ 강등학


그러나 이곳 습지의 물은 자연의 것이 아니다. 한강물을 펌프로 퍼올렸다. 주변에 여러 개울이 설치돼 있고, 이 개울에 한강물을 공급해 습지로 흘러들게 한 것이다. 실은 습지뿐만 아니라 샛강 전체가 한강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습지 주변 개울의 물 공급은 늘 하는 것이 하니라 일정한 시간이 있다. 이때는 개울의 물이 세게 흐르고, 나머지 시간에는 유속이 약해진다. 개울에 따라서는 물이 곳곳에 고여 있는 정도만 남기도 한다.
 

▲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주변 개울 ⓒ 강등학


이제 잉어 이야기를 해보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에 잉어들이 산다. 환경이 괜찮은지 잉어들 대부분은 어른 팔뚝 만하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보기에도 좋다. 이곳에 사는 잉어들은 그 수가 상당한데, 너댓 마리씩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습지의 잉어들은 때로 그곳을 벗어나 개울로 나들이 가기도 한다. 이들의 나들이는 한강물이 공급돼 개울에 물이 많을 때 하게 된다. 잉어도 일상을 벗어나보려는 여행 본능이 있는 것일까? 그러나 잉어들의 나들이 즐기기는 개울물이 줄기 전에 마쳐야 한다. 때를 놓치면 습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주변 웅덩이에 몸을 의지한 채 물이 많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얼마 전 샛강의 갈대습지 산책길에 한 개울을 지날 때였다. 어디서 갑자기 푸더덕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돌렸다. 개울에 몸을 드러낸 채 놓여 있는 잉어 두 마리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들은 연거푸 몸을 솟구치며 물이 많은 쪽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잠시 바라보는 사이, 한 마리는 거듭된 시도 끝에 물이 많은 쪽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다른 한 마리는 힘이 들었는지 배를 보이며 누워버렸다. 하는 수없이 도움을 주려고 손을 댔더니 몸을 뒤틀며 빠져나갔다. 이렇게 두어 번 하고 나서 물속으로 밀어 넣으니, 힘차게 헤엄치며 웅덩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잉어 ⓒ 강등학

 

▲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잉어 ⓒ 강등학

  

▲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지친 잉어 ⓒ 강등학


그 개울의 물웅덩이에 다른 잉어 너댓 마리가 보였다. 함께 나들이 나왔다 갇힌 모양이다. 즐거움이 컸던 것일까? 돌아갈 때를 놓친 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런가보다. 욕망은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며, 매사 때를 놓치지 않아야 되나보다. 필자의 도움으로 고생을 면한 그 잉어는 이번 일로 뭔가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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