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을 옛날 배움책에서는 이렇게 불렀다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돈, 값, 각시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이창수
오늘은 4285해(1952년) 만든 <셈본 1-2>의 78~7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8쪽 첫째 줄에 '장사놀이'가 나옵니다. 보는 바와 같이 옛날 배움책에서는 '시장놀이', '가게놀이'라는 말이 아닌 '장사놀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입니다. 배움책에서는 안 쓰지만 하지만 많은 곳에서 '쇼핑놀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 또 이렇게 토박이말이 밀려나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마지막 줄에 '값'이 나옵니다. '값'은 '사고파는 몬(물건)에 매겨 놓은 셈(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파는 사람은 값을 올리고 싶고, 사는 사람은 값을 낮추고 싶기 때문에 그 사이에 밀고 당기는 흥정이 붙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벌이는 실랑이를 '에누리'라고 하지요. '가격', '프라이스', '할인',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넘쳐나지만 아이들이 장사놀이를 할 때 이런 말도 알려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79쪽 다섯째 줄에 '각시'가 나옵니다. '각시탈', '신랑각시' 할 때 아는 '각시'라는 말은 '새색시'를 가리키거나 '아내'를 달리는 이르는 말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옛날 배움책에 나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말모이(사전)에 보면 '조그맣게 색시 모양으로 만든 인형'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저는 이 말이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인형'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을 보면서 요즘 우리가 쓰지 않는 말을 옛날 배움책에 썼다는 것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알게 된 말을 오늘날 우리 말글살이와 요즘 배움책에 살려 쓰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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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