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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박문건' 경찰 치안감들 구속 피해... 검찰수사 차질?

법원 “구속 사유 인정 어려워” 영장청구 기각... 인권위는 ‘사찰 의혹’ 유감 표명

등록|2019.05.01 11:11 수정|2019.05.01 11:11

▲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왼쪽)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4.30 ⓒ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정부 경찰청 정보국의 선거·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책임자였던 현직 치안감들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윗선'으로 향하려던 수사계획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16년 '친박(근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는 등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지방경찰청장에 준하는 현직 치안감이다.

박기호.정창배 치안감 구속영장 청구 모두 기각

임 부장판사는 두 사람 모두 ▲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그 법리적 평가 여부에 관하여만 다투고 있고 ▲ 가담 경위나 정도에 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이며 ▲ 현재까지 수사 경과나 이들이 수사·심문(영장실질심사)에 임하는 태도 ▲주거와 직업관계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20대 총선 당시 정창배 치안감은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박 치안감은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이었다. 이들은 경찰청 정보국을 동원, 친박계를 위한 선거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2~2016년 경찰청 정보국 근무시절에는 정부와 여당에 반대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진보성향 교육감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직권남용)도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 기각사유로 밝혔듯, 이들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 맞춤형 정보수집 활동을 벌인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 다만 정 치안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선거 관련 문건 작성은 수십 년간 계속된 관행"이었고, "정무직 공무원을 보필하러 청와대에 갔으니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치안감은 "중간 결재자로서 윗선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맨 오른쪽)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맨 왼쪽)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4.30 ⓒ 연합뉴스


두 사람 중 정 치안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2014년 총경 시절 치안비서관실에서 청와대 근무를 시작, 2년 뒤 경무관으로 승진하면서도 청와대에 남았다. 보통 경무관급은 3~4년차에 치안감이 되지만 정 치안감은 경무관 승진 이듬해에 곧바로 치안감이 돼 '안봉근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 치안감은 정 치안감과 경찰대 동기로 2014년 경찰청 정보2과장, 2016년 정보심의관을 맡는 등 정보분야 요직을 거쳤다. 그 역시 2016년 경무관 2년차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불법 선거 개입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의심한다. 그만큼 경찰청 정보국이 대대적인 선거·정치 개입 활동을 벌였고, '박근혜 청와대'가 주목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 강신명 경찰청장과 현기환 정무수석 등 당시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려했다. 하지만 법원의 영장청구 기각으로 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는 물론 4월 21일 피의자신분으로 조사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재소환 필요성을 검토하는 등 수사계획을 다방면으로 점검 중이다.

국가인권위, 경찰청 정보국의 사찰 의혹에 강한 유감 표명

한편 국가인권위는 박근혜 정부 경찰청 정보국의 국가인권위 사찰 의혹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가인권위는 30일 성명을 내 "경찰이 조직적으로 인권위 업무를 사찰하고 개입하는 것은 인권위는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침해하는 행위"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2월엔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의 사찰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MB 이어 박근혜도... 인권위 "정보 경찰 사찰 매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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