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이 한가득... 미국인이 그린 구한말 전주 밥상
[조선의 의인, 조지 포크] 1884년 전주 한정식과 주막 스케치
개항초기 조선의 근대화와 자주독립을 위해 젊음을 바쳤으나, 청나라로부터는 모략당했고, 조선으로부터는 추방당했으며, 본국 정부로부터는 해임당했다. 어느 날 일본의 호젓한 산길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의인 조지 포크에 대한 이야기이다.[편집자말]
조지 포크는 1884년 11월 11일 전주 감영을 방문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는 거기에서 관찰한 바를 세밀화처럼 묘사했는데, 아래와 같은 스케치를 남기기도 했다. 자신이 대접받았던 저녁상이다.
▲ 조지 포크가 그린 구한말 전주 밥상 ⓒ INSIDE THE HERMIT KINGDO
이것이 19세기 전주의 한정식 식단일 터다. 17개의 음식이 무척 궁금하다. 그런데 보다시피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극히 어렵다. 1번부터 꽉 막힌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독한 시안은 아래와 같다.
1. rice & beans(콩이 섞인 쌀밥)
2. Egg, beef & radish soup(무를 썰어 넣은 소고기 계란국)
3. broiled chicken(구운 닭)
4. 3 Salt (?) pork(돼지 요리)
5. Slices of cold beef(소고기 조각)
6. Kimchi(김치)
7. radish kimchi & red pepper (붉은 고추가 들어 있는 동치미거나 깍두기)
8. Slices of beef in egg (?)(계란을 입힌 소고기 산적)
9. Bean sprouts- cold & sour (숙주나물 무침)
10. Salt clams & oysters(조개젓과 굴젓)
11. a duck soup- radish(무를 넣은 오리고기국)
12. A soft (?) of eggs, redish (?)
13. cold beef, roast and fired in (oil?)(숯불 불고기 등)
14. poached eggs(계란 조림)
15. fish raw - salt and cold(생선 알? 말린 생선?)
16. Soy(간장)
17. ?
카터 에커트(Carter J. Eckert) 하버드대 교수는 조지 포크가 조선에 파견된 보통의 외교관이나 관리와는 매우 달랐으며 조선의 모든 것에 강렬한 흥미를 느꼈다고 전한다. 조지 포크는 한반도 곳곳을 폭넓게 여행했으며 견문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선이라는 이방의 모든 것을 이례적으로 열린 마음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대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조지 포크가 남긴 기록물의 가장 큰 가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포크 자신의 성품과 능력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조지 포크의 조선 보고서는 정확성과 디테일의 표상이며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역사적으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오리지널 조선 왕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평한다.
조지 포크의 다음 글을 보면 이방인의 객관적 시선이 아니라 조선인의 마음이 읽힌다.
밤이 오면 어두운 남산 꼭대기, 봉수대의 불꽃이 줄지어 신속히 꺼진다. 남산의 봉화불은 이 나라의 가장 먼 곳으로부터 뻗어 있는 봉수 4대 동맥의 마지막 봉화다. 그 불이 꺼지면 사람들은 오늘밤 온 나라가 평화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산 맞은 편 궁궐의 임금은 왕국의 평화를 알리는 이 무언의 메시지에 안도하며 침전에 들 것이다.
잠시 후 도심의 큰 종에서 울려 나오는 부웅부웅 소리가 귓전에 들려온다. 사람들에게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며 밤에는 성문이 닫힌다는 신호다. 이 땅에 밤이 내리면 이처럼 봉화불이 신호를 하고 큰 종이 밤 공기 속에서 부웅부웅 소리를 내온 지가 4백 년 이상 됐다. (출처: <EPISTOLARY KOREA>)
조지 포크가 그린 주막
조지 포크의 기록에는 실로 많은 세밀화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좀 더 엿보기로 하자. 조지 포크는 전주를 방문하기 전인 11월 8일 전북 용안이라는 곳을 들러 이런 기록을 남겼다.
밤에 비가 왔다.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벼룩 때문이었던 것 같다. 10시에야 일어났다. 비가 오고 있어서였다. 여기엔 세면실이 없다. 나는 언덕길을 지날 때에도 바깥 공기를 쐬지 못한다. 나를 살펴보려는 사람들이 내 주위를 온통 꽉 채우고 있어서다. 내겐 이게 골칫거리다.
같은 해 11월 14일 여행기에는 전라도 시골 어느 주막에서 일어난 일이 펼쳐진다.
4시 28분 여기에 도착. 5분간 쉬다. 그런 다음 남서쪽으로 이동하여 5시에 한적한 주막에 들렀다. 여기에서 하룻밤을 묵다. 꽤 크고 깔끔하다. 투박한 나무로 지었는데 연기에 검게 그을렸다. 이게 내가 보기에는 주막모델(chumak model)이다. 그래서 여기 스케치를 한다.
▲ 조지 포크가 그린 구한말 주막 ⓒ INSIDE THE HERMIT KINGDO
조지 포크가 붙여 놓은 명칭들을 아래와 같다.
a. main entrance(대문)
b. kitchen(부엌)
c. open center-yard(마당)
d. guest rooms(사랑방)
e. host's room(주인방)
f. anpang, wife's room(안방)
g. shed for wood(땔나무간)
h. stables(마구간)
i. shed(헛간)
j. shelves for dishes(그릇 놓은 선반)
k. porch(베란다)
l. little room(쪽방)-sleep or rest
m. front porch(앞 베란다)
n. a shed-open for luggage & (창고)
o. back gate(뒷문)
p. cooking place heats room d(부엌에서 d방에 군불을 땐다)
놀랍지 아니한가? 조지 포크, 신기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조지 포크는 또한 주막의 내부 정경과 사건에 대해 세밀화 같은 기록을 남겼다. 훗날 살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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