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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 된 10대 소년들' 택한 전주영화제, 거기에 담긴 속뜻

[현장]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감독 "순수성 잃는 순간 돌이킬 수 없어"

등록|2019.05.02 17:03 수정|2019.05.02 19:47
 

▲ 2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 전주국제영화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은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아래 <나폴리>)가 열었다. 2일 오후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 시사에서 공개된 <나폴리>는 10대 소년들이 전면에 선 작품이었다.

영화는 작은 소년들이 작은 동네에서 갱단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밀도 높게 그렸다. 연출을 맡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은 "소년들이 순수성을 상실하면서, 점점 이들의 행동이 전쟁처럼 변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며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보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묵직하다.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소설 <고모라>를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을 두고 조반네시 감독은 "소설과 달리 범죄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소년들 감정에 중심을 두고 만들고자 했다. 범죄자들이나 마약상, 마피아 이야기가 아닌 순수함을 잃어가는 소년의 이야기로 하겠다고 작가에게도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4000명의 오디션을 거쳐 비전문 배우로 채웠다고 한다. 이 작품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으며 호평받기도 했다.

"베를린에서도 관객분들이 열린 결말이라며 마지막 장면 그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해했는데 전 열린 결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 순수성을 상실했을 때 거기에 멈추게 되고 그 잔혹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원작자가 제게 영화화를 권해서 하게 됐는데 제겐 단순한 질문이 있었다. 아이들이 그런 선택을 했을 때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다. 그 지점에 보편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캐릭터와 지명은 가상으로 지었다. 사회 고발 영화나 탐사 보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의 구조는 철저히 현실적이다. 교육기관이 부재하고 부모가 부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 2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이상용 프로그래머,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 이충직 집행위원장. ⓒ 전주국제영화제


 

▲ 2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 10대들의 이야기

기자 간담회를 진행한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감독님은 전작 <플라워>에서도 소년원에서 펼쳐지는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며 10대에 대한 조반네시 감독의 특별한 관심을 소개했다. 이에 조반네시 감독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며 설명을 이었다.

"우선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이 있다. 또한 10대들은 선과 악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 이유는 이들 시기에 우정과 사랑이 매우 강렬하기 때문이다. 어른의 우정과는 달리 굉장히 극적이고 영화적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공교롭게도 이번 전주영화제 폐막작 <스킨>도 10대 말의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올해로 성년을 맞은 전주영화제의 속뜻일까.

간담회에 참석한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 10대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조반네시 감독님 말처럼 순수성을 잃었을 때 끝이 난다는 것, 전주영화제 역시 그 정신을 잃어버리면 더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두 작품을 개폐막작으로 정한 건) 나름대로 우리 정신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 되겠다는 각오"라고 답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일 저녁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행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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