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참여 예산제도, 왜 해외에서 더 주목받을까
[세상을 바꾸는 공론장 인터뷰③] 함께하는시민행동 김민철 시민참여팀장
▲ 함께하는시민행동 김민철 시민참여팀장함께하는시민행동 김민철 시민참여팀장 ⓒ 김민철
'밑 빠진 독상.'
예산감시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대표적 사업입니다. 최악의 예산 배정과 예산 낭비 사례를 선정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해당 기관에 수여하는 일종의 '풍자'가 담긴 불명예 상입니다.
숫자만 봐도 머리가 아픈데 도대체 예산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시민들은 어떻게 직접 참여하는 걸까요? 시민참여 예산 공론장은 가능성이 있는 이슈일까요? 김민철 시민참여팀장을 만나보았습니다.
왜 '예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 제 37회 밑빠진독상2017년 함께하는시민행동 밑빠진독상 기자회견 ⓒ 함께하는 시민행동
혹시 성남시의 파산 선언을 기억하시나요? '현대판 아방궁'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시청을 짓고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지자체가 결국 파산한 사건이에요. 그 과정에서 지방의회는 지방행정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어요.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었습니다.
국회에도 비슷한 예가 있었어요. 국회에는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들 열심히 공부하라고 주는 '정책개발비'가 있어요.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이 정책개발비를 부적절하게 썼다는 점입니다. 논문을 표절하거나 피감기관에 연구보고서나 정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후 몇 천만 원씩 가져간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당시 국회의원 5명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했어요.
참여예산제도는 어떻게 운영되나?
우리나라의 참여예산제도는 2011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몇 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던 참여예산제도가 전국 243개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도입되었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참여예산제도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한 번에 도입되다 보니 지자체마다 편차가 커요. 물론 안부 표준 조례가 있고 조례안에 따라 시스템이 구축은 되어있지만 제대로 시민참여예산 제도를 실제로 잘 운영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아요. 예를 들면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한 참여예산제도 평가에 평가서를 제출한 지자체는 70여 곳에 불과합니다. 자발적으로 평가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제대로 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30% 수준에 불과한 거죠.
그렇다면 참여예산 제도는 어떻게 운영될까요? 지난해 지방재정법 개정 후 예산편성 과정에만 주민참여를 명시했던 것에서 예산 편성 등 전체 예산과정의 주민참여로 권한을 확대했습니다. 매년 지자체는 참여예산 운영계획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참여예산 진행 일정을 시민들과 공유합니다. 물론 행정에서 운영계획을 수립할 때 전년도 참여예산 운영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참여예산 위원 및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고민해야겠죠? 운영계획에 따라 참여예산위원 모집과 시민제안사업 접수도 진행합니다. 참여예산제도에 크게 보면 참여예산위원이나 시민제안자로 참여할 수 있죠.
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공개모집 기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자치단체에 따라선 신청 자격 요건으로 참여예산학교를 수료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공개 추첨이나 자치단체장의 추천을 통해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 추천 비율이 높다면 위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위원 선정은 지역, 나이, 성별 등을 고려하여 공개적으로 추첨방식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누구나 위원으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위원으로 선정이 되지 않더라도 참여예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시민제안사업을 제출하는 것인데요. 시민의 시각에서 제안 사업을 접수한다면 참여예산이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 참여예산제도에 약 3300건의 시민제안사업이 접수되었어요. 서울시민들이 겪고 있는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0건이 넘는 아이디어들이 제안된 것이죠. 접수된 시민제안 사업은 시민참여예산 위원분들이 10개 분과로 나뉘어 부서별로 심의를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위원들이 시민들이 제출한 사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자 취지를 함께 고민하고 구체화하는 '숙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일차적으로 제안자 설명을 바탕으로 200%의 사업을 선정하고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한 뒤 130% 기준으로 사업을 총회에 올려요. 그리고 현장 투표와 서울시 모바일투표로 참여예산 사업을 선정합니다. 지난해 서울시 참여예산에는 약 12만 명의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어요. 이분들이 700억 규모의 참여예산 사업을 선정해주신 거죠.
▲ 영수증 이중제출 국회의원 명단공개 기자회견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영수증 이중제출 국회의원 명단공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 함께하는시민행동
해외에서 주목받는 우리나라의 참여예산제도
지난해 전 세계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하는 '리부트'라는 단체에서 참여예산과 관련된 활동가 및 공무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워크숍에 참가한 해외 활동가들이 우리나라 참여예산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특히 참여예산 제도와 관련된 시민교육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우리나라는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째로 국민참여예산제도로 의무화하고 있어요. 서울시처럼 천만 시민이 거주하는 큰 도시에서 참여예산제를 운영하는 사례도 드물어요.
물론 실제 참여예산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회의 개방성 및 과정에서의 공정성,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예산정보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자치단체장이 많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가 시민참여정책을 강조하다 보니 올해는 참여 예산에 적극적인 지자체가 늘었어요. 물론 정부가 시민참여정책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참여예산제도가 법적으로 의무화된 지 올해로 8년이지만 여전히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 시민사회를 비롯해 수많은 시민이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많은 고민을 제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주민참여예산 교육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주민참여예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부 예산안 400조원이 당신에게 생긴다면?
참여예산은 시민들의 가치가 예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업의 적절성 부분인 거죠.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장에게 예산 편성 권한이 주어져 있지만, 지자체장은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만큼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참여예산제는 이를 강력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가끔 주민들은 개인적 이해관계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참여예산 제도를 부정하는 때도 있어요. 물론 조심할 부분이 있지만 사적 고민이 자유롭게 오고 가는 건 중요해요. 오히려 문제는 몇 명이 권한을 나눠 가져서 폐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죠. 많이 보셨겠지만 실제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 전문가들이 예산에 대한 권한을 독점하고 나눠 가지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훨씬 큽니다. 이런 부분에서 개인적인 이해에 기반을 둔 참여라 할지라도 공개적으로 이야기가 오가면서 시민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공적인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한다면 크게 우려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참여예산에 성격에 맞는 공론장의 역할도 고민할 수 있겠죠.
또 참여예산제도가 납세자의 권한 확대를 넘어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와도 관련이 있어요. 실생활에서 문제를 발견하면서 그 해법에 대부분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참여예산 제도를 잘 활용하면 지역 공동체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에요. 돈과 권한이 있으니 주민들이 실제로 이야기하면서 실현이 되니까 그게 주민조직이 늘어나게 되는 거죠.
즉 참여예산은 시민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완결성을 요구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안 사업은 주민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서울시 참여예산제도에서 나온 3500개의 이야기는 답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한 것이에요. 시민들이 해결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한 거에요. 이제는 제안자에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더 나은 과정으로 가는 토론과 숙의가 필요합니다. 시민참여예산에 대한 공론장은 그렇게 열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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