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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김복동 할머니가 전하는 부탁에 눈물이 주르륵

[전주영화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 담은 영화 <김복동>

등록|2019.05.08 17:14 수정|2019.05.09 13:40
 

▲ 지난 6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김복동> 관객과의 대화 ⓒ 성하훈


"이 영화가 기억하는 계기가 돼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의 송원근 감독이 강조한 것은 '기억'이었다. 지난 6일 전주국제영화제서 공개된 <김복동>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틈틈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다.

그 눈물은 피해자가 겪은 아픔에 대한 공감이었고, 여전히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일본에 대한 분노였으며, 굴욕적 합의로 할머니들의 아픔을 더 깊게 만든 무능했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울분이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살아있는데도 증거가 없다며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 아베 총리. 일본 정치권은 틈나는 대로 할머니들의 아픔을 모욕했다. 이는 결코 차분히 볼 수 없다. 그들의 태도는 마음 속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든다.

굴욕적인 합의에 항의하다 잡혀가던 대학생들의 모습은 또 어떤가. 그들은 할머니들은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아픔을 팔아 생채기를 내려 했다. 그들이 과연 어느 나라의 정권이었는지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외침마저 일제 순사가 독립 운동가들을 잡아가듯 거칠게 끌어내기에 바빴다.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김복동 할머니가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은 먹먹함을 안긴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던 분들이 사과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관객들이 흘린 눈물에는 억울함과 분함이 담겨 있었다. 이렇듯 다큐멘터리 <김복동>은 관객들로 하여금 분노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그러다가 어느새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의 한 장면 ⓒ 전주영화제


김복동 할머니는 15세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23세가 돼서야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8년의 시간은 지옥과도 같았고, 감내하기 쉽지 않은 고통의 나날이기도 했다. 1992년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게 어려웠던 시절, 그는 일부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거를 밝힌다. 일본의 사과를 받겠다며 결연한 의지로 나선 그는 전 세계를 돌며 평화-인권운동가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명확했다. 전쟁 범죄를 감추는 일본에 대한 비판과 잊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한 직시다. 김복동 할머니는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 자신의 거처였던 부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갔다. 그리고 지난 1월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김복동 언제나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외쳤다.

김복동 할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그 싸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큐 <김복동>은 일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반드시 사과 받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만드는 작품이다.

<김복동>을 연출한 송원근 감독 등 제작진 또한 '기억'에 초점을 맞췄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놓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할머니들의 대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할머니들에 대한 기억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상영 직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송원근 감독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맞춰서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할머니들이 얼마 남지 않았고 돌아가시면 끝이기에 할머니들을 기억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송 감독은 "할머니들이 (대부분) 지병을 앓고 계셔서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까 고민이 되었다"면서 "(할머니들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구나 하는 부분을 많은 분들이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 분 안 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실 때까지 일본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남은 사람들이 끝까지 이를 관철시켜 내야 한다는 의미다.
 

▲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이 6일 <김복동>을 관람후 송원근 감독을 격려했다. ⓒ 전주영화제


6일 상영에는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도 참석해 김복동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김 시장은 "<김복동> 같은 영화가 없다면 시간이 흘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슬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이어 "잊히지 않게 마음을 잡아주는 것 같다"라며 영화 <김복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억'은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저널리즘 다큐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뉴스타파>가 만든 <김복동>과 함께 4대강 사업 비판 다큐멘터리 <삽질> 역시도 '기억'을 강조하고 있다. 기억하지 않으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영화는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는 김복동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전달하려는 것 아닐까.

한편 <김복동>은 8일과 10일 두 차례 더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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