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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장난감에서 꿈과 희망 찾은 아이들

청소년 봉사단체 ‘꿈트리’, 아름드리나무로 ‘무럭무럭’

등록|2019.05.15 10:12 수정|2019.05.15 10:22
 

▲ ‘꿈트리’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장난감을 수리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눠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다. ⓒ 방관식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하며 꿈을 키워나가는 청소년 봉사단체 '꿈트리'가 결성 5개월 만에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하고 있다(관련 기사: 고장 난 장난감에 새 생명을... 희망을 수리하는 부자).

지난 1월 박정렬(47)·박재언(15) 부자가 주축이 돼 만든 '꿈트리'는 처치곤란인 버려지는 장난감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해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를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아빠를 따라나선 재언이와 친구 따라 강남 온다는 심정으로 동참한 중학생 몇 명이 모인 단출한 모양새였지만 지금은 초등부터 고등학생까지 40여명의 대식구로 성장했다.
 

▲ ‘꿈트리’에서 함께 활동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정영희?문지섭, 조명호?김남형 모자. 서산중학교 자모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영희(총무), 조명호 씨는 ‘꿈트리’의 각종 행사에 도우미 역할을 하며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방관식


여기에 든든한 지원군까지 생겼다. 서산YMCA가 운영하는 서산시 녹색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서산중학교 자모회까지 가세하면서 천군만마를 얻었다.

좋은 일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서산YMCA회관(중앙로 24 동일빌딩 2층)은 토요일이면 시끌벅적해진다. 초창기 멤버인 재언이와 (안)예현이를 비롯한 기술자(?)들은 의뢰 받은 장난감들을 수리하느라 여념이 없고, 새롭게 들어온 아이들은 박정렬씨의 지도 아래 기증 받은 장난감으로 수리 기술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 ‘꿈트리’ 초창기 멤버인 재언이와 예현이는 같은 반(대철중2) 친구로 어려서부터 장난감을 좋아했다는 공통점과 더 많은 친구들이 ‘꿈트리’에서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는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작곡가를 비롯해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는 예현이는 파충류를 키우는데 필요한 온도 조절 센서 등의 원리를 장난감을 통해 배우는 중이다. ⓒ 방관식


지난 11일 '꿈트리'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때론 '이건 왜 이럴까?'하는 고민이 얼굴에 드러나긴 해도 다들 마냥 즐거워 죽겠다는 모습이다.

한쪽에서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들도 흐뭇한 표정이다. 처음에는 가기 싫다는 걸 억지로 끌고 온 터라 티격태격도 했지만 지금은 드라이버를 들고 고장 난 장난감과 마주 한 순간만큼은 그렇게 좋아하는 스마트 폰도 잠시 뒷전인 탓이다.

열정적인 선생님과 제자, 거기다 엄마들까지 뭉치다보니 눈에 보이는 활동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세종시에서 열린 '세종시 지구의 날' 행사에 참가한 '꿈트리' 아이들은 40개의 고장 난 장난감 수리를 의뢰 받아 즉석에서 5개를 고쳐주고, 나머지는 서산으로 가지고 와 최근 수리를 완료, 주인에게 발송할 준비를 마쳤다.
 

▲ 지난 5일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서 고장 난 장남감을 수리하고 있는 꿈트리 회원들. ⓒ 꿈트리


지난 5일 열린 서산시 어린이 날 행사에서도 '창의 장난감 만들기 대회'를 개최해 큰 인기를 끄는가 하면, 서산시 벼룩시장에도 참가해 자원 재활용을 통한 좀 더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또한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센터의 장난감을 수리해줬다.

아이들은 '꿈트리'에서 장난감을 고치는 기술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으로 타인에게 봉사하고, 더 나아가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장난감 수리를 하고 있는 장준하(사진 맨 앞?동아마이스터고), 이명재(대철중) 학생과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정렬 씨. 박 씨는 기술자문과 부족한 장비 지원, 도우미 역할 등 어른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방관식

 
놀랍게도 앞으로 제2, 제3의 '꿈트리'가 탄생할 전망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세상에 전해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꿈트리'의 성장은 계속된다. 능숙한 기술자들이 더 많이 배출되면 조를 나눠 관내 각 아파트에서 수리 봉사를 실시할 예정이고, 소형 가전제품 수리에도 도전장을 내밀 생각이다.

장난감 수리 봉사단체 '꿈트리'엔 희망이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 열매가 얼마나 크고 달콤할지는 당신도 궁금한가? 그렇다면 '꿈트리'의 아이들에게 아낌 없는 응원을 보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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