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시작'을 함께했다
온전히 보관된 취임식 초청 자료를 보며 복기하는 ‘작은 인연’
▲ 16년 만에 발견한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자료. 서류봉투 안에는 초청장과 배치도, 취임사가 담긴 팸플릿, 당시 현장을 담은 사진 등이 그대로 있었다. ⓒ 이성훈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한 추억이 나에게도 하나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 16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평범한 시민에서 바라본 16년 전의 추억을 소개해본다.
▲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당시 현장에서 나눠준 배지 ⓒ 이성훈
지금 그 기사를 보면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허접하게 여정을 나열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든 '대통령 취임식' 참석이라는 추억이 담겨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이후 취임식은 까맣게 잊고 지냈다. 다만 당시 취임식 참석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배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했다. 그 배지마저 사물함 깊숙이 넣어둔 탓에 수년에 한 번씩 물건을 정리하면서 어쩌다 가끔 만져볼 뿐이었다.
▲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초정장과 배치도 ⓒ 이성훈
온전히 보관된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자료
초청장은 '제16대 대통령취임행사위원회' 이름으로 2003년 2월 17일에 보낸 것으로 나와 있다. 당시 온 국민에게 너무나 충격을 줬던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하기 바로 전날이다. 이 참사로 대통령 취임식은 행사를 상당히 축소한 것으로 기억한다. 초청장 안에는 행사장 구역 위치도와 좌석 위치, 준비물 등을 적어놓은 안내장이 있다.
▲ 노무현 대통령 취임선서 ⓒ 이성훈
취임사에 담긴 노무현의 철학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를 찬찬히 읽어봤다. 취임사 제목은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다. 취임사에는 우선 취임식 일주일 전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애도가 담겨있다. 본문에 들어가면 ▲남북관계 ▲한미동맹 ▲정치개혁 ▲경제성장 ▲지방분권 등 다양한 소주제로 나눠져 있다. 참여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국정 철학을 담고 있다.
▲ 노무현 16대 대통령 취임사 맨 앞부분 ⓒ 이성훈
취임사에는 또 다른 약속도 있는데 바로 '지방분권'이다. 중앙과 지방 균형을 위해 적극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취임사 마지막에는 '정의'를 강조했다.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 취임사 일부 ⓒ 이성훈
미안하고 고마운 '추억'
당시 현장에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 6장도 세세히 살펴본다. 먼발치에서 공연하는 모습과 대형 모니터를 통해 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 박나림 당시 MBC 아나운서가 시민들과 인터뷰 하고 있는 장면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16년 동안 묻혀 있던 기억들이 우연찮게 발견한 서류봉투를 통해 한 번에 되살아 난 것이다.
▲ 취임식 당시 필름 카메라로 찍었던 현장. 대형 모니터를 통해 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 박나림 당시 MBC 아나운서가 시민들과 인터뷰 하고 있는 장면, 아래는 취임식 현장 ⓒ 이성훈
공교롭게도 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되도록 여태껏 봉하마을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차로 두 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그리고 가끔 지나치는 봉하마을이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을까.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미안함 때문은 아니었는지... 노 대통령 서거 10주기가 지나고 조금 차분해질 때쯤이면 조용히 봉하마을을 다녀오려고 한다. 그리고 비석 앞에서 조용히 인사드리고 싶다. "참 고맙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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