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투입된 북한군? 망언 국회의원들, 이 방송 꼭 보시길
[TV리뷰] 5월 '광수'들 이야기 조명한 KBS 1TV <거리의 만찬>
▲ 지난 24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 '광수를 찾습니다' 한 장면. ⓒ KBS
내가 5·18 민주화운동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정부와 군에 의해 무차별적인 살인과 폭력이 발생했다는 점이 안타깝고 슬펐기 때문이다. 매년 해설을 진행하면서 물놀이를 하다가 분풀이로 쏜 총에 맞은 아이의 이야기와, 남편을 찾으러 나왔다가 목숨을 잃은 임산부의 이야기를 할 때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더욱 속상한 것은 여전히 신원조차 미상인 피해자도 많다는 점이다. 망월 묘역에 그들은 이름도 없이 잠들어 있다.
"우리 아버지가 더 닮은 것 같은데요?"
진행자로 출연한 이지혜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전 황해남도 인민위원장 권춘학으로 지목된 184번 광수 곽희성씨의 사진을 보고 나서였다. 연락을 받고 찾아간 그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인원수가 늘었고 모욕은 계속됐다.
▲ 지난 24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 '광수를 찾습니다' 한 장면. ⓒ KBS
책을 보며 박미선과 이지혜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양희은은 폐지가 되지 않는 한, 활자가 주는 신뢰감이 무서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녀의 말처럼 책, SNS 등을 통해 배포되고 있는 광수에 대한 날조된 내용을 진짜처럼 믿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또 다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얼마 전, 전남대학교 후문에서는 5·18 가짜 유공자들의 진실을 밝히라거나 빨갱이들이 유공자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올라온 영상에는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욕을 하며 집회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의 행동은 자유한국당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의 망언이 더해지면서 더 거세졌다. 광수들 중 자신이 광주 시민이라고 밝힌 이가 없다며 유령이라고 칭하는 이종명씨에게는 이 방송을 꼭 권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날 방송에는 계속해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왜곡들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들이 이어졌다. 연금이나 공무원 채용 가산점 등의 거짓 내용들뿐 아니라, 600명 이상의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왔다는 것이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지 등이었다. 출연진들의 말처럼, 만약 실제로 600명의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왔다면 당시 신군부는 얼마나 무력하고 자격이 없는 이들이라는 말일까. 그리고 그 책임은 광주 시민이 아닌 당연히 당시의 신군부와 전두환 등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게다가 취업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겨냥해 공무원 시험 과목당 10% 가산점 등의 거짓 내용을 퍼트리는 것은 비열하다.
▲ 특별한 인물도 증언을 보탰다. 전 주한미군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김용장씨다. 25년이나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5.18 당시 전두환씨가 광주에 내려왔음을 증언한 인물이다. ⓒ KBS
특별한 인물도 증언을 보탰다. 전 주한미군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김용장씨다. 25년이나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5·18 당시 전두환씨가 광주에 내려왔음을 증언한 인물이다. 그는 광수로 지목된 이들의 억울함을 지지하며 북한군 침투라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보고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이 600명이나 침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임을 논리적으로 밝혔다. 전두환 사면을 보고 실망해 이민을 떠났다던 그는, 39년을 기다렸다가 문재인 정부를 믿고 증언을 했다고 한다. 그의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한다.
나는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식 연설도 인상 깊었지만, 2017년 기념식 발언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대학생 대표로 참여했던 그 행사에서, 악수하며 건넨 편지를 직접 받아 주머니에 넣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고마웠고, 그의 연설을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습니다.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습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자유를 걸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에게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말이었다. 하지만, 직접 광주시민들의 억울함을 인정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 아마 그 자리에 있었던 유가족들, 다른 많은 광주 시민들도 비슷한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 양기남씨는 주먹밥을 먹지 못했다. 당시의 모습이 기억에 떠오르고 고문당했던 아픔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 KBS
이날 <거리의 만찬> 메뉴는 주먹밥이었다. 양기남씨는 주먹밥을 먹지 못했다.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고 고문당했던 아픔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상징이 된 광주의 주먹밥은 우리에게는 5·18을 기억하는 방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방송에 출연한 전남대학교 5·18 연구소 김희송 교수의 말처럼 이들은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또 다시 왜곡에 의해 모욕당하고 고통받고 있는 무차별적인 국가폭력의 생존자들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 5월 18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그래서 <거리의 만찬>을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슬픈 마음보다는 죄책감이 컸다. 방송에 출연한 영화 <김군>의 강상우 감독이나 큰 결심으로 증언을 하는 김용장씨처럼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하더라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회사 동료들에게라도 한 마디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주먹밥을 만들고 먹으며, 광주 금남로 거리를 행진하며 외쳤던 말들이 무색하게 평범하게 5월 18일을 보낸 죄송스러움에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거리의 만찬>이 매우 반가웠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조금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기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