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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수상 축하한 나경원,'리플리 증후군' 말한 까닭

명예 황금종려상 받은 알랭 드롱 역할 빗대 정권 비판...'패스트트랙 철회' 황교안과 한목소리

등록|2019.05.27 15:55 수정|2019.05.27 15:59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주재한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리플리 증후군 :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하는 용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서 열린 당대표 주재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봉준호 감독의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한 뒤 꺼낸 단어다.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탄 봉준호 감독과는 전혀 무관한 '리플리 증후군'이란 단어를 꺼낸 까닭은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국영화 100년의 선물, 봉준호 감독이 가져다주셨다.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꺼낸다"면서 그런데 칸 영화제 소식 중 흥미로운 것은 (배우) 알랭 드롱이 7번째 실패 끝에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알랭 드롱이 데뷔한 영화가 <태양은 가득히>다. 거기서 알랭 드롱이 맡은 역할이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톰 리플리'인데 그걸로 인해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생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론은 곧장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그걸 보면서 딱 생각한 게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 좋아지고 있다'고 계속 (거짓말)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계속 거짓말 하는 것을 보면서 '리플리 증후군'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즉, 문재인 정부가 '경제 실패'를 인정 않는 이유가 '리플리 증후군'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비꼰 셈이다.

"패스트트랙 철회가 국회 정상화의 기본 원칙"

'문재인 정부는 리플리 증후군'이란 독설만큼 국회 정상화에 대한 입장도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국회가 파탄난 원인에는 청와대와 여당이 있다. 누차 말했지만 선거법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부분에 대해 헌법수호세력으로서 당연히 맞설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꽉 막힌 정국에서 한국당은 누차 정상화를 위해 많은 제안을 했고, 양보했다"면서 "정국의 원인인 패스트트랙을 풀자는 제안 속에서 여러가지 논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 국회 정상화의 전제 조건임을 밝힌 셈이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주재한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황교안 대표도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패스트트랙 철회하고, 그동안 제1야당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국회를 운영한 데 대해 사과해주면 바로 국회에 들어가서 필요한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강효상은 옹호하고, 패스트트랙은 철회하라는 황교안 )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오히려 지금 여당의 행태를 보면 현 정국의 책임을 야당에게 전가하면서 프레임을 씌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여당에 그 책임을 돌렸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일방적으로 (선거제도 개혁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에 대한 여당의 사과는 국회 정상화의 출발점"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저희의 기본 원칙은,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 기밀누설' 강효상 의원 논란에도 황교안 대표와 같은 입장 취해

한편, 나 원내대표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같은 당 강효상 의원(비례) 문제에 대해서도 황교안 대표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위기대응시스템은 거짓말 아니면 공무원에게 책임 뒤집어씌우기"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구걸외교'의 민낯이 들키자 외교관의 의도적 유출이라며 마치 기획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장관이 전날 OECD 각료이사회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강 의원에게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전달한 해당 외교관에 대한 엄중 문책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다. 황 대표가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강효상 의원은) 정부의 외교무능, 국민의 알 권리를 숨기기 급급한 이런 행태 를 지적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나 원내대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외교 참사와 결례의 근본 책임은 강경화 장관에게 있다. 수십 년 국익과 외교 위해 힘쓴 공무원에게 과연 강 장관이 가타부타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문재인 정권은 공포 분위기 조성해서 공무원들을 들들 볶을 생각만 하지 말고 무능한 외교부 장관 먼저 교체해주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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