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 대통령 비판하며 '지옥' 운운한 황교안, 그가 감춘 과거

[게릴라칼럼] "경제지표 정상적인 것 없다"던 황 대표 주장, 실제는 달랐다

등록|2019.05.28 07:23 수정|2019.05.28 10:44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지금도 최악인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은 이대로라면 회복 불능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경제지표 가운데 정상적인 것이 거의 없다."


27일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쏟아낸 말들이다. 어김없이 '좌파', '폭정'과 같은 표현도 등장했다. 황 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권의 좌파 경제 폭정이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참여정부 당시 언론과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을 저주하던 그 발언들과 어쩜 이리 판박이인가. 하루 전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 '언론은 노무현을 어떻게 공격했나' 편이 꼽은 '한국경제 이대로 가다간 회복 불능'이라거나 '盧 정권 경제 성적표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던 <조선일보>의 '작문'과 판박이다.

"(민생) 현장은 지옥과 같았습니다. 시민들께서는 '살려 달라' 절규하였습니다.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위태롭기 그지없습니다. 제2의 IMF 같습니다."

심지어 황 대표는 26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비판을 위해 '지옥'이란 표현까지 불사했다. 과하다고 느낀 이가 어디 "국민의 뜻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기자회견이었다"(27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대변인)던 여당이나 "민생을 무너뜨린 건 '좌파 폭정'이 아니라, 민생의 절박한 현실을 공감하지 못하고 모르쇠로 일관한 한국당의 무능과 무책임"이라고 비판한 정의당(같은 날 정호진 대변인) 뿐이었을까.

"그런데 (지옥이란 얘기) 그걸 이야기를 뒤집어 해보면 그러면 2년 전에는 좋은 나라였다는 뜻인데, 네? 국민들이 이거를 납득하겠냐는 거죠. 그러니까 아직은 물론 뭐 자영업자나 또는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죠. 그렇다고 이걸 지금 지옥이라고 그러면 이다음에는 무슨 이야기하려고 그래요? 지옥보다 더 나쁜 데는 어디예요?"

2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전 윤여준 환경부 장관의 일침이다. 다시 묻자. 자신의 총리 시절이던 박근혜 정부 때는 (정치사회는 그렇다 치고 경제는) 천국이었나? 지표가 그렇지 않다. 침묵하지 않은 경제 전문가들이 꼬집는 대목이다. 지표를 통한 팩트가 황 대표의 '지옥론'이 얼마나 일방적인 주장인지 알려준다.

"경제지표 정상적인 것 없다"던 황 대표 주장, 실제는 달랐다
 

▲ 머투 <황교안 총리시절 2년 국민의 삶이 나아졌을까> 기사 캡처 ⓒ 머니투데이 누리집




"이처럼 경제상황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확립된 지표로 연간 시계열을 분석해야 한다. 황 대표가 '문 정부 2년, 국민의 삶이 나아졌나?'라고 비판하지만, 경제지표를 제대로 비교하면 문 정부의 경제 수준이 황 총리 시절보다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황 대표가 특정 기간이나 왜곡된 지표를 근거로 현재 경제상황을 경제폭망, 고용참사라고 비난했지만 제대로 팩트체크를 해보면 사실과 크게 벗어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지난 20일자에 나온 <머니투데이>의 '황교안 총리시절 2년, 국민의 삶이 나아졌을까' 칼럼의 결론이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 2년 경제지표와 황교안 총리 시절 2년의 지표를 직접 비교했다.

원래 숫자는,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근소한 차이지만 고용률과 OECD 기준 고용률·청년고용률 모두 문재인 대통령 시절이 더 높았다. 실업률 면에서도 '지옥' 운운한 황 대표의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 이 지표들은 연간 기준으로, 통계청과 한국은행 발표 자료가 인용됐다. 김 이코노미스트가 풀어 놓은 지표는 이랬다.

"실업률은 황 총리 시절보다 문 정부 때 더 높으나 악화되는 추세가 덜했고 청년실업률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황 총리 시절인 2016년 실업률이 3.7%로 2014년보다 0.2%p 증가, 청년실업률은 9.8%로 0.8%p 크게 증가했으나, 문 정부 들어와서는 2018년 실업률이 3.8%로 2016년보다 0.1%p 증가에 불과했고 청년실업률은 9.5%로 0.3%p 감소했다."

어딜 봐도 '최악'이라거나 '회복 불능의 길'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또 "경제성장률은 황 총리 시절 평균 2.85%에서 문 정부 때 평균 2.90%로 근소하게 높아졌다"며 "경제성장률은 6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낮아지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 4.5%에서 이명박 정부 3.2%로 크게 하락한 이후 완만한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러한 팩트체크는 황 대표가 '민생투쟁'에 나섰던 5월 내내 계속되고 있었다. 앞선 18일 <머니투데이>에 게재된 최성근 이코노미스트의 '보수언론의 경제지표 비판, 부실한 팩트체크' 역시 위와 일맥상통하는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2주년, 경제 부문 성과와 과제' 내용과 지표를 보수언론이 반박한 '팩트체크'들에 대해 이렇게 혹평했다.

"언론이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팩트를 체크하려면 정확하고 제대로 해야지 자의적으로 하게 되면 오히려 언론의 신뢰도마저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최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수출규모, 물가상승률, 소비자지수 심리 등 각종 지표를 팩트체크한 보수언론이 왜곡된 분석을 내놨거나 기준 자체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두 경제 전문가의 분석을 근거로, 일부 누리꾼은 "<머니투데이>도 좌파냐?"며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조작된 주장도 난무했다. 일베 등에서 떠돌기도 했던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물가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는 주장이다. 이는 <조선일보>의 '뉴욕·런던의 1.4배... 무서운 서울물가' 기사 속 식료품값 표 이미지를 짜깁기한 것이었다. 지난 13일 KBS <팩트체크K>가 확인한 조작의 전말은 이랬다. <팩트체크K>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높은 건 맞지만, 가짜뉴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서울과 뉴욕, 도쿄, 런던 대형 상점의 주요 식료품값을 자체적으로 비교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서는 식료품과 생활용품 18종에 더해 대중적인 물가 비교 지표로 쓰이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스타벅스 커피를 포함, 총 20개 품목의 가격을 다뤘다. 결론은 20개 품목을 구매하는 데 서울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인용한 게시 글에선 이 결과가 어느새 '세계 1위'로 둔갑했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도시들을 누르고 서울이 세계 물가 1위의 도시에 등극했다는 것이다. 기사의 내용은 빠진 채 표 이미지만 짜깁기돼 있어 마치 서울의 물가가 세계 1위인 것처럼 보인다. 원 기사 말미에 경제 분석기관의 물가 지표를 인용, 서울의 물가지수는 세계 7위라 명시한 부분이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잘라내 편집한 것이다."

그 지옥은 누가 만드나
 

▲ 2016년 10월 26일,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순실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지표와는 사뭇 다른, 황 대표가 말하는 민생의 지옥은 과연 어디인가. 여기가 지옥이 아니라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 보수언론이 그 지옥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지옥', '회복 불능', '좌파 폭정'과 같은 무시무시한 레토릭을 서슴지 않는 황 대표. 먼저 자신이 총리로 재직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당시는 과연 민생이 천국이었는지를 자평해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다행히 한국당이 장외집회가 끝났다고 하는데 제발 국회로 돌아와 하루빨리 민생입법과 추경(추가경정예산) 통과에 역할을 해주길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한다"며 "한국당도 민생현장을 둘러봤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황 대표가 진정 민생을 둘러 봤다면, 우선 한국당 의원들을 조속히 국회로 등판시키길 당부한다. 또한 황 대표가 민생을 걱정한다면, 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기에 앞서 경제를 그저 무시무시한 레토릭만으로 망가뜨릴 수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했어야 마땅하다. 과연 민생을 망치는 주범들은 누구인가.

지금은 2년 전과도, 또 참여정부 시절과도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보수언론이, 보수야당이 돌림 노래를 불렀던 '경제파탄론'를 그대로 빼다 박은 작금의 주장은 신선하지도, 유효하지도 않다. 그러한 왜곡된 주장엔 이제 팩트체크가 반드시 뒤따르는 시대다. 황 대표가 계속해서 그런 주장으로 일관한다면, 얻는 것은 '극우층' 결집뿐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