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책 <밤깊먼길> 5.18 내용, 사실과 다르다"
5.18기념식 참석 항의 시민들, 광주사람들 아니다?...참석자들 반박 "5월 단체 회원들은 뭔가"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출간되는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에는 지난 39주년 5·18기념식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 자유한국당
"잘 오셨소. 이렇게 와야 돼요. 설령 사람들이 물병을 던져도 내려와야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은, 그 사람들은 광주사람들이 아니여. 민중당 애들이 와서 저러는 것 같은데, 그래도 뚫고 들어가야 합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오는 5일 출간하는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이하 밤깊먼길)에 나오는 내용이다(56~58쪽). 황 대표가 만30세 젊은 작가 유성호씨와 공동집필한 이 책은 지난달 5·18기념식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적었다.
그러면서 행사장에서 벌어진 항의 등에 대해 언급했고, 한선교 사무총장에게 다가온 노인들 이야기를 꺼냈다. 노인들이 황 대표의 참석을 항의·반대하는 사람들은 "광주 사람들이 아니여, 민중당 애들이 와서 저러는 것 같은데"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5월 단체 회원들은 광주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러나 이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달랐다. 당시 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황 대표를 향해 항의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5·18관련 단체 참석자들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제히 "(해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종분 5.18구속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당일 5월 단체 뿐 아니라 (유가족인) '오월어머니회' 어머니들도 함께 계셨다. 그럼 이들이 광주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황 대표가 오전 10시 기념식 시작 직전에 도착했다. 저희 단체와 5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오사모), 오월어머니회 등 여러 사람들이 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망언부터 사과하라', '들어가지 마라'면서 항의하고 막았다"면서 "황 대표가 항의에 막히자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돌아서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항의·반대한 사람들이) '민중당 애들'이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항의 시위를 한 또 다른 참석자도 비슷한 요지로 설명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오사모' 박형진 조직국장은 "현장에는 여러 5.18 단체들과 광주전남 대학생연합회 등이 모여 있었다. (황 대표를 막아선) 묘지 입구엔 오사모를 비롯해 5.18부상자회, 대학생 등 80여 명이 넘게 모여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특히 "'황교안·한국당 반대'를 외친 사람들 중 민중당 당원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항의하는 이들 중에는 5.18 단체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았다"면서 "책에 언급한 항의한 사람들이 '광주사람이 아니고, 민중당 애들'이라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난 민중당원도 아니고, 오사모도 민중당과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당시 5.18기념식 현장에 당원들이 참석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 '5.18망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건 정치적 색깔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자, 광주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당은 '5.18 망언'으로 논란이 된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에 대해 '제명(이종명)', '당원권 정지 3개월(김순례)', '경고(김진태)' 등을 의결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제명이 결정된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 '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한국당은 관련 내용 처리를 미루고 있다.
5월 단체와 정치권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5.18기념식 참석 전에 징계를 확정하라고 요구했지만, 황 대표는 5.18기념식 참석 후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종분 서울지부장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김영삼 대통령 때"라며 "한국당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이들을 감싸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자, 5·18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역사 왜곡에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밤깊먼길>은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과 한국당의 향후 비전을 담은 책으로 황 대표는 '저자의 말'에서 "민생이 이토록 어려운데도 문재인 정권은 어떠한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미래와 통합의 청사진을 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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