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복지재단 대표의 해명, 너무 뻔한 거짓말
[取중眞담] 사업비 불용률 31.4%→22.4%로 재가공... 실무자 실수 때문이라지만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12일 열린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에서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답변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금, 시의회를 경시하시는 것입니까?"
지난 12일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회의실에서 울려 퍼진 큰 소립니다. 손희역 대전시의원은 대전복지재단이 자신에게 제출한 자료가 '조작' 또는 '허위' 자료라면서 이렇게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자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위원장 이종호)는 12일로 예정되어 있던 2018년도 소관 부서 결산승인을 위한 회의에서 대전복지재단의 과도한 불용액 문제를 따져 보기로 했습니다. 채계순·손희역 의원이 사전에 대전복지재단에 '2018년 대전복지재단 불용 현황' 자료를 요구했고, 이 의원들에게 도착한 자료는 당초 이사회와 대전시에 보고되고, 언론에 공개된 자료가 아닌, 새롭게 재가공된 자료였습니다.(사진 2 아래 참조)
▲ 사진 2대전복지재단(대표이사 정관성)이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들이 요청하여 제출한' 2018년 불용액 현황 자료'에서 통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위쪽은 복지재단이 대전시 복지정책과에 보고한 사업비 불용액 현황이고, 아래쪽은 시의회 복환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사업비 불용액 현황이다. 두 자료를 비교해 보면, 당초 자료에서 일부 사업을 빼고, 연구비를 합하여 불용율을 31.4%에서 22.4%로 낮춰 작성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사업비 불용률이 31.4%에서 22.4%로 낮춰진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기타현안사업 등 몇몇 사업을 '사업비' 항목에서 빼내고, 연구비를 포함하여 통계를 작성한 것입니다. 시의원들의 불같은 호령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손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종호 위원장까지 나서서, '시의회에 어떻게 이렇게 조작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를 해명하는 정관성 대표의 태도입니다. 이날 정 대표는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마치 처음 보는 자료인 것처럼,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죄송합니다. 제가 실무자의 도움을 좀 받겠습니다"라면서 이춘성 경영지원부장을 부르고, 문서 작성자인 직원 A씨의 이름도 불렀습니다. 발언대로 나온 이 경영지원부장은 "실무자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정 대표는 '왜 일부 항목을 빼 놓고 자료를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일부러 빼 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실무자의 착오를 강조했고, '명백한 허위 보고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직원들이 한 내용이지만, 결과에 대해서 제가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고 직원들이 실수를 한 것이라는 강변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이종호 위원장은 "이러한 자료는 누가 결재하나, 대표는 안 보여주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춘성 경영지원부장은 "보여드린다. 보고 드린다"고 답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 대표는 회의가 끝난 후 이 내용을 기사화 하려는 기자들을 향해서도 계속해서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고 직원들이 실수를 한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단언컨대, 거짓말
13일자 <대전일보>는 정 대표가 "수탁사업도 있는데, 재단 직원이 시 관계자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빼고 의원들에게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제가 있어서 일부러 뺀 것은 아니다. 의회에서 승인한 예산 위주로 자료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됐다. 서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언컨대 '거짓말'입니다. 단순한 실무자의 착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 대표는 이미 당초 자료를 재가공하여 작성한 문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 대표의 지시에 의해서 재가공됐거나 적어도 보고를 받은 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5월 31일 대전복지재단은 박미은 이사장의 소집으로 '긴급이사회'를 개최했습니다. '대표 막말 논란'과 '과도한 불용액 논란'에 대해 다루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회의를 통해 박 이사장은 자신이 대전복지재단을 대표하여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회의장에서 정 대표이사는 '2018년도 대전복지재단 예산 집행 내역'을 보고했습니다. 이미 지난 3월 이사회에서 결산이 끝났지만, 당시 과도한 불용액에 대한 이사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언론에서도 이를 지적했기 때문에 다시 보고하게 된 것입니다.(사진 3 참조)
▲ 사진 3대전복지재단이 지난 5월 31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보고한 '2018년도 대전복지재단 예산 집행 내역'. 이 자료는 3월 이사회 보고 당시 자료와 다르게, 사업비 불용액이 7억 여원(23.4%)으로 낮춰져 있다. 사진 아래 붉은색 선 안의 항목이 사업비가 아닌, 기타로 분류되어 있다. ⓒ 장재완
이때 이사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보면, 시의회에 제출한 이른바 '조작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월 이사회와 대전시에 보고했던 사업비 잔액 11억여 원(31.4%)이 7억여 원(23.4%)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시의회 제출 자료와 마찬가지로 당초 자료에서 기타 현안사업 등 일부 사업의 항목을 '사업비'에서 빼내서 '기타'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명백한 '재가공'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재가공된' 자료는 대전시 복지정책과도 이미 사전에 보고를 받은 바 있습니다. 제가 대전시 복지정책과를 찾아 간 5월 29일, 대전복지재단을 담당하는 B주무관은 '대전복지재단 사업비 불용액 상세 내역'을 알고 싶다는 제게 '2018년도 대전복지재단 출연금 예산집행 현황'이라는 한 장짜리 자료를 내놓았습니다.(사진 4 참조)
▲ 사진 45월 29일 대전시 복지정책과 직원이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자료. 이미 대전복지재단은 사업비 항목 일부를 조정하여 사업비불용율을 31.4%에서 23.4% 낮춘 재자공 자료를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 장재완
이 자료는 앞서 대전시가 저에게 제공했던 '2018년도 대전복지재단 예산 집행 내역'을 시 출연금만 별도로 정리한 자료입니다. 즉, 사업비 불용액을 당초 31.4%에서 23.4%로 낮춰놓은 자료입니다. 당연히 대전복지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입니다.
처음에는 사업비에 재단에서 운용하는 모든 사업비를 포함하여 결산을 하더니, 과도한 불용액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재단은 잉여금이나 장애인고용장려금, 국비 등을 별도로 사업비에서 빼내어 '기타' 항목에 편성, 사업비 불용액의 비율을 낮춘 것입니다. 그리고는 대전시와 대전시의회에 "우리는 시에서 준 출연금만 보고한다"는 식으로 자료를 재가공한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대전시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대전시에서 준 돈만 보고하고, 국비나 장애인고용장려금 등 다른 곳에서 지원받은 돈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시나 의회에 보고하지 않는다니요?
또한 정 대표는 시의회와 언론에 대한 답변 태도에서 실무자의 단순 착오에 의한 것으로 해명을 했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이미 대전복지재단은 2주 전부터 이렇게 '재가공'한 자료를 만들어 시에 보고하고, 이사회에 보고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 대표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실무자가 시의회에 보고하면서 자신이 스스로 이렇게 판단해 자료를 재가공 했을까요? 만일 정 대표가 사전에 알고 있었던 일이라면, 정 대표의 '연기력'은 정말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정 대표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제 시의회에서 "제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답변한 의미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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