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풍년속에 남아도는 가공용 매실 수천톤 폐기될듯
매실 가공업체도 재고 쌓여, 올해 매입 계획 없어...지역농협 등 일부 사들여 폐기
▲ 매실가공업체들의 매실 재고가 쌓여 올해 가공용 매실이 팔리지 않아 산지폐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 이성훈
매실 등급은 크게 '왕-특대-대'와 '가공용 매실'로 나뉜다. 이중 '왕-특대-대'는 가락시장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에 유통,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데 매실청을 비롯해 장아찌 등 다양한 음식 재료로 쓰인다.
하지만 올해는 가공용 매실 판매가 대폭 감소, 매실농가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양농협에 따르면 매실가공업체들이 작년산 재고 보유를 많이 확보, 올해 가공용 매실을 매입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허순구 광양농협 조합장은 "올해는 매실가공업체들이 재고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구입 계획이 거의 없다"면서 "가공용 매실 판로가 막혀 수확을 포기하거나 폐기처분해야 할 상황이다"고 밝혔다.
전국 매실 생산량의 3분의2 이상을 순천·광양·구례·하동이 차지하고 있는데 가공용 매실이 유통되지 않는다면 이들 4개 시군 매실농가들로서는 더욱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순구 조합장은 "현재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들이 가공용 매실을 일부 매입해 산지폐기하는 방식으로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이에 가공용 미수매 매실 중 생리장애, 병충해로 인해 상품성이 낮은 매실을 제외하고 약 1천톤 정도 사들여 산지폐기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예산은 농협중앙회가 절반을, 지역농협과 지자체에서 나머지를 부담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Kg당 최소 500원 이상에 매입한다하더라도 최하 5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 조합장은 "지역 농협 차원에서 매실 가격 폭락을 가만 두고 볼 수는 없어 농협중앙회에 지속적으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등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지자체에서도 매실 농가의 어려움을 알고 지원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양시는 가공용 매실 산지폐기와 관련, 지원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시 관계자는 "산지폐기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논의도 없었고 관련 예산도 없다"면서 "예비비를 집행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매실을 사들여 폐기한다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광양시가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광양시에 있는 지역 농협들이 나머지 예산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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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실 생산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품질이 중요하다"면서 "무분별하게 매실나무를 많이 심어 어렵게 관리하지 말고 적정량을 맞춰 집중력 있게 키워 매실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양시 지역 농협들은 다음 주 중 가공용 매실을 일부 매입, 산지폐기할 계획이다. 허 조합장은 "산지폐기가 극약 처방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면서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매실농가와 지자체, 농협이 중장기적인 대책과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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