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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주말에만 문 여는 책방, 사연이 있어요

당진 신평시장에 위치한 작은 책방,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

등록|2019.06.17 11:15 수정|2019.06.17 11:25
 

▲ 충남 당진 신평에서 작은 그림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선예 대표 ⓒ 한수미


충남 당진 신평면 금천리 신평시장에 위치한 방 한 칸 남짓의 작은 책방. 그 안에는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그림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은 쉽게 볼 수 없는 우리 동네 마을 책방,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다. 이름 그대로 한선예 대표가 그리던 꿈이 이뤄진 곳이자 계속해서 꿈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꿈이 새롭게 그려지는 곳이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네?"

<노란우산>의 저자 류재수 동화작가를 만났다. 설렘을 가득 안고 사인을 요청했다. 그때 류 작가는 그에게 얼굴을 보자고 했고, 눈을 빤히 들여다봤다. 그리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네?"라는 말과 함께 사인 종이에 '꿈을 꾸는 한선예님께…'라고 적었다.

꿈, 항상 한 대표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것이었다. 더구나 오랫동안 일했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마음 속 꿈을 내보일지 고민하던 찰나, 류 작가가 던진 그 말은 한선예씨의 가슴을 뛰게 했다. 한 대표는 "류재수 작가의 말을 듣고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며 "꿈꾸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 책방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에서 전시된 그림책 ⓒ 한수미


아이들이 좋아 유아교육 전공

한선예 대표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때문에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어린이집에서 교사생활을 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아주는 것이 그에겐 일이 아닌 행복이었다. 그렇게 교사 생활을 이어가던 중 부모님이 귀향을 결정했다.

딸을 걱정한 부모님은 함께 아버지의 고향인 신평으로 내려가자고 권유했다. 어린이집에서는 그에게 그만두지 말고 계속 일하길 바랐다. 그는 호기롭게 당진과 인천을 오가며 통근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에서 한선예 대표가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 ⓒ 한수미


그렇게 10년 전 아버지 고향인 당진에 첫 발을 들이게 됐다. 하지만 오래 있지 못하고 다시 당진을 떠났다. 유아교육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경기도 부천에서 대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문학활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도 재직했다.

이 가운데 틈틈이 장애통합의 이야기를 담은 <도깨비귀>와 기지시줄다리기를 주제로 한 <모두모두 의여차>를 비롯해, <뜰에뜰에 풀풀>까지 총 3편의 그림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또 북스타트와 책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고, 육아종합지원센터와 대학에서 강의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나'만의 무언가

하지만 도서관 혹은 책방을 문 열고 싶었던 꿈은 한 대표 마음 깊은 곳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 '나'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찰나 당진을 다시 찾게 됐다.

한 대표는 "어린이집 현장에서 즐겁게 일한 기억이 있었지만 막상 돌아가려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며 "그때 든 생각이 '그럼 아이들을 책방으로 불러내야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됐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특히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책방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때 우연히 TV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작은 책방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한 대표는 일부러 작은 책방을 찾아 여행을 다녔다. 한 대표는 충북 괴산군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을 만나게 됐다.

"어렸을 때 동네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했어요. 용돈 모아서 서점 가는 것이 제 유일한 낙이었을 정도였죠. 책 냄새도 좋았고, 책을 사면 예쁘게 포장해주는 게 좋았어요. 책방 주인이 말을 걸어주는 것도 즐거웠고요. 행복한 기억들이 남아 있었던 가운데 아름답고 예쁜 작은 책방을 본 순간 '맞아. 책방은 살아나야 돼. 방법은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그림책에 달린 코멘트들 ⓒ 한수미


책방이 있어야 하는 이유

한 작가는 '동네가 삭막해지지 않기 위해' 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책방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피어날 수 있기에 책방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꿈을 안고 시작한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는 누구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까지 누구나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연령별로 다양한 그림책을 읽고 구매할 수 있으며,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도 만날 수 있다.

또한 8월 31일과 11월 2일에는 동네책방 문화사랑방을 통해 행사를 진행하며, 그림책협회를 통해 한 달 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뒤, 다음달 13일에는 작가와의 강연까지 열린다. 이밖에도 그림책모임 등을 만들어 꾸려 나갈 예정이다.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에는 한 대표가 직접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미리 신청만 한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 곳곳에 붙여진 아기자기한 엽서와 스티커들 ⓒ 한수미


평일 저녁·주말에만 문 열어요

한편 이곳은 '달빛책방'이다. 평일에는 저녁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문 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온 종일 문을 열었지만, 책방을 운영해 나가기 위해 한 대표가 유치원에서 방과후교사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는 평일 저녁에만 문을 열고 주말에는 오후 1시부터 늦은 10시까지 운영한다. 이 소식을 접하고 일과를 끝낸 인근 지역의 교사들이 이곳을 찾기도 했단다.

늦은 저녁까지, 또 주말에도 운영하기에 어려울 법도 하지만 그에겐 꿈을 꾸는 공간이자 숨을 쉬게 해주는 공간이다. 한 대표는 "아이와 부모, 교사 등 모두 그림책을 보고 공부하고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손님들이 편히 찾아 와 머물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위치: 신평로 812-100
■문의: 362-2830
■운영시간: 평일 오후 7시~ 오후 10시/주말 오후 1시 ~ 오후 10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시대 신문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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