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경찰, 이명박근혜 청와대에 '전교조 제압' 정보 제공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직권남용’ 공소장 보니

등록|2019.06.19 19:05 수정|2019.06.21 13:44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영장실질심사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가운데), 이철성(오른쪽)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근혜' 시절 경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압을 위한 정보를 청와대 입맛에 맞게 가공해 주기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경찰 수장이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구속)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상 불구속) 등 8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3일 이들을 기소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최근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8명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경찰은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감행한 2013년 10월 앞뒤로 청와대의 '국정 기조'에 부응하는 정책 정보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보고했다.

이들에 대한 공소장에는 당시 청와대의 국정 기조가 '정부 정책을 반대·비판하거나 정부·여당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 단체 등을 '좌파' 또는 '좌성향'으로 지칭해 그 활동을 견제·제어하고, 반대로 친정부·여당 성향의 단체 등을 '우파' 또는 '보수'로 지칭해 협력·지원하고 이들을 통해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자 했다'라고 나와있다.

경찰은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자료 등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숙지한 뒤 정책 정보 작성 업무를 수행했다. 이 자료는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되거나, 정무수석실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됐다.

경찰, 국정운영 기조 숙지한 뒤 정보 작성
 

▲ 검찰이 6월 3일자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구속이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공소장 내용. 이들은 박근혜 청와대 기조에 맞춰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정책 자료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경찰은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검토하던  2013년 5월 13일 '전교조 법외노조화, 반발 분위기 및 제언' 이라는 제목의 정책 정보 문서에서 "전교조는 교원노조법 개정에 주력하면서 연대투쟁 강화 방침"이라며 "투쟁 동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법외노조화 조기 추진 필요"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교원노조법 개정안 당론 추진에 신중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해직자와 일반 조합원을 분리토록 전교조를 지속 압박하면서 정치권 논의에 대비한 여론전 방침 등 사전 검토"을 제언했다. 특히 "법외노조화 추진 시기를 실기하지 않도록 관계부처 간 긴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다.

이는 현실이 됐다. 이로부터 5개월 만인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감행했고(고용노동부), 통보에 따른 전임자 불인정·단체협약 해지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교육부).

같은 해 7월 19일에는 '전교조 시국선언 등에 대한 적극적 대응 긴요' 제목의 문서에서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교육부 판단이 지연돼 보수단체의 불만 점증"이라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이슈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분위기 차단이 필요하다"라는 말로 사실상 전교조 탄압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국 중고교를 대상으로 방학 중 학생들이 정치 관련 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긴급 가정통신문·문자메시지 발송 등 검토"하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무리한 후 조치함으로써 교육현장에서의 정치화·이념화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라고 대책을 제시했다.

이 역시 현실로 구현했다. 전교조는 같은 해 7월 9일 중앙집행위원회 차원에서 국가정보원의 전교조 탄압과 대통령 선거 개입을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교육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시국선언을 했다. 교육부는 당일 실무진 차원에서는 이전 시국선언과 다른 상황이라며 신중하게 봤으나, 11일 뒤인 7월 21일 정치활동 금지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 등을 위반했다면 '경고' 조치했다.

경찰 제언 대부분 현실로
 

▲ 검찰의 공소장은 박근혜 청와대가 경찰의 정책 자료 정보까지 활용해 전교조를 탄압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법외노조를 통보한 뒤에는 '전교조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찰은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을 수용한 당일인 2013년 11월 13일 문서에서 "본안 소송은 고용부, 전교조 불법행태에 대한 공론화를 교육부, 교원노조법은 여당에서 대응토록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검찰이 "전교조 불법선거운동 수사 결과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같은 해 12월 5일 만든 '전교조 관련 움직임', 이듬해인 2014년 2월 12일 만든 '전교조 최근 분위기'에서도 비슷한 정책 대책 제언을 했다. 이때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준우 전 주EU 대사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2014년 6월 12일)으로 바뀌고서는 정책 보고가 더 늘었다. 경찰은 2014년 7월 3일 '전교조 전임자 미복귀, 엄정 대응 필요' 문서에서 "미복귀 전임자에 대한 징계처분 확행 등 전교조의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여론 전달"에 이어 "복귀명령 거부 전임자에 대한 징계 요구를 즉각 교육청에 하달하고, 보수언론과 보수단체 등과 협조해 전교조의 정치편향적 행태를 적극 발굴해 이슈화하자"라고 제언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을 보면 같은 날 '전북, 광주 2곳만 복귀명령 미발령'이라고 명시돼 있다. 청와대와 경찰이 사실상 전교조 탄압에 한 몸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망록에서 청와대는 2014년 8월 2일까지 전교조 미복귀자 징계와 관련해 6번이나 언급했다.

경찰은 같은 해 7월 18일 '시도교육청 최근 분위기' 문서에서 "미복귀 노조전임자 징계에 미온적인 진보교육감들의 위법방치 행태를 적극 부각하자"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8월 20일 교육청에 직무이행 명령을 내렸고, 이를 수용하지 않은 교육청을 대상으로 9월에 대집행을 했다.

재판부를 '좌편향'으로 낙인 찍기도

이런 가운데 서울고등법원이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2014년 9월 19일)을 하자, 경찰은 재판부를 '좌편향'으로 낙인찍었다. '사법부 판결 등 관련 정부 부담요인 관리 필요' 문서(2014년 11월 4일)에서 "사법부의 권위·신뢰가 추락하며 재판 불복 증가 등 부작용이 쌓여가고 있고, 대법원의 이념성 탈피 노력에도 좌편향 판결 차단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하면서 "특히 참여정부 등을 거치며 부장 등으로 성장한 고참급 판사들도 좌편향적 판결을 여전히 양산한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예를 든 재판장이 효력정지를 결정한 당시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민 전 부장판사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다. 그러면서 경찰은 "언론 등을 통해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좌편향 판결이나 판사들의 정치적 발언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여론을 부각하자"라고 제언했다.

민 전 부장판사는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취소소송 본안 2심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제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2014년 12월 3일)에 따르면 2015년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장이 황병하 당시 부장판사로 교체됐다. 민중기 부장판사의 '정기 인사 교체'를 우연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이유다. 그리고 황 부장판사는 2016년 1월 21일 전교조 패소 판결을 했다.

전교조 선거 동향까지 파악

경찰은 당시 전교조 선거 동향까지도 파악했다. 경찰은 2014년 11월 5일 '전교조 최근 분위기' 문서에서 "다음 주부터 위원장 선거 체제에 돌입하였는데, 현 집행부 연임 가능성이 높다."라고 보고 "그간 전교조의 불법·강경 투쟁에 대한 필벌 의지를 부각해 강경파 득세를 차단"이라고 제시하는 등 선거 개입 수준의 사찰도 서슴지 않았다.

2016년 3월 7일자로 작성한 '전교조에 대한 압박 강화로 위축세 가속화 필요' 문서에서는 "정부의 후속조치 압박에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고, 계파갈등 등 내부심화 조짐이 있다"라며 "전교조, 좌파교육감에 대한 언론, 수사 등을 통해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특히 조합비의 연말정산 공제 혜택을 적극 제재하자"라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경찰의 행태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이념 편향 △노동3권 침해 등의 범죄로 봤다. 박근혜 청와대가 경찰의 정보까지 활용해 정치적으로 전교조를 탄압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경찰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전교조를 탄압할 정보를 청와대에 제공했다. 경찰은 2012년 8월 7일 '전교조 등의 정부 교육정책 반대에 적극 대응' 문서에서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둘러싸고 전교조의 반대 활동 등을 파악하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전교조가 야권과 진보 교육정책 연대를 모색하므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전교조·진보교육감 등 실제 반대활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징계 등 제제를 확행하고, 교총 및 교육전문가 언론 기고를 통해 전교조·진보교육감 행태의 문제점을 부각하자"라고 했다.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까지 끌어들여 전교조 탄압에 나서자는 제안을 하는 등 청와대에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경찰의 이 같은 행태로 해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줬다는 이유로 자행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사실상 정부에 비판적인 전교조 활동을 무력화하고 탄압하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문재인 청와대가 법외노조를 직권으로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