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고리 앞에서 왈칵 눈물이..." 두 일본인이 정신여고 찾은 이유
하라다 전 일본 고려박물관 이사장 등, 김마리아 열사 발자취 찾아 정신여고 방문
▲ 김마리아 열사의 흰저고리와 일본인들 70여년 전 김마리아 열사가 입었던 흰 치마저고리 앞에 선 도다 미츠코, 하라다 쿄코 고려박물관 전 이사장 (안쪽 부터 조영호 교감선생님, 하라다 코코, 도다 미츠코 씨) ⓒ 이윤옥
▲ 김마리아 흰저고리오른쪽 섶 길이가 짧게 지어진 저고리는 고문으로 한쪽 가슴을 잃고 살아야했던 김마리아 열사의 아픔을 말해주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자아내었다. ⓒ 이윤옥
▲ 일본 고려박물관 회원들정신여고 김마리아회관 안의 전시실을 찾은 일본 고려박물관 회원들 ⓒ 이윤옥
이날 서울 정신여고를 방문한 사람들은 일본 고려박물관 전 이사장인 하라다 쿄코(原田京子)씨와 도다 미츠코(戶田光子)씨였다. 일본 고려박물관의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인 이들은 2박 3일의 짧은 방한 기간 중이었지만 평소 존경해오던 김마리아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정신여고를 방문했다.
▲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 도다 미츠코 씨, 하라다 쿄코 전 이사장, 조영호 교감, 이양순 동문(왼쪽부터 ) ⓒ 이윤옥
▲ 김마리아 열사 동상 앞에서평소 존경하는 김마리아 열사 동상 앞에선 하라다 쿄코, 도다 미츠코 씨, 기자, 이양순 동문(오른쪽 부터) ⓒ 이윤옥
정신여고를 찾은 시각은 18일 아침 10시, 교정에 들어서자마자 김마리아회관(kimmaria Hall)과 순국열사 김마리아 동상이 일행을 반긴다. 마침 이날은 최성이 교장이 연수 중이라 조영호 교감이 반갑게 일행을 맞아주었다. 이날 함께한 이는 정신여고를 졸업한 이양순(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 이사였다.
교장실에서 차를 마신 뒤 우리는 곧바로 교감의 안내를 받으며 김마리아 열사 기념전시실로 향했다. 김마리아 열사는 1978년 잠실로 이사한 현재의 교사(校舍)가 아니라 종로구 연지동 시절에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의 법통은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 전시실을 둘러 보면서 남다른 감회가 느껴졌다.
▲ 정신여고 본관 입구에서 김마리아 열사의 후배들김마리아 열사의 후배들이 정신여고 본관 입구에서 이곳을 찾은 일본인들을 위해 함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가운데 흰 브라우스 모습이 도다 미츠코, 왼쪽 옆이 하라다 쿄코 씨, 두 사람 건너 오른쪽 끝이 조영호 교감 ⓒ 이윤옥
"유무식을 물론하고 빈부귀천 차별 없이 이기심을 다 버리고 국권확장 네 글자만 굳건 하온 목적 삼고 성공할 줄 확신하며 장애물을 개의 말고 더욱 더욱 진력하며 일심 합력하옵시다." - 1919.9.20. 김마리아
학술대회에서 '김마리아 열사의 독립정신과 독립운동' 기조 강연을 한 박용옥(전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는 김마리아 열사의 성장과정과 정신여고를 거쳐 일본에 유학을 가서 시절 2.8독립 선언에 참여하고 독립선언서를 국내에 가지고 들어온 경위, 대한애국부인회 활동 등을 소상히 소개했다. 또한 1928년 9월, 컬럼비아대학원에 입학하여 향학열을 불태우면서도 흥사단 활동과 재미한국학생연맹 부회장 등을 맡아 끊임없는 독립운동을 지속했음을 상기시켰다.
▲ 김마리아 열사 전시실에서 김마리아 열사 전시실에서 이양순 정신여고 동문으로 부터 독립운동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본인들 ⓒ 이윤옥
정신여자고등학교는 1887년 6월 여의사이자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였던 엘러스 (A. J. Ellers)가 여성계몽을 목적으로 서울 중구 정동에 있던 제중원 사택에 세운 정동여학당 (貞洞女學堂)을 시작으로, 올해 132년을 맞는다.
독립운동의 산실로 명성을 떨친 이 학교 출신의 독립운동가는 김마리아(독립장) 열사를 비롯하여 도산 안창호의 부인으로 미주에서 독립운동을 지속한 이혜련(애족장), 세브란스 간호사 출신인 이정숙(애족장), 혈성애국부인회를 조직한 이성완(애족장),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출신 장선희(애족장), 이혜경(애족장), 신의경(애족장), 김영순(애족장), 블라디보스톡 등에서 활동한 이의순(애국장), 김마리아 열사와 함께 비밀리에 2.8독립선언문을 가지고 귀국하여 3.1만세운동에 앞장섰던 차경신(애국장), 상해애국부인회를 조직한 김순애(독립장),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에서 활약한 방순희(독립장) 지사 등 일일이 이름을 댈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여성독립운동가로서 활약이 두드러진 분이 많다.
▲ 일본 유학시절 김마리아 열사일본 유학시절 김마리아 열사는 당당하게 한복을 입어 조선인임을 알렸다. 둘째줄 오른쪽 첫째가 김마리아 열사.(정신여고 제공) ⓒ 이윤옥
이들은 현재 도쿄 한복판 고려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3.1독립운동 100년을 생각하며 – 동아시아 평화와 우리들(3.1独立運動100年を考える–東アジアの平和と私たち)'를 기획하여 일본인들에게 3.1운동의 의미를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평소 도쿄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연구회에서 특별히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중이라 이번 정신여고 방문은 이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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