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를 쓰다가 시인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인터뷰] 자신만의 문체로 위로를 전하는 작가 최대호
"힘들 때는 지나갈 순간이라고 여기고, 행복 할 때는 또 올 순간이라고 기대하며 당연한 건 없다고 감사할 줄 알고,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그런 당신이 됐으면."
몇 년 전부터 이와 같은 따뜻한 감성, 자신만의 색을 군더더기 없게 잘 보여주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진심어린 위로를 전하는 사람. 우연한 계기에 시를 쓰게 되었고 그 시가 켜켜이 쌓여 시인의 길을 걷게 된 '최대호 작가'를 만났다. 필자는 인터뷰를 통해서 작가가 쓰는 시 이야기, 다양한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처음부터 저는 '작가가 되겠다' '시인이 되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대학교를 편입했어요. 당시에는 학교를 바꾸는 것이 큰 목표였기에 전공은 사실 중요치 않았죠. 그저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구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맨 뒷자리에서 넋 놓고 앉아있던 그런 학생이었어요. 어느 날 전공 책을 보는데 빈 곳이 많이 보였고 '아 여기에 시를 쓰면 좋겠다'는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죠. 반대로 '나는 책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이고 글도 써본 적이 없던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시를 쓰겠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최대호 식의 시를 써보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처음에는 웃긴 시를 썼어요. 그게 시작이 되어서 계속 글을 쓰고 있어요."
- 국어국문, 문예 창작을 전공한 후 글을 쓰게 된 건지 궁금해요.
"고등학생 시절에 언어 영역을 가장 좋아했어요. 대학도 국어국문과나 국어교육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면서 경영학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심지어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편입을 해서 공과계열로 전공도 변경했어요. 저는 대학에서 글 쓰는 것과 관련된 작은 소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해본 적이 없고요. 개인적으로 글씨를 잘 못 쓴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글쓰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우연한 호기심 때문에 '시'라는 장르의 글을 쓰게 된 것이고 그것이 직업으로 이어지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 시인이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을 것 같아요.
"반대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부모님은 제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셨거든요. 어느 날 한 언론사에서 SNS에 올린 글들을 보고 제 집으로 인터뷰를 오겠다고 요청하면서, 그 일을 계기로 부모님이 제가 인터넷 공간에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어요. 당시 부모님은 '네가 무슨 글을 쓰냐' '써본 적도 없으면서' 등의 이유로 반대를 하셨어요. 그냥 제가 무난하게 취업하기만을 바라셨죠. 솔직히 당시에는 취업을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취업이 안 되기도 했고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글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더 글을 쓰는 일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글을 쓴지 이제 5년 정도가 지났는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반대를 하셨어요. 출간 후에도 '이 책을 가지고 취업을 해라'고 권유할 정도였어요. 사실 취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와 마케팅 회사에 들어가 근무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얼마 안 다니고 나오게 되더라고요. 회사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글을 쓰는 일만 한다고 했을 때 더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회사생활과 글 작업과 같이하는 게 벅차기도 했고요."
- 글을 쓰다가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낀 적은 없나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잘하는 게 하나 없다고 생각하면서 지냈어요. 운동을 잘하는 것도 또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집이 부유했던 것도 아녀서 자존감이 높지 않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생각 자체가 부정적이었는데 글을 쓰게 되면서 자존감이 상승했어요. 많은 분 덕분에 스스로가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어떤 힘들었던 과거가 글의 양분이 되었다고 보고요. 저라는 사람도 좋지 않았던 상태에서 나아진 거라서 많은 분에게 긍정의 말과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어요."
- 가장 최근에 출간한 책은 얼마 정도 준비한 책인가요. 또 책을 만들면서 겪은 일화를 들려주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아'는 석 달 정도 준비해서 만든 책이에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작업량은 매우 많았어요. 두 달간은 오전 네 시까지 글을 계속 썼어요. 낮에는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밤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면 새벽까지 쓰게 되더라고요. 퇴사를 하고 글을 쓰던 당시에 이 책 출간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생각도 많이 정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독립도 하게 되었어요. 제 가치관도 정립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나는 내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인데 취업은 애초에 내 길이 아니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는 부모님도 제가 하는 일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도 많이 보내주고 계세요."
-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저는 그럴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예전부터 메모를 많이 해두었고, 평소에도 메모를 활용해서 글을 만들어내는 편이에요. 어제는 어두운 내용의 글을 올렸다면 오늘은 밝은 내용의 글을 올려보기도 해요. 제 생각이 많은 가지를 만들어 내고 있고, 기존의 생각을 틈틈이 정리한 내용도 있어서 글이 잘 안 써질 때 특별히 무엇을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 메모하는 습관은 작가가 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는 습관일까요.
"글을 쓰기 전에는 메모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니 메모를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방의 강연을 하러 가게 될 때에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잠이 들기 전에 생각나는 글귀들을 적어 놓아요. 밥 먹을 때나 쓰레기를 버릴 때 글을 적기도 해요. '오늘의 나'를 기준으로 하면 오후 1시의 나, 오후 2시의 나는 다르거든요. 밥을 먹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도 곧바로 메모하는 편이에요. 그때가 아니면 기억할 수 없어서 이런 식으로 거의 모든 순간을 메모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사람, 사물, 상황 등에 대해서도 귀를 많이 기울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비둘기를 본다면 그냥 비둘기가 아니라 '비둘기가 눈치를 보고 있다, 휴가를 쓰고 싶은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거죠."
- 글을 쓸 때는 문장력이나 기획을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만약 이 두 가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문장력이나 기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래에도 그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메모를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러 상황을 살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글을 쓰러 여행 가지는 않아요. 그냥 여행을 가서 행복한 마음이 들 때 글이 나오더라고요. 친구랑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글이 떠오르기도 해요. 저도 글을 꾸준히 쓰면서 글 실력이 늘게 된 경우거든요. 글의 실력은 축적된 메모를 통해서도 많이 향상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쓰다 보면 자연적으로 기획력이나 문장력이 늘 수밖에 없다고 봐요."
- 현실의 이야기를 쓰는 편인가요, 상상을 기반으로 쓰는 편인가요.
"현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적으려고 노력해요. 공감을 자아내는 글을 많이 쓰고 싶고,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쓰고 싶어요. 제가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상상을 해보는 거죠. 공감의 포인트를 잡아서 글을 쓸 때는 상상을 기반으로 해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주변 사람들이 이별했을 때를 포함한 많은 상황을 바탕으로 쓰려고 하는 편이고요. 위로의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제가 현실적으로 불안하고 힘든 마음이 들 때 글이 더 잘 나오는 편인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위로해주는 거죠. 나 자신에게 해주는 이야기,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다듬어서 쓸 때도 많아요."
- 시인을 '감성팔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시인을 감성을 정리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다니는 데 너무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그것에 맞는 글을 적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위로를 받고 있다' '위로가 되었다' 등의 이야기도 해주세요. 감성팔이라고 보는 분들의 시각을 비난하거나 설득하려는 마음은 없고, 그저 다양한 시각 중 하나라고 보고 있어요."
- 누군가가 글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말해온다면 어떤 말씀을 해줄 수 있을까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상상해보니 유쾌한 기분이 드네요. 글쓰기 클래스와 같은 수업을 통해 글을 써보고 정리해 보는 과정에 참여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글로 남겨두면 '내가 이 시기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마음으로 지냈구나'를 기억해 볼 수 있거든요. 나만의 연대기적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이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작가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재작년에 홍대와 강남에서 10주 정도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했던 적이 있어요. 주 1회 2시간씩 홍대와 강남에서 수강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업이라고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았어요. 글을 쓰면 다듬어 드렸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주에 어떤 분들이 같이 앉으면 다음 주에는 다른 분들과 앉게끔 조정해 보기도 했어요. 의미 있고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하는 일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꼭 다시 해보고 싶은데 평소에 진행되는 일들이 유동적인 편이라 아직은 계획 단계에만 머물러 있네요.
문하생이 있으면 같이 놀면서 글도 쓰고,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실제로 고려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에요. 일단 제가 저 자신의 문하생이기도 해서 어떤 분을 특별히 가르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작가가 되고 싶은데 현실적인 문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로 포기하거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일단 욕심을 버리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인터넷 소통 공간에 글을 올렸던 처음 1년은 수입이 100원도 없었어요. 목표가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계속 쓸 수 있었어요. 미래가 암울했지만 많은 분이 제 글에 공감해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었고 그때부터 수입도 조금씩 생기게 되었어요. 아마도 처음부터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네요. 글 쓰는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고 노력하고 계신 분들, 고민하거나 포기하셨던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욕심이 없어야 한다'에요.
작가나 글 쓰는 직업에 전부를 희생하는 것 역시 추천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몇 개월 만에, 또 어떤 사람은 몇 년 만에 기회가 찾아와요.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도 한 번 내 볼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보고요. 저도 운이 많이 따라준 케이스에요. 등단하지도 않았고 저보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도 정말 많거든요. 작가는 운과 시기도 따라 줘야 하는 직업이라 인생의 전부를 바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쓰기를 바라요. '저 사람 책이 잘 팔린다' '저 글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 스타일로 쓴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글 쓰는 일도 같이 한다면 그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걸지는 말되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요즘 20·30세대들이 취업, 연애, 결혼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N포세대가 된 지 오래인데요. 지금 작가님께서 그분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면요.
"우선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지금의 내가 행복해야 나중의 나도 행복하거든요. '내 계획을 세우고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행복도 느껴본 사람이 그 가치를 안다'고 하잖아요. 삶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시기가 어찌 보면 정해져 있었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세상이 그만큼 많이 바뀌어서 늦은 나이까지 취업이 안 되었다 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고, 군대도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다녀온 편이에요. 평균적으로 보면 남들보다 늦은 편이지만 저는 그때마다 제 속도로 가려고 노력했어요.
아등바등하면서 다 포기하고 저축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행복하고 내 삶에 만족한다면,
나중에도 행복할 수 있고 삶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생각이 부정적인 편이라면 부정적인 글을 계속 써보세요. 긍정적인 글을 억지로 쓰는 건 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잖아요. 저도 예전에 부정적인 글을 많이 썼어요. 제가 썼던 것 중에 '힘들다고 울지 마. 그러면 세상에는 다 우는 사람들뿐이야'라는 글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되는 글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 당시의 제 생각을 그대로 담아서 썼던 글이에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최대호 작가는 "자신을 남에게 맞추지 않으셨으면 해요. 조금 늦더라도 내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전했다. 또, 다가오는 7월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많은 분들께 전하는 힐링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분들께 편안한 글로 따뜻함을 전달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이와 같은 따뜻한 감성, 자신만의 색을 군더더기 없게 잘 보여주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진심어린 위로를 전하는 사람. 우연한 계기에 시를 쓰게 되었고 그 시가 켜켜이 쌓여 시인의 길을 걷게 된 '최대호 작가'를 만났다. 필자는 인터뷰를 통해서 작가가 쓰는 시 이야기, 다양한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최대호 작가 ⓒ 최대호
-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처음부터 저는 '작가가 되겠다' '시인이 되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대학교를 편입했어요. 당시에는 학교를 바꾸는 것이 큰 목표였기에 전공은 사실 중요치 않았죠. 그저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구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맨 뒷자리에서 넋 놓고 앉아있던 그런 학생이었어요. 어느 날 전공 책을 보는데 빈 곳이 많이 보였고 '아 여기에 시를 쓰면 좋겠다'는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죠. 반대로 '나는 책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이고 글도 써본 적이 없던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시를 쓰겠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최대호 식의 시를 써보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처음에는 웃긴 시를 썼어요. 그게 시작이 되어서 계속 글을 쓰고 있어요."
"고등학생 시절에 언어 영역을 가장 좋아했어요. 대학도 국어국문과나 국어교육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면서 경영학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심지어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편입을 해서 공과계열로 전공도 변경했어요. 저는 대학에서 글 쓰는 것과 관련된 작은 소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해본 적이 없고요. 개인적으로 글씨를 잘 못 쓴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글쓰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우연한 호기심 때문에 '시'라는 장르의 글을 쓰게 된 것이고 그것이 직업으로 이어지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 시인이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을 것 같아요.
"반대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부모님은 제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셨거든요. 어느 날 한 언론사에서 SNS에 올린 글들을 보고 제 집으로 인터뷰를 오겠다고 요청하면서, 그 일을 계기로 부모님이 제가 인터넷 공간에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어요. 당시 부모님은 '네가 무슨 글을 쓰냐' '써본 적도 없으면서' 등의 이유로 반대를 하셨어요. 그냥 제가 무난하게 취업하기만을 바라셨죠. 솔직히 당시에는 취업을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취업이 안 되기도 했고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글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더 글을 쓰는 일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글을 쓴지 이제 5년 정도가 지났는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반대를 하셨어요. 출간 후에도 '이 책을 가지고 취업을 해라'고 권유할 정도였어요. 사실 취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와 마케팅 회사에 들어가 근무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얼마 안 다니고 나오게 되더라고요. 회사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글을 쓰는 일만 한다고 했을 때 더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회사생활과 글 작업과 같이하는 게 벅차기도 했고요."
- 글을 쓰다가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낀 적은 없나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잘하는 게 하나 없다고 생각하면서 지냈어요. 운동을 잘하는 것도 또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집이 부유했던 것도 아녀서 자존감이 높지 않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생각 자체가 부정적이었는데 글을 쓰게 되면서 자존감이 상승했어요. 많은 분 덕분에 스스로가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어떤 힘들었던 과거가 글의 양분이 되었다고 보고요. 저라는 사람도 좋지 않았던 상태에서 나아진 거라서 많은 분에게 긍정의 말과 좋은 영향을 전파하고 싶어요."
▲ 작가의 책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아' ⓒ 최대호
- 가장 최근에 출간한 책은 얼마 정도 준비한 책인가요. 또 책을 만들면서 겪은 일화를 들려주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아'는 석 달 정도 준비해서 만든 책이에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작업량은 매우 많았어요. 두 달간은 오전 네 시까지 글을 계속 썼어요. 낮에는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밤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면 새벽까지 쓰게 되더라고요. 퇴사를 하고 글을 쓰던 당시에 이 책 출간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생각도 많이 정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독립도 하게 되었어요. 제 가치관도 정립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나는 내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인데 취업은 애초에 내 길이 아니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는 부모님도 제가 하는 일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도 많이 보내주고 계세요."
-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저는 그럴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예전부터 메모를 많이 해두었고, 평소에도 메모를 활용해서 글을 만들어내는 편이에요. 어제는 어두운 내용의 글을 올렸다면 오늘은 밝은 내용의 글을 올려보기도 해요. 제 생각이 많은 가지를 만들어 내고 있고, 기존의 생각을 틈틈이 정리한 내용도 있어서 글이 잘 안 써질 때 특별히 무엇을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 메모하는 습관은 작가가 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는 습관일까요.
"글을 쓰기 전에는 메모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니 메모를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방의 강연을 하러 가게 될 때에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잠이 들기 전에 생각나는 글귀들을 적어 놓아요. 밥 먹을 때나 쓰레기를 버릴 때 글을 적기도 해요. '오늘의 나'를 기준으로 하면 오후 1시의 나, 오후 2시의 나는 다르거든요. 밥을 먹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도 곧바로 메모하는 편이에요. 그때가 아니면 기억할 수 없어서 이런 식으로 거의 모든 순간을 메모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사람, 사물, 상황 등에 대해서도 귀를 많이 기울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비둘기를 본다면 그냥 비둘기가 아니라 '비둘기가 눈치를 보고 있다, 휴가를 쓰고 싶은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거죠."
▲ 최대호 작가 ⓒ 최대호
- 글을 쓸 때는 문장력이나 기획을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만약 이 두 가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문장력이나 기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래에도 그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메모를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러 상황을 살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글을 쓰러 여행 가지는 않아요. 그냥 여행을 가서 행복한 마음이 들 때 글이 나오더라고요. 친구랑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글이 떠오르기도 해요. 저도 글을 꾸준히 쓰면서 글 실력이 늘게 된 경우거든요. 글의 실력은 축적된 메모를 통해서도 많이 향상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쓰다 보면 자연적으로 기획력이나 문장력이 늘 수밖에 없다고 봐요."
- 현실의 이야기를 쓰는 편인가요, 상상을 기반으로 쓰는 편인가요.
"현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적으려고 노력해요. 공감을 자아내는 글을 많이 쓰고 싶고,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쓰고 싶어요. 제가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상상을 해보는 거죠. 공감의 포인트를 잡아서 글을 쓸 때는 상상을 기반으로 해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주변 사람들이 이별했을 때를 포함한 많은 상황을 바탕으로 쓰려고 하는 편이고요. 위로의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제가 현실적으로 불안하고 힘든 마음이 들 때 글이 더 잘 나오는 편인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위로해주는 거죠. 나 자신에게 해주는 이야기,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다듬어서 쓸 때도 많아요."
- 시인을 '감성팔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시인을 감성을 정리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다니는 데 너무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그것에 맞는 글을 적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위로를 받고 있다' '위로가 되었다' 등의 이야기도 해주세요. 감성팔이라고 보는 분들의 시각을 비난하거나 설득하려는 마음은 없고, 그저 다양한 시각 중 하나라고 보고 있어요."
- 누군가가 글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말해온다면 어떤 말씀을 해줄 수 있을까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상상해보니 유쾌한 기분이 드네요. 글쓰기 클래스와 같은 수업을 통해 글을 써보고 정리해 보는 과정에 참여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글로 남겨두면 '내가 이 시기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마음으로 지냈구나'를 기억해 볼 수 있거든요. 나만의 연대기적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이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작가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재작년에 홍대와 강남에서 10주 정도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했던 적이 있어요. 주 1회 2시간씩 홍대와 강남에서 수강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업이라고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았어요. 글을 쓰면 다듬어 드렸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주에 어떤 분들이 같이 앉으면 다음 주에는 다른 분들과 앉게끔 조정해 보기도 했어요. 의미 있고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하는 일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꼭 다시 해보고 싶은데 평소에 진행되는 일들이 유동적인 편이라 아직은 계획 단계에만 머물러 있네요.
문하생이 있으면 같이 놀면서 글도 쓰고,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실제로 고려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에요. 일단 제가 저 자신의 문하생이기도 해서 어떤 분을 특별히 가르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작가가 되고 싶은데 현실적인 문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로 포기하거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일단 욕심을 버리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인터넷 소통 공간에 글을 올렸던 처음 1년은 수입이 100원도 없었어요. 목표가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계속 쓸 수 있었어요. 미래가 암울했지만 많은 분이 제 글에 공감해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었고 그때부터 수입도 조금씩 생기게 되었어요. 아마도 처음부터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네요. 글 쓰는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고 노력하고 계신 분들, 고민하거나 포기하셨던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욕심이 없어야 한다'에요.
작가나 글 쓰는 직업에 전부를 희생하는 것 역시 추천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몇 개월 만에, 또 어떤 사람은 몇 년 만에 기회가 찾아와요.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도 한 번 내 볼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보고요. 저도 운이 많이 따라준 케이스에요. 등단하지도 않았고 저보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도 정말 많거든요. 작가는 운과 시기도 따라 줘야 하는 직업이라 인생의 전부를 바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쓰기를 바라요. '저 사람 책이 잘 팔린다' '저 글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 스타일로 쓴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글 쓰는 일도 같이 한다면 그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걸지는 말되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 작가의 책에서 발췌한 글 ⓒ 최대호
- 마지막으로 요즘 20·30세대들이 취업, 연애, 결혼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N포세대가 된 지 오래인데요. 지금 작가님께서 그분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면요.
"우선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지금의 내가 행복해야 나중의 나도 행복하거든요. '내 계획을 세우고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행복도 느껴본 사람이 그 가치를 안다'고 하잖아요. 삶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시기가 어찌 보면 정해져 있었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세상이 그만큼 많이 바뀌어서 늦은 나이까지 취업이 안 되었다 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고, 군대도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다녀온 편이에요. 평균적으로 보면 남들보다 늦은 편이지만 저는 그때마다 제 속도로 가려고 노력했어요.
아등바등하면서 다 포기하고 저축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행복하고 내 삶에 만족한다면,
나중에도 행복할 수 있고 삶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생각이 부정적인 편이라면 부정적인 글을 계속 써보세요. 긍정적인 글을 억지로 쓰는 건 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잖아요. 저도 예전에 부정적인 글을 많이 썼어요. 제가 썼던 것 중에 '힘들다고 울지 마. 그러면 세상에는 다 우는 사람들뿐이야'라는 글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되는 글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 당시의 제 생각을 그대로 담아서 썼던 글이에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최대호 작가는 "자신을 남에게 맞추지 않으셨으면 해요. 조금 늦더라도 내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전했다. 또, 다가오는 7월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많은 분들께 전하는 힐링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분들께 편안한 글로 따뜻함을 전달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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